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고려 사리’, 85년 만에 돌아온다…사리구는 대여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보스턴미술관 소장 고려시대 스님의 사리가 돌아옵니다.
문화재청은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를 일정 기간 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이와 별개로 사리는 대한불교조계종에 기증하기로 미술관 측과 합의했다"고 6일 밝혔습니다.
문화재청과 조계종, 보스턴미술관 관계자들은 5일(현지시간) 보스턴 현지에서 만나 사리가 불교에서 신앙 대상으로 여기는 성물(聖物)이라는 점에 뜻을 모았습니다.
이에 따라 미술관 측은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에 보관된 사리를 올해 부처님오신날(5월 15일) 이전에 조계종에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협상에 참여한 조계종 문화부장인 혜공스님은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뜻의 불교 용어)의 의미를 새기며 사리를 최대한 존중하여 여법하게 모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리구의 경우, 일정 기간 국내에 머무를 것으로 보입니다.
문화재청과 미술관은 상호 교류 전시와 보존 처리 작업을 위해 임시 대여하는 형태로 사리구를 일정 기간 한국에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국외로 반출된 지 약 한 세기 만에 처음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것"이라며 "고려 공예품에 대한 학술 연구 진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협의로 2009년부터 약 15년간 이어져 온 논의는 성과를 냈지만, 추후 사리구를 완전히 돌려받을 수 있는지는 풀어야 할 숙제로 남습니다.
종교계 안팎에서는 사리와 이를 보관하는 용기인 사리구를 하나로 봅니다.
사리가 경배의 대상으로 여기는 종교적 성물이라면, 사리구는 당대 최고 장인이 시대 양식을 반영해 만든 불교 공예품이라는 점에서 미술사적 의미가 큽니다.
그러나 보스턴미술관 측은 잇단 논의에도 과거 불법적으로 취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점을 들어 사리구 반환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조계종, 보스턴미술관과 긴밀하게 협력하며 남은 과제 일정을 착실히 추진할 계획"이라며 "보스턴미술관과는 상호 우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는 14세기 고려 불교문화의 정수를 담은 문화유산으로 평가받습니다.
사리구 안에는 작은 크기의 팔각당형 사리구 5기가 안치돼 있으며,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지공(?∼1363)·나옹(1320∼1376) 스님의 사리 등 사리 4과가 남아 있습니다.
인도 출신인 지공스님은 중국 원나라에서 이름을 널리 알리며 불법을 가르쳤으며, 나옹스님은 공민왕(재위 1351∼1374)의 스승으로 활동하는 등 한국 불교사에 여러 업적을 남겼습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사리구는 고려 말 나옹 스님이 입적한 뒤 만들었으리라 전합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일본으로 유출된 것을 보스턴미술관이 1939년 한 업자로부터 취득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941년 보스턴미술관이 발간한 간행지에 따르면 미술관 측은 사리구가 원래 경기 양주 회암사에 있었으리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사리와 사리구를 돌려받기 위한 논의는 2009년 무렵 시작됐으나, 당시 미술관이 사리만 줄 수 있다는 의향을 밝혔고 2013년 이후에는 협의가 사실상 중단됐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 때 보스턴미술관을 찾은 부인 김건희 여사가 반환을 위한 논의를 제안한 것을 계기로 최근 협의가 재개됐습니다.
이현용 기자 hy2@ichannela.com
Copyright © 채널A.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