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고향' 부산으로 돌아온 '현역 홀드 1위' 진해수의 남다른 각오 [MD괌]
[마이데일리 = 괌(미국) 박승환 기자]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이번 겨울 돌고돌아 처음으로 '고향팀'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있다. 한 명은 KIA 타이거즈를 시작으로 한화 이글스와 SSG 랜더스에서 뛰었던 임준섭, 또 다른 한 명은 현역 선수들 중 홀드 1위(152홀드)에 올라있는 진해수다.
경남중-부경고 출신의 진해수는 지난 2005년 신인드래프트 2차 7라운드 전체 50순위로 KIA 타이거즈의 지명을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KIA에서만 5시즌을 뛴 후 SK 와이번스(現 SSG 랜더스)를 거쳐 2015년부터 LG 트윈스에서만 9시즌을 뛰었다. 그리고 지난해 겨울 트레이드를 통해 롯데로 이적하게 됐다.
좌완 불펜 요원 갈증을 느끼고 있던 롯데는 지난해 11월 27일 진해수를 받는 대가로 2025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 지명권을 내줬다. 당시 박준혁 단장은 "좌완 투수 뎁스를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며, 내년 시즌 즉시 전력이 가능한 선수"라고 진해수를 평가하며 "성실한 자기 관리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여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트레이드를 단행한 배경을 밝혔다.
진해수는 명실상부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 불펜 요원 중 한 명이다. KIA를 시작으로 SK, LG에서 뛰는 16시즌 동안 통산 788경기에 출전해 23승 30패 152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4.96을 기록 중. 152홀드는 현역 선수 1위에 해당되는 기록이며, 은퇴 선수를 포함한 역대 기록에서도 3위에 해당될 정도. 현재 2위에 랭크돼 있는 권혁(159홀드)와 격차는 7홀드 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2012시즌부터 본격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진해수는 2017시즌 LG에서 75경기(52⅔이닝)에 등판해 3승 3패 24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93의 성적을 남기며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고, 2022시즌에도 64경기(45이닝)에 나서 4승 무패 12홀드 평균자책점 2.40으로 매우 훌륭한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해 LG가 29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하는 순간 진해수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LG 불펜 뎁스가 워낙 탄탄한 까닭에 지난해 19경기에 등판해 2홀드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LG가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얻은 후 KT 위즈와 격돌하는 순간에도 진해수는 출장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 2군에 머무는 기간이 길었던 만큼 진해수는 이대로 선수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고 싶지 않았다. 그 결과 '고향팀' 롯데로 전격 이적하게 됐다.
롯데로 트레이드가 된 후 괌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진해수는 "새로운 팀에 와서 다시 스프링캠프를 해보니 감회가 새롭다. 어릴 때부터 롯데 자이언츠 야구를 보면서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워왔다. 돌고 돌아서 롯데에 오게 됐는데, 어릴 때부터 봤던 팀이라 기분이 조금 더 좋다. 설레는 느낌이 많이 나는 것 같다. 팀을 어렵게 옮긴 만큼 잘하겠다는 마음도 많이 생긴다. 조금 더 강한 의지를 갖고 시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해수가 말한 '어렵게 팀을 옮겼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진해수는 "팀(LG)가 우승하는데 나는 빠져있었다. 이는 내가 못해서 빠진 것이기 때문에 아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이 잘 챙겨줬지만, 소중한 사람들과 헤어져서 아쉽지만, 작년에 부진으로 인해 계속 2군에 머무르면서 이대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며 "어떻게든 다시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를 했는데, 이제는 결과를 잘 내야 될 것 같다. 롯데가 새로운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설명했다.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만큼 진해수는 롯데에서는 반드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는 "롯데가 새로운 기회를 준 만큼 그 선택이 틀리지 않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회를 제공해 준 것에 보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며 "기록에 대한 욕심은 없다. 내가 잘해서 1군 엔트리에 들어가고, 경쟁력이 있게 뛸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된다면 기록은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이번 겨울 현역 홀드 1위(진해수)와 2위(김상수)를 모두 보유한 팀이 됐는데, 특히 진해수는 김상수의 모습에서 동기부여가 된 듯했다. 김상수는 재작년 겨울 SSG에서 방출된 후 롯데에 입단하게 됐고, 67경기에 등판해 4승 2패 18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12로 활약한 끝에 이번 겨울 롯데와 2년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이는 진해수에게는 분명 큰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진해수는 "(김)상수도 지난해 나와 같은 입장이었는데, 정말 잘 반등해서 다년 계약도 맺고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LG에도 좋은 투수들이 많았는데, (김)원중이도 있고, (구)승민이, 최준용 등 정말 좋은 투수가 많더라. LG에 못지 않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서포트만 잘 해주면 될 것 같다"며 "좋은 과정을 통해 100%로 지킬 수 있는 마음으로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진해수는 "사직구장 야구장에서 롯데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이 정말 기대된다. 어릴 때는 매번 관중석에서만 야구를 봤다. 이제는 1루 더그아웃에서 사직구장 마운드에 올라가는 모습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롯데에 생각보다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선수들이 많더라. 하지만 올해는 무조건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만큼 선수단의 분위기도 좋다. 부상만 없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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