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학대 혐의’ 특수교사 항소 “주호민 발언 허위…금전 요구 안 해”
“저는 주호민씨 측에 금전을 요구한 적이 없습니다.”
“주호민씨는 재판이 끝나자마자 개인 방송에서 제가 학생들에게 ‘쥐XX’라고 발언했다고 한결같이 주장하였습니다. 저는 결단코, 누구에게도, 평생 단 한번도, 그런 단어를 사용해본 적이 없습니다.”
“4시간 가량의 녹음 분량을 5분만 듣고 아동학대로 판단한 담당 공무원은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아무 책임이 없는지 묻고 싶습니다.”
“학부모가 자신의 감정이 상한다고 순간적 감정으로, 무턱대고 교사의 수업을 녹음하는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웹툰 작가 주호민(42)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단(벌금 200만원 선고유예)을 받은 특수교사 A씨가 6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말했다. A씨는 “제 꿈은 특수교사였고 그것을 ‘타의’에 의해 잃고 싶지 않다”며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주씨가 번개탄, 유서 등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저는 아직도 피고인 낙인을 떼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A씨가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A씨 측 김기윤 경기도교육감 고문변호사와 특수교사노조 50여 명이 함께했다. 교사들은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마스크를 쓴 채 국화꽃을 손에 들고 있었다.
◇”’싫다’고 말한 건 아동 문제 행동…아동 자체 의미 아냐”
앞서 주씨는 지난 1일 1심 판결이 나오자마자 개인 방송과 라디오 방송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특수교사 A씨가 고소를 취소하면서 금전적인 배상을 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A씨가 학생들에게 ‘쥐XX’라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했다. 주씨의 아내 한수자씨는 ‘몰래 녹음’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A씨는 판결 후 주씨가 한 발언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A씨는 “주씨 측에 금전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했다. 주씨가 A씨를 선처하겠다는 내용이 보도되자 변호사가 주씨 측 국선 변호인에게 합의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전달했고, A씨가 금전 요구는 원하지 않는다고 하자 삭제된 가이드라인을 다시 전달했다는 게 A씨 설명이다.
A씨는 “주씨는 개인 방송에서 마치 제가 ‘항복’을 요구하듯이 금전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며 “협상 상대가 답변하기도 전에 철회한 것을 두고 항복을 요구하는 사람의 태도라고 주장하는 것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A씨는 ‘쥐XX’ 발언을 했다는 주씨의 주장에 대해 “처음 주씨가 제출한 녹음 원본에서도 그 부분은 들리지 않는다고 속기사가 표시했다”며 “이런 황당한 주장을 한 검사 측은 공소장을 변경하지 못했다. 그런 사실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이 끝난 후 주씨는 제가 아동들에게 ‘쥐XX’라는 표현을 했다고 허위 사실을 이어갔다”며 “사실 왜곡이며 저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했다.
A씨는 “1심에서 검사 측이 기소한 다른 내용은 모두 무죄로 판결됐고 ‘싫어’라는 표현을 짧게 반복한 것 하나만 유죄로 인정됐다”며 “제 교실을 좋아하는 아동과 ‘좋다’, ‘싫다’를 표현하며 문제 행동을 지도해도 괜찮을 정도의 친밀감은 이미 형성됐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어 “제가 싫다고 말한 것은 아동의 문제 행동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 아동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검찰 원본 소리 증폭·변조해…’쥐XX’ 들리는 것처럼 유포, 검찰 실수”
A씨는 주씨 측이 2022년 9월 13일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 대화를 녹음한 데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 주씨는 아들이 그 즈음에 배변 실수를 자주 해서 녹음기를 넣었다고 언론에 말했다. 그런데 이틀 후 주씨 아들 관련한 회의에서 주씨는 배변 실수와 관련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게 A씨 설명이다.
재판부는 주씨 측의 ‘몰래 녹음’을 증거로 인정해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A씨는 “장애 아동 학부모가 녹음했다는 점이 고려되어 대법원 판례와 다르게 불법 녹음이 (증거로) 인정된 것에 아쉬움이 남는다”며 “불법 녹음 예외가 인정되려면 녹음기를 넣기 전에 의혹을 해소하려 학부모가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용인시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은 문제가 된 녹음 파일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고도 했다. A씨는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해당 공무원은 ‘5분 정도 짜깁기 된 음성 파일만을 듣고 아동학대로 판단했다’고 진술했다”면서 “저는 그동안 아동학대 교사가 어떻게 양산되는지, 왜 피고인이 된 교사들이 자살을 선택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쥐XX’ 발언과 관련해 검찰 측에 유감도 표명했다. A씨는 “검찰 측은 원본 소리를 증폭하거나 변조하는 조작으로 내용의 실체를 확인하려 노력했다”며 “재판에 참여한 일부 부모님들은 녹음이 재생되자마자 ‘쥐XX’라는 단어를 말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명확하게 검증되지 않은 특정 단어가 명확하게 들리는 것처럼 유포된 데에는 검찰의 실수가 크다”고 했다.
앞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A씨에 대한 1심 판결 이후 “특수교육 현장의 특수성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아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임 교육감은 “몰래 녹음이 법적 증거로 인정돼 교육 현장이 위축될까봐 우려된다”며 “교육 현장에서는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한탄의 말이 들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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