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금리인하' 사실상 소멸…"중립금리 올라 연준 서둘 필요 없다"
강력한 경제에 연준 금리인하 시간 벌어
파월 이어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도 동조
"중립금리 올라 현 금리 생각만큼 긴축 아닐수도"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점점 더 뒤로 미뤄지는 분위기다.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현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예상보다 미국 경제가 탄탄하다는 신호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다 중립금리(r*) 상승으로 실질금리 상승 속도가 생각만큼 빠르지 않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소멸했고, 5월 인하 가능성도 60% 수준으로 떨어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서비스업 인플레이션 둔화가 있어야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고 밝혔는데, 이와 상반된 결과가 나온 셈이다.
특히 자재 가격지표가 지난달 56.7에서 64.0으로 급등했는데, 예상보다 비용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는 홍해 위기에 따라 운송 비용 상승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ISM 측은 “비용 압박 및 지속적 지정학적 갈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우려스럽다”고 설명했다. 연준 입장에서는 금리 인하를 서두르면 안 될 만한 데이터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경제가 회복되고 중립금리 수준이 높아진 상황에서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전날 파월 연준 의장이 CBS와 인터뷰에서 거듭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결정하는 데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과 궤를 같이한 발언이다.
그는 이날 미내애폴리스 연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미국 경제가 탄탄한 것은 연준 정책이 겉으로 보이는 만큼 성장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팬데믹 이전에 낮은 중립금리 환경을 고려하면 현재 통화정책기조가 생각만큼 긴축적이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과열되거나 침체하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달성하도록 하는 금리다. 중립금리 수준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지만, 연준은 사실상 중립금리로 볼 수 있는 장기금리 추정치 중앙값을 연 2.5%로 보고 있다. 여기서 인플레이션 목표치(2%)를 빼면 실질 중립금리는 연 0.5%다.
지난 15년간에는 실질 중립금리를 사실상 ‘제로’에 가깝게 봤지만, 팬데믹 이후 현재는 더 상향됐다는 게 카시카리 총재의 주장이다. 실질 중립금리가 올라갔다면 연준이 현 기준금리를 예상보다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카시카리 총재는 “몇달간 실질 연방기금 금리가 급격히 긴축됐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통화정책 기조의 변화를 과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고, 이제는 6월 인하 쪽으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패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이날 오후 4 시기준 연준이 오는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16.0%까지 뚝 떨어졌다. 5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61.6%로, 전날(73.1%)보다 하향됐다. 6월 인하 가능성은 93.5%에 달한다.
글로벌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는 올해 중반이 될 것이라고 제시했고, 우리는 5월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면서도 “그러나 5월보다 더 늦게 금리를 내리기 시작해 가파르게 인하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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