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맨' 조진웅 "활동명=父존함, 이름값하며 살 수밖에요"[인터뷰]①
조진웅은 영화 ‘데드맨’(감독 하준원)의 개봉을 하루 앞둔 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데드맨’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계의 에이스가 1000억 횡령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으로 살아가게 된 후, 이름 하나로 얽힌 사람들과 빼앗긴 인생을 되찾기 위해 추적하는 이야기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의 공동 각본을 집필한 하준원 감독의 상업 장편 영화 데뷔작이다. 범죄에 해당하는 명의 도용과 ‘바지사장’ 세계를 소재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 전개, 얽히고설킨 다채로운 캐릭터 군단 등 독특하고 신선한 범죄 추적극의 탄생을 기대케 한다. 조진웅과 김희애, 이수경의 첫 호흡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조진웅은 ‘데드맨’에서 바지사장계의 에이스에서 하루 아침에 누명을 쓰고 ‘데드맨’이 된 이만재 역을 맡았다. 이만재는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대여하는 ‘바지사장’ 일을 하다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며 ‘이름’을 소중히 하지 않았던 지난 삶을 반성하고 모든 걸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조진웅이 배우로서 고수하고 있는 활동명 ‘조진웅’은 사실 그의 부친의 실명에서 딴 것이다. 아버지의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만큼 조진웅이 배우로서 느끼는 책임감과 부담도 적지 않을 터. 조진웅은 “어떻게 보면 이름값할 수밖에 없는 수동적 환경을 제 스스로가 만들어놓은 셈”이라면서도 “그만큼 ‘조진웅’이란 이름을 소중히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매번 모든 순간 그렇게 아버지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삶을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면서도, “그럼에도 최소한의 것을 지키고 살자 마음먹게 한다는 점에서 와닿는 지점은 있다”고 털어놨다.
배우 조진웅, 사람 조원준. 두 이름을 갖고 삶을 살아가지만 특별히 두 이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 노력을 기울이진 않는다고도 전했다. 조진웅은 “그런 것 없이 스스로 그냥 살고 있다”며 “조진웅이든, 조원준이든 모두 나이기에 삶의 어떤 질이 특별하게 변하지 않는다. 그 사람디 곧 그 사람이다. 풀어지면서 살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조금 내 삶을 다잡을 수 있게 된 계기는 딸인 것 같다”고 고백했다.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달고 활동하는 아들의 모습에 아버지도 익숙해지셨다고. 조진웅은 “조진웅으로 활동한다고 해서 어디 가겠나. 아버지도 아들이 그렇게 불리는 것에 지금은 익숙해졌다”며 “최근 아버지 카드 한도도 조금 올려드렸다”고 귀띔해 웃음을 안겼다.
‘데드맨’의 출연을 결심한 이유도 밝혔다. 조진웅은 “시나리오를 잘 짰다고 판단한 게, ‘바지사장’이란 생소한 소재를 사용했지만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야기의 전개가 ‘이렇게 흘러갈 수도 있구나’ 설명해주는 지점이 명확했다”며 “마지막 엔딩을 보면서 한편으론 ‘이게(이름이) 뭐라고’란 생각도 들더라. 그 간단한 결정 하나를 얻기 위해 이렇게나 달려온 과정이 허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왜 그동안 내 이름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나, 자신에 대한 질타와 같은 감정이 ‘데드맨’에 많이 담겨있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캐릭터에 임한 노력도 언급했다. 조진웅은 “만재 같은 경우는 상황이 흐르며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 죽음의 문턱 앞에 있던 사람으로서 어덜 땐 비굴하게 빌기도 해야 했다”며 “그러면서도 한 번을 나서서 문제를 막 해결하는 캐릭터도 아니더라. 이 놈을 어떻게 연기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상황에 날 던져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뭔가를 미리 준비할 수가 없겠더라”고 회상했다.
조진웅은 평소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그런 삶을 사는 주변의 인물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경험해본다고도 밝혔다. 다만 ‘데드맨’은 소재의 특수성으로 그렇게 준비할 수 없었다고도 부연했다. 그는 “캐릭터를 잘 연기할 때 중요한 게 있다면 감독과 작가와의 인터뷰, 그리고 그 캐릭터와 비슷하거나 같은 삶을 사는 주변 사람들을 인터뷰해보는 것”이라며 “예전에 전라도 깡패 역을 맡으면 직접 벌교에서 그렇게 일하는 사람을 찾아가 인터뷰했다. 형사 역할 할 땐 한 달 반 정도 경찰들과 합숙하며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지켜봤다”고 말했다. 이어 “‘데드맨’ 속 바지사장 일을 하는 사람을 직접 만날 수 없었다. 그랬기에 이 시나리오가 그만큼 치밀했다는 거다. 종류와 업종이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영역이더라”고 덧붙였다.
‘데드맨’은 설 연휴를 앞둔 2월 7일 개봉한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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