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근로시간·계속고용' 시동 걸었지만…이견 첨예 험로 예고
'최대 관심사' 근로시간,…'유연화' 놓고 입장차 여전
고령화에 '계속고용' 급부상…"정년연장" vs "재고용"
합의 도출까지 난항 예상…총선에 노정 관계도 '변수'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가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막을 올리고 근로시간 및 계속고용 등 논의에 시동을 걸었지만, 최종 합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장시간 근로 해소와 저출산·고령화 대응을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데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각 의제를 둘러싼 노사 간 이견과 쟁점이 첨예하면서다. 총선 등 정치적 이슈도 변수다.
'최대 관심사' 근로시간,…'유연화' 놓고 입장차 여전
노사정은 경사노위 산하에 '일·생활 균형위원회'를 신설해 장시간 근로 해소를 위한 근로시간 단축 및 유연성, 근로자 건강권 보호, 일하는 방식 개선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개혁의 일환이기도 하다. 다만 노사정은 이번 사회적 대화 의제 합의에서 '노동개혁'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앞서 이른바 '주 최대 69시간' 논란으로 역풍을 맞은 정부는 지난해 11월 현행 '주52시간제' 틀은 유지하되 일부 업종과 직종에 한해 유연화를 추진하는 내용의 '근로시간 개편 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방안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일방적인 방식이 아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적 논의를 충분히 거치겠다는 것이다.
이에 이번 노사정 대화 의제에는 예상대로 근로시간이 포함됐지만, 노사 간 입장차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경영계는 "경직적인 현행 제도는 급변하는 노동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며 근로시간 유연화를 요구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도 이날 인사말에서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등 구조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반면 노동계는 "정부가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명분으로 결국 주52시간제 유연화와 노동시간 개악을 재추진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장시간 근로 우려 등 근로시간 개편 논의를 경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사정 간 이견을 좁히는 데 역할을 해온 김덕호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기자 설명회에서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 방향을 전제로 논의하는 것은 아니다"며 충분한 사회적 대화를 거듭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대법원이 연장근로시간 위반 여부를 '1일 8시간 초과'가 아닌 '1주 40시간 초과'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향후 논의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고령화에 '계속고용' 급부상…"정년연장" vs "재고용"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고령 사회'(14% 이상)에 들어선 지 7년 만으로 미국(15년), 일본(10년)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것이다.
특히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따른 산업현장 인력난 심화 우려 등으로 '고령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냐'는 최근 우리 사회의 중요 현안으로 급부상한 상태다.
현재 고령자 계속고용 방식으로는 재고용과 정년연장, 정년폐지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계속고용 방식을 둘러싼 노사정 간 입장차는 큰 모습이다.
노동계는 안정적인 고용 방식인 정년 연장을 요구한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날 "이미 초고령화 시대에 진입한 만큼 늦었지만 정년연장을 포함한 생애 주기에 맞는 지속 가능한 고용 구조에 대한 해법을 도출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경영계는 기업의 부담 등을 이유로 임금체계 개편과 퇴직 후 재고용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도 정년 연장보다 재고용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사정은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에서 정년연장 방안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중고령층 노동시장 참여 확대 방안, 청년·고령자 상생 고용 방안, 중고령자 전직·재취업 지원 확충방안 등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기로 했다.
김 상임위원은 "일단 계속고용 틀 안에서 정년연장, 정년폐지, 재고용을 모두 논의할 것"이라며 "(논의 의제인) 정년연장 방안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은 노동계와 경영계의 주장이 둘 다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의 도출까지 난항 예상…총선에 노정 관계도 '변수'
일단 경사노위는 본위원회 이후 빠른 시일 내 의제별 위원회와 특별위원회 위원을 구성해 본격적인 논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르면 이달 내 위원 구성을 완료해 이달 말께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다만 근로시간 및 계속고용 등 주요 의제를 놓고 노사가 이견이 좁히기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김동명 위원장은 "안건 조율 과정에서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고, 앞으로 본격적인 논의에 늘어가면 더 큰 난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공생·공존하는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 함께 가자"고 말했다.
손경식 회장도 "앞으로 진행될 사회적 대화가 노사 한 쪽의 이해 관계가 아닌, 국민 전체 이익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타협을 이뤄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노사가 각자 다른 입장을 대변하면서 사회적 대화에 임하겠지만, 대화의 첫 단추가 잘 끼워진 만큼 앞으로 힘과 지혜를 모은다면 국민의 기대에 걸맞는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4월 총선과 노정 관계도 변수다.
경사노위는 총선 등 정치 상황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총선 결과에 따라 사회적 대화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노정 관계가 악화할 경우 지난해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를 중단한 것처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다.
김 상임위원은 사회적 합의 시점과 관련해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한 연말은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시기와 속도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했다. 김 상임위원은 "사회적 대화는 그 자체로서 존재의 가치가 있다고 본다"며 "서로의 생각을 들어보고 협의하고 공론화해 국민이 알게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치에 휩쓸리거나 마음이 급해서 합의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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