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에 추락한 독수리, 덴버동물원으로?

김지숙 기자 2024. 2. 6. 13: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애니멀피플] 댕기자의 애피랩
활공하는 독수리의 모습. 코넬대학교 조류학연구소 이(e)버드 제공.
자연과 동물의 세계는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경이롭습니다. 한겨레 동물전문매체 애니멀피플의 댕기자가 신기한 동물 세계에 대한 ‘깨알 질문’에 대한 답을 전문가 의견과 참고 자료를 종합해 전해드립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동물 버전 ‘댕기자의 애피랩’은 매주 화요일 오후 2시에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궁금한 점은 언제든 animalpeople@hani.co.kr로 보내주세요!

Q. 지난주 전남 광양에 미국 덴버동물원의 인식표를 단 독수리가 다친 채 발견돼 화제였어요. 독수리는 전남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로 구조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던데요, 그럼 독수리가 회복되면 다시 동물원으로 돌아가는 건가요?

A. 구조된 독수리는 동물원 인식표를 달고 있지만 ‘야생동물’입니다. 인식표는 독수리의 번식과 이동 경로를 연구하기 위해 동물원 연구진이 몽골에 사는 야생 개체에 부착한 것이에요. 그러니 만약 독수리가 잘 회복한다면, 돌아갈 곳은 동물원이 아닌 몽골의 하늘이 될 예정입니다.

‘네가 왜 여기서 나와?’ 지난달 29일 전남 광양의 한 밭에서 독수리(Cinereous Vulture)가 날개가 탈구된 채 구조된 뒤 나온 반응입니다. 당시 독수리의 날개에는 인식표(Wing Tag·야생조류의 서식현황을 조사하기 위해 부착하는 표식)가 달려 있었고 발목에는 금속 가락지가 끼워져 있었는데요, 이 표식들이 바로 미국 콜로라도의 덴버동물원에서 부착한 것이기 때문이에요. 금속 가락지에는 ‘발견 시 연락바란다’라는 내용의 문구가 영어와 몽골어로 적혀 있었다고 해요.

29일 낮 전남 광양읍 한 밭에서 독수리 한 마리가 날개가 탈구된 채 구조됐다. 구조된 독수리의 발목에는 미국 덴버동물원의 인식표가 부착돼 있었다. 전남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제공

미국 동물원의 인식표를 단 독수리가 전남 광양의 밭에서 구조되었다니, 국내 언론들은 앞다투어 이 소식을 전했어요. 그런데 동물원이라는 ‘키워드’가 예기치 못한 오해를 불러왔습니다. 소식을 접한 많은 분이 동물원에 살던 독수리가 탈출해 대양을 건너 이곳까지 온 것으로 받아들이신 것이죠. 그러다 보니 실제 독수리를 구조한 전남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허재웅 재활관리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독수리는 미국 덴버에서 온 게 아니라 실은 몽골에서 왔다. 뉴스는 산으로…센터에는 전화가 폭증하고 있다”고 밝힐 수 밖에 없었죠.

독수리의 발목에 부착된 인식표(왼쪽)와 치료 뒤 계류장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독수리 모습. 전남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제공

허 재활관리사는 오해를 풀기 위해 애니멀피플에 좀 더 상세한 설명을 해줬습니다. 그는 “덴버동물원은 독수리의 번식, 서식지, 이동현황 등을 연구하기 위해 몽골을 찾아 그곳에서 야생 개체들에 인식표를 부착하고 있다. 철새인 독수리는 여름철 티베트, 몽골, 중국 북동부에서 지내다가 겨울을 나기 위해 한반도 인근으로 이동한다. 이 개체도 그중 한 마리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덴버동물원은 지난 20여년 간 몽골과학아카데미와 협력하며 몽골 이크노르트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황조롱이, 회색독수리 등의 맹금류에게 인식표를 부착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에는 아시아맹금류연구보전네트워크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국내를 찾은 덴버동물원 독수리보전프로젝트 관계자들이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를 찾아, 실제 독수리에게 인식표를 다는 작업을 함께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에도 이번 광양 사례처럼 몽골에서 한국을 찾았다가 다쳐서 구조된 개체들이 있었고, 앞서 직접 인식표를 달았던 덴버동물원의 관계자가 이 독수리들을 살펴보는 일도 있었다고 해요.

지난 2012년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를 방문한 덴버동물원 독수리보전프로젝트 책임자 리처드 래딩 박사가 몽골에서 인식표를 달았던 개체들을 살펴보고 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그럼 날개를 다친 광양의 독수리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요, 동물원으로 돌아가는 걸까요? 덴버동물원에 직접 이메일로 문의를 해보았습니다. 1일 동물원이 보내온 공식 답변은 ‘독수리는 야생동물이며, 동물원 소유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덴버동물원 에리카 하세 홍보담당 직원은 “독수리를 방생하는데 덴버동물원의 허가는 필요하지 않다. 한국의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 부상당한 독수리를 치료하고 재활한 뒤 적당한 때가 되면 방생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니까 야생동물이기 때문에 원서식지인 몽골로 돌아가게 될 것이란 답변이었습니다.

다친 독수리는 무사히 회복해 몽골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전남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차인환 재활관리사는 2일 독수리의 상태를 전했는데요, 탈구된 어깨를 깁스(석고붕대)하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차 재활관리사는 “농약 중독 등은 3~4일 안에 방생할 수 있지만, 날개 부상의 경우 재활에서 방생까지 꽤 오래 걸릴 수 있다.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날개 부상이 완치되더라도 새들이 이동하는 3~4월 안에 날지 못하면 다시 독수리의 이동이 시작되는 내년까지 구조센터에서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디 두 달 안에 광양 독수리가 쾌차해서 고향으로 훨훨 날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