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닮은꼴 비리’ 또 있었다… 민간업자들 수십억~수백억 부당 이득
대장동·백현동 비리를 계기로 감사원이 경기도 지방자치단체의 부동산 개발 사업을 점검해보니, 다수의 사업에서 대장동·백현동처럼 민간 사업자에게 특혜를 주는 등의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통해 민간 사업자가 부당하게 챙긴 경제적 이득은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달했다.
6일 감사원이 공개한 ‘지방자치단체 참여 부동산 개발 사업 추진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총 사업비 1조8000억원 규모 ‘김포 한강시네폴리스’ 개발 사업에서 가장 많은 특혜가 있었다.
김포시 산하 공공기관인 김포도시관리공사는 2014년 이 사업에 참여할 민간 사업자를 선정했다가 사업 진행이 부진하자, 기존 사업자와의 협약을 해지하고 2019년 새 사업자를 공모했다. 새 사업자로는 IBK투자증권과 협성건설이 대표사로 참여한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당시 김포도시관리공사는 대표사가 전체 지분의 48% 이상을 보유해야 하고, 대표사가 신용등급이 높고 충분한 자본을 갖춰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있었다. 기존 민간 사업자의 규모가 작고 신용도가 낮아서 사업이 진척되지 않았다고 보고,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내건 조건이었다.
그러나 감사원이 확인해 보니, 협성건설은 명목상 대표사였고 S사가 이 컨소시엄의 실질적인 대표사였다. S사가 신생 업체이고 신용등급도 낮으며 자본도 많지 않아 S사를 내세우면 사업자로 선정되지 못할 것이라고 본 관계자들이 협성건설이 대표사인 것처럼 허위로 사업 계획서를 꾸며 제출했던 것이다. 이들은 협성건설과 ‘형식적인 대표사로서 업무를 수행하되 일체의 책임을 면책한다’는 특별 협약까지 몰래 맺어놓고 있었다.
공사를 속여 사업자로 선정된 IBK-협성건설 컨소시엄 관계자들이 사업비 일부를 빼돌린 정황도 확인됐다. 컨소시엄 관계자들과 공사 직원들은 이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세워진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의 이사를 맡고 있었고, 이들은 2019년 8월 PFV가 S사에 자산 관리를 위탁하는 계약을 체결하게 했다. 계약에는 S사에 사업 대상 부지의 50% 이상을 확보하면 1차 인센티브로 135억원, 100%를 확보하면 2차 인센티브로 74억원을 준다는 조항이 있었다.
하지만 사업 추진이 부진했다는 기존 민간 사업자도 이미 사업 대상 부지의 50% 이상을 확보했었던 적이 있고, PFV가 S사와 자산 위탁 계약을 체결하기 직전에도 이미 부지 재확보율이 40%를 넘던 상황이어서, S사와 1차 인센티브 계약을 하지 않아도 조만간 부지 재확보율이 50%를 넘길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컨소시엄 관계자들과 공사 직원들은 S사에 135억원을 사실상 거저 주는 계약을 승인해줬다. 2021년 1월에는 부지의 100%가 아니라 80% 이상만 확보해도 2차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게 계약 조건을 바꿔주기도 했다. 그 결과 S사는 1·2차 인센티브로 209억원 이상을 챙겨갔다.
또 S사 대표 A씨 등 컨소시엄을 주도한 관계자들은 기존 민간 사업자가 이미 사업에 투입했다고 주장하는 230억원을 그대로 주기로 미리 합의를 해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PFV는 이 합의의 당사자가 아니었으므로 이 합의에 따라 돈을 줄 의무가 없었다. 그런데도 PFV의 자산 관리를 위탁받은 S사는 기존 민간 사업자의 채권자들이 사업비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자 소송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패소했고, PFV에 이 147억원을 대신 내달라고 했다. 컨소시엄 관계자들과 공사 직원들은 PFV 이사회에서 이 안건을 승인해줬다.
S사 대표 A씨는 자기가 59% 지분을 갖고 있는 다른 회사 B·C사를 내세워서도 사업비를 빼돌렸다. S사는 2020년 9월 B사가 특수관계에 있는 회사라는 것을 숨기고 PFV에 B사와 분양 대행 계약을 체결하게 했고, B사 잘못으로 계약이 해지됐는데도 PFV가 B사에 38억원을 정산해주게 했다. 또 PFV에 C사와 5억원짜리 연구 용역 계약을 체결하게 했다. 그러나 C사는 A씨가 소유한 페이퍼 컴퍼니로, 실제 연구 용역을 수행할 능력이 없는 회사였고 5억원은 A씨가 개인적으로 챙겼다. S사도 2020년 3월 PFV와 164억원짜리 ‘프로젝트 관리 용역’ 계약을 맺어 PFV 돈을 가져갔다. 그러나 S사가 2022년 11월까지 2년 8개월간 관리 용역에 실제로 쓴 금액은 23억원에 불과했다.
감사원은 IBK-협성건설 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김포도시관리공사를 속인 혐의로 컨소시엄 관계자 3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이 가운데 1명은 이 과정에서 A씨 등으로부터 금품 등 875만원을 받고 자기 소속 은행이 컨소시엄에 참여하게 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감사원은 또 S사 등에게 특혜를 주는 안건 여러 건을 PFV 이사회에서 승인해준 컨소시엄 관계자 및 공사 직원 등 4명과, S사 대표 A씨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 공사에는 S·B사 등에 PFV를 통해 부당하게 준 인센티브와 정산금, S사를 대신해 갚아준 배상금 등 259억원을 컨소시엄 관계자와 A씨 등으로부터 회수하라고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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