머스크의 신경공학이 우려스러운 이유 [오철우의 과학풍경]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위한 획기적인 의료기기 임상시험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사지마비 환자이면서 컴퓨터를 제어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사람이면 지원할 수 있습니다."
미국 온라인매체 '복스'의 시걸 새뮤얼 기자는 사지마비 환자를 위한 뇌-컴퓨터 연결 기술에는 뇌 손상을 최소화하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도 뉴럴링크는 더 많은 신경세포에 직접 접근하기 위해 더 많은 전극을 심는 방식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철우ㅣ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를 위한 획기적인 의료기기 임상시험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사지마비 환자이면서 컴퓨터를 제어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사람이면 지원할 수 있습니다.”
미국 신경공학기업 뉴럴링크의 웹사이트에 실린 임상시험 안내 문구이다. 4쪽짜리 자료에는 뇌에 전극 칩을 심은 환자가 머릿속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의료기기가 설명되어 있다. 그 임상시험이 이제 막 시작됐다. 이 소식은 뉴럴링크를 세운 혁신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지난달 말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메시지를 통해 알려졌다. 그는 “첫 환자가 뉴럴링크 칩을 이식받았다”며 이 제품이 ‘텔레파시’로 불린다고 전했다.
임상시험 소식은 신기술의 신기함과 놀라움뿐 아니라 뇌에 전극을 심는 방식으로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뇌피질에 전극을 심어 개별 신경세포의 신호를 수신하고 무선으로 전송하는 기기는 뇌와 컴퓨터의 직접 연결성을 보여준다.
그런데 조금 의아한 것은, 정작 실질적인 임상시험 정보는 보도만큼 많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많은 국내외 보도에서 임상시험이 어떤 일정과 규모로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읽기 어려웠다. 대부분 보도의 출처는 일론 머스크의 트위트와 간략한 브로슈어, 그리고 과거 기사들뿐이었다.
과학 저널 ‘네이처’는 뉴럴링크의 임상시험 정보가 투명하지 않아 과학자들이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임상시험의 기본 정보를 공개하는 관행과 달리, 뉴럴링크는 임상시험 데이터베이스(clinicaltrials.gov)에 정보를 올리지 않았다. ‘네이처’의 취재에도 뉴럴링크는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뉴럴링크의 임상시험에 우려의 시선이 가시지 않는 이유는 부적절한 동물실험 논란과 정보의 불투명성뿐 아니라 뉴럴링크와 머스크의 신경공학 목표가 이중적이라는 점도 한몫한다는 지적이 있다. 임상시험은 환자를 위한 의료기술 개발을 목표로 삼지만, 뉴럴링크는 더 나아가 인간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범용 인터페이스를 개발한다는 장기 목표도 중시한다. 머스크는 인공지능에 지배되지 않으려면 인간 능력을 증강하는 뇌-컴퓨터 연결이 필요하다고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미국 온라인매체 ‘복스’의 시걸 새뮤얼 기자는 사지마비 환자를 위한 뇌-컴퓨터 연결 기술에는 뇌 손상을 최소화하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도 뉴럴링크는 더 많은 신경세포에 직접 접근하기 위해 더 많은 전극을 심는 방식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오로지 환자만을 위한 의료기술을 넘어 뇌와 컴퓨터를 더 넓은 대역폭으로 연결하는 범용 기술을 지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테슬라 자동차, 스페이스엑스 로켓, 트위터(현 엑스) 인수, 화성 식민지화 계획 등 일론 머스크의 모든 업적 중에서 그의 비밀 두뇌 칩 회사인 뉴럴링크가 가장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럴링크의 신경공학을 우려하는 시선을 불식하기 위해서도 임상시험은 투명해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환자 안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혁신은 그저 새롭기에 가치 있는 게 아니라 안전하고 유용할 때 가치 있게 추구된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4·3 이후 ‘제주’ 지우려 애쓴 75년…97살 돼서야 비로소
- 한국의 아시안컵 3위 결정전은 없다…왜?
- 19년 만에 늘어나는 의대 정원, 배분은 어떻게 할까
- 수감 0일…김관진·김기춘, 사면 닷새 전 수상한 ‘상고 포기’
- 법원, 가습기살균제 피해 ‘국가도 범인’ 응답했지만…
- 녹색정의당 합류? 조국·송영길도?…‘야권 비례연합’ 현실화 변수는
- 국힘, 서병수·김태호에 ‘험지’ 출마 요구…‘낙동강 벨트 탈환’ 전략
- ‘월 50만원 5% 적금’이랬는데, 5% 이자가 아니라고요?
- “삼성 합병, 사업목적 1%만 있어도 승계목적 무죄라는 논리”
- 꽃 대신 ‘채소쌈 부케’…쓰레기장 웨딩촬영 커플의 친환경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