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에 아파트 빌려드려요” 청년 불러 모은 화순토박이 [헤경이 만난 사람-구복규 전남 화순군수]

2024. 2. 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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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 한 장에 한 달을 살 수 있는 아파트를 드립니다.'광주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전남 화순군.

관내 비어있는 아파트를 화순군이 임대해 이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면서 지역상권에 활기가 돌고 인구도 증가했다.

"군수는 심부름꾼이예요. 제가 공무원 막내였을 때 경직되고 딱딱했던 공직사회도 이미 달라졌죠. 살기좋은 내고향 화순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로 만들고 싶습니다"걸걸한 목소리에 친근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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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돌아오니 지역상권도 활기
외국인공무원 채용 등 이색행정도
화순, 가장 행복한 도시로 만들고파

구복규 전남 화순군수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 중 집무실에 있는 한국춘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화순군은 춘란을 사업화해 농가소득 증대로 이끌 계획이다. 서인주 기자


‘만원 한 장에 한 달을 살 수 있는 아파트를 드립니다.’

광주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전남 화순군. 인구 6만여 남짓의 평화로운 시골 소도시가 지난해 전국적인 화제를 모았다.

화순군이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만원임대주택 정책을 선보였는데 이게 대박이 터졌다. 광주를 비롯해 전국의 청년이 화순으로 몰려들었다. 관내 비어있는 아파트를 화순군이 임대해 이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면서 지역상권에 활기가 돌고 인구도 증가했다. 이를 따라하는 지자체도 하나둘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 평가에서 화순군이 최우수상을 받은 배경이다.

‘화순토박이’ 구복규 군수가 아이디어를 냈다. 19살에 공직에 발을 딛은 그는 40년 넘게 화순군에서 한우물을 팠다. 군수로 당선되면서 평소 고민해왔던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수십년의 행정경험과 노하우 이른바 탄탄한 내공이 뒷받침되면서 시행착오는 확연히 줄어들고 있다.

‘운동화 군수 구복규’

3일 화순군청에서 구 군수를 만났다. 커다란 테이블 위에는 작고 새초롬한 느낌의 한국춘란이 양반집 규수처럼 취재진을 맞았다. 그가 열정을 들여 추진하는 또하나의 핵심 아젠다가 바로 난산업이다. 그는 1년 365일 내내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 책상 보다는 현장을 우선시 하기 때문에 틈나는 대로 민원 현장을 찾는다. 난초 프로젝트도 그렇게 태어났다.

“군수는 심부름꾼이예요. 제가 공무원 막내였을 때 경직되고 딱딱했던 공직사회도 이미 달라졌죠. 살기좋은 내고향 화순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로 만들고 싶습니다”

걸걸한 목소리에 친근한 이미지. 격의 없는 군수. 그에게 받은 첫인상이다. 낮추면 품격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에게 들은 화순 이야기와 지역발전 전략 등을 여과없이 전달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난해 화순은 만원임대주택 정책으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청년이 돌아오는 화순’을 만들기 위한 기발한 주거지원 아이디어로 풀이된다. 올해 계획은.

365일 운동화를 신는 구복규 군수. 서인주 기자



▶아시다시피 지방인구 감소가 심각하다. ‘만원아파트’는 청년에게 집과 일자리를 동시에 준다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읍내에 비어있던 20평(방3개) 규모 부영임대아파트를 임대해 1만원만 받고 임대하는 방식이다. 작년에 48억원을 들여 100가구를 공급했는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실이 해소됐고 청년이 돌아오면서 지역 상권이 활성화했다. 보증금은 다시 돌려받기 때문에 예산절감 효과가 있어 일석삼조다. 4년간 400가구 공급을 목표로 세웠다. 올해도 100가구를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입주자 공고는 3월, 입주는 4월로 예정돼 있다.

-평균수명이 높아지면서 반려동·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졌다. 특히 난은 군민소득 증가와 소득작목으로 주목받고 있어 화순의 미래산업이라는 평가도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반려동물과 식물을 키우는 인구만 1500만명이다. 그만큼 우리사회와 문화수준이 발전한 것이다. 공직사회에서 승진철이면 꽃선물이 많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대부분이 양란이다. 양란은 겉은 화려한데 오래가지 못한다. 국내 화훼시장만 6조원 가량인데 여기서 아이디어를 착안했다. 중국에서는 난 하나에 30억~40억원 하는 시장도 이미 형성돼 있다.

화순은 전국적으로 한국 춘란이 많이 나는 고장이다. 전국 최초로 난산업팀을 구축했고 지난해 30억원을 투입해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농가가 키운 난을 군이 매입하고 판매하는 방식이다. 물론 농가에는 50% 가량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벼농사 200평을 짓고 나면 순이익은 20만원 수준인데 난 산업은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양란 시장만 잡아도 승산이 있다. 한국춘란, 매년 꽃도 피고 아름답다. 나이가 먹어서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농업기술센터 교육과정을 개설했고 난 온실 900평도 신축할 계획이다. 앞으로 가격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대중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전국 지자체 최초로 화순군이 다문화가족 지원을 위해 외국인 여성으로 구성한 전담팀을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실제 현장에서 느끼는 반응은.

▶우리 며느리가 외국인이다. 외국에서 한국에 시집와서 사는데 정착하는데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겠는가?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다르니 말이다. 화순군만 다문화가정 2000여명이 살고 있고 점차 늘고 있다. 그런데 제대로 된 지원시스템이 부족해 이혼과 가정불화, 아동학대 등 사회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다. 그래서 시집온 외국인 여성을 공무원으로 채용하자고 생각했다. 전국 최초로 자국민 전담 다문화팀을 신설한 배경이다.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일본, 중국 등 5개 나라 직원이 열심히 일하고 있다. 가정방문해서 통역, 은행, 보육 등을 돕고 있는데 반응이 너무 좋다. 전남도를 비롯해 담양, 거창, 고령 등 타 지자체도 이를 도입한 걸로 알고 있다. 아마 전국적으로 확산될 거다.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 천변에 설치된 꽃강길 음악분수가 눈길을 끌고 있다.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 같은데.

▶요즘 밥은 다 먹고 산다. 이제는 문화를 향유하게 돼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감수성 높다. 요즘 유행하는 황톳길 맨발걷기도 새로운 문화로 인기가 높다. 일도 하고 산책도 하고 사색도 하는 힐링공간이 필요한 이유다. 전남도의원 시절 목포 평화광장 근처 숙소에서 자주 묵었는데 평화광장 분수쇼가 매력적이었다. 선남선녀가 몰려드니 커피숍이나 식당 등도 장사가 잘됐다. 내가 군수가 된다면 이걸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화순천을 생각했고 담당과장과 상의해 음악분수를 설치했다. 여수엑스포 빅쇼를 설계한 업체가 참여했는데 인기가 좋다. 3월 축제를 여는데 꼭 다시 놀러왔으면 좋겠다.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활발한 소통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계기가 무엇인가.

▶제가 직접 다하고 있다. 선거에 출마하기 전에는 유튜브 방송도 했는데 먹방까지 했다. 당시 구독자가 1500명 가량 됐는데 광주는 물론 서울에서 화순을 알게 되고 식당을 찾아오는 손님도 늘었다고 하더라. 선거 때도 라이브 방송을 통해 일정 등을 소통하고 공유했다. 현재 페이스북 친구가 5000명 가량 되는데 군수일정을 비롯해 군정소식을 알리고 있다. 화순 축제에 초대가수 김호중이 왔는데 이날 SNS에 올린 화순 파프리카가 팬들에게 알려지면서 하루 2000만원어치가 팔리기도 했다.

-118년 역사의 화순탄광이 지난해 조기 폐광했다. 폐광대체 산업 발굴이 현안과제인데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강원랜드를 유치한 강원도 정선이 벤치마킹 모델이 될 것 같은데, 제2의 강원랜드를 화순에 유치할 수는 없는가.

▶화순탄광이 지난해 6월 폐광했다. 70만평의 부지를 어떻게 활용해 관광자원화할 것인가를 고심하고 있다. 이것이 가장 큰 이슈이기도 하다. 사업계획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고 기획재정부 예타조사대상에 선정됐다. 강원 태백, 삼척도 곧 폐광이 되는데 이들 지역과 연대해 골프장, 산업단지 등 활용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후손에게 손가락질 받을 짓을 해서는 안 된다.

-’관광객 500만 유치’를 군정 목표로 내세웠다. 화순은 천혜의 문화관광자원과 전통음식 등 경쟁력이 많지만 접근성과 관광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산좋고 물좋은 화순은 정말 살기 좋은 고장이다. 무등산 입석대 여기도 화순땅이다. 적벽, 숲정이, 고인돌축제, 조광조 유배지, 운주사 등 권역별 관광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화순문화관광재단도 출범했다. 고인돌 축제는 83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고 도곡면 모산마을은 유엔세계관광기구 최우수 마을에 선정되기도 했다.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파크골프장 수요가 늘고 있다. 군이 87홀 규모의 파크골프장과 수변공간 조성 계획을 밝혔는데 파크골프 시장 전망은 어떻게 보고 있나.

▶파크골프 회원은 50여만명으로 추산되는데 계속 늘고 있다. 화순에는 총 87홀 규모의 국내 최대 규모의 홍수조절지 파크골프장이 있다. 여기에 18홀 규모의 능주파크골프장도 보유하고 있다. 지역관광 발전의 한 축이 될 걸로 예상된다.

-오랜 공직경험에서 나온 아이디어와 정책이 많아 때로는 화순 공무원의 업무가 늘어나고 있다는 말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공직자가 변화와 혁신에 거부감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공무를 수행하면서 철저한 기획 아래 업무를 추진하는 것과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으로 일 처리하면 많은 차이가 난다.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려면 처음에는 누구나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자신감이 차오르고 나름 성취감도 느끼게 된다. 공직사회에서도 창의력이 필요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화순읍장, 재선 도의원 등 35년의 공직경험이 풍부하다. 젊은 직원과는 어떻게 소통하는가.

▶군청 직원만 1400여명이다. 사실 군수실에 와보지 않는 공직자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문턱을 낮추고 결제시 직원을 동행시키고 있다. 이것도 소통이고 교육이다. 지난해 68명의 공무원이 한 번에 채용됐다. 전체 공직자 40대 이하가 38% 수준이다. 200여명의 젊은 직원과 대화에 나섰고 ‘군수에게 바란다’ 60가지를 적어냈다. 가능하면 직원 입장을 들어주려 한다. 하지만 민원실 점심 휴무 같은 제안은 거부했다. 우리가 공직자인데 공무원 편하려고 일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5분스피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처음에는 다 안 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서로 하려고 한다.

-혈색이 좋고 건강해 보인다. 평소 건강관리는.

▶따로 운동하는 것은 없다. 다만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일에 대해 매사 집념을 가지고 있는 생활습관을 유지한다. 일하면서 놀아본 기억이 없고 9시에 자고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고 있다. 즐겁게 출근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는 긍정적 사고와 심적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정리=서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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