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 화산재에 묻힌 고문서, AI가 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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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전 폼페이를 멸망시킨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손상된 두루마리에 써 있는 문자를 인공지능(AI)이 해독했다.
이들의 해독 성과는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훼손된 파피루스 조각과 두루마리의 내용을 밝히는 '베수비오 챌린지'에서 우승작으로 선정됐다.
앞서 과학자들은 이 두루마리의 고해상도 컴퓨터단층촬영(CT) 이미지를 공개하고 전세계의 참가자들이 내용을 해독하는 데 도전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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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전 폼페이를 멸망시킨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손상된 두루마리에 써 있는 문자를 인공지능(AI)이 해독했다. 화산재에 묻혀 있던 두루마리에선 고대 로마인의 생활상을 단편적으로 엿볼 수 있었다. 학계는 더 많은 두루마리의 내용이 해독되면 고대 로마에서 활동했던 에피쿠로스학파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집트, 스위스, 미국 대학생 3명으로 이뤄진 연구팀은 화산 폭발 당시 타버린 두루마리에서 2000개 이상의 그리스 문자를 읽어내는 데 성공했다. 두루마리 전체의 약 5%에 해당하는 수백 개의 단어를 밝혀냈다.
이들의 해독 성과는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훼손된 파피루스 조각과 두루마리의 내용을 밝히는 '베수비오 챌린지'에서 우승작으로 선정됐다.
이 대회는 18세기 이탈리아 로마의 고급 빌라에서 발견된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에 담긴 내용을 밝히는 것이 목표다. 총 280개의 두루마리가 전해지고 있지만 전부 손상이 심해 열어볼 수가 없는 상태다. 앞서 과학자들은 이 두루마리의 고해상도 컴퓨터단층촬영(CT) 이미지를 공개하고 전세계의 참가자들이 내용을 해독하는 데 도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우승한 연구팀은 CT 이미지에 담긴 갈라진 진흙과 유사한 질감 부분을 감지하는 머신러닝(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했다. 미국 켄터키대 연구팀이 개발한 이 솔루션은 참가자들이 두루마리에 적힌 문자의 내용을 확인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기반이 됐다.
이번에 밝혀진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의 내용은 건전한 쾌락주의로 알려진 철학자 에피쿠로스를 추종했던 학자 필로데무스가 연구를 했던 도서관의 장서로 추정됐다. 이 두루마리가 발견된 로마의 별장 또한 에피쿠로스 학파의 후원자이자 로마 공화국의 정치가였던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장인 루키우스 칼푸르니우스 피소의 별장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두루마리에는 당시 사람들이 즐기던 '유쾌한 맛'과 '볼거리' 등 감각에서 비롯되는 쾌락의 원천을 찾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플루트 연주자로 추정되는 인물 '제노판투스'도 등장했다. 고대 로마 제국의 스토아학파 철학자로 유명한 세네카와, 플라톤주의 철학자이자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으로 잘 알려진 작가인 플루타르코스가 언급하기도 한 이 연주가는 그의 연주를 들은 알렉산더 대왕이 감격해 무기를 꺼내들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두루마리에는 음악이 주는 즐거움에 대해 논하는 과정에서 제노판투스가 언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베수비오 챌린지의 심사위원을 맡은 리차드 얀코 미국 미시건대 앤아버 교수는 "에피쿠로스 학파가 논의한 주제들, '인간은 어떻게 하면 좋은 삶을 살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고통을 피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들은 인간의 삶과 직접적으로 마주한 문제를 다룬다"며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에는 더 많은 그리스 철학이 담겨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에 우승한 대학생 연구팀의 일원인 루크 패리터 미국 네브래스카링컨대 컴퓨터공학과 재학생인 지난해 8월 두루마리에서 '보라색'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문자를 처음 읽어내기도 했다. 베수비오 챌린지의 주최측은 2024년까지 발굴된 두루마리의 85%를 읽는 것을 목표로 대회 주제를 새롭게 설정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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