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특수교사 “몰래 녹음 근절돼야…주호민 사실 왜곡”

6일 오전 10시30분께 수원법원종합청사 앞에서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은 특수교사 A씨가 김기윤 변호사와 함께 항소장을 제출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홍기웅기자

 

웹툰 작가 주호민씨의 장애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유죄를 받은 특수교사가 6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면서 교사의 수업을 몰래 녹음하는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수교사 A씨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수원법원종합청사 앞에서 김기윤 경기도교육청 고문변호사와 기자회견을 열고 “예외적으로 불법 녹음이 (증거로) 인정된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검은색 옷을 입고 국화를 든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 소속 교사 70여명도 함께 했다.

A씨는 “장애 아동의 학부모가 녹음을 했다는 점이 고려돼 대법원 판례와 다르게 예외적으로 불법 녹음이 증거로 인정됐다”며 “예외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면 녹음을 하기 전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학부모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고려해야 하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A씨는 “검사가 기소한 모든 내용은 무죄로 판결됐는데 ‘싫어’라는 표현을 반복한 것이 유죄로 인정됐다”며 “‘싫다’고 표현한 것은 아동 문제 행동에 대한 것이지 아동 자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발언의 전체 맥락을 통해 항소심에서 이 부분을 확인하겠다. 다만 1심 판사가 ‘그것을 듣는 부모가 속상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또 주씨가 개인방송을 통해 주장한 금전요구는 허위라고 반박했다. 그는 “마치 제가 ‘항복’을 요구하듯이 금전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사실을 과장, 확대해 왜곡한 것”이라며 “주씨가 선처한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 변호사가 합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어떤 합의를 하는 것이 좋은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전달했고 제가 변호사에게 금전 요구 부분은 원하지 않는다고 요청해 이를 삭제하고 다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기윤 변호사는 ‘몰래 녹음’이 증거로 인정돼 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의 신뢰가 깨졌으며 교사의 훈육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가 대법원의 판결과 달리 목래 녹음을 증거로 채택했다. 이로써 학교는 교사가 교육을 실현하는 곳이 아닌 자기방어와 방치로 이뤄진 공간이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특수교육을, 나아가 공교육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변호사는 “녹음을 몰래 잡아내려고 하는 자와 잡히지 않으려고 하는 자가 있는 교실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며 “이번 유죄 판결을 통해 사법부는 교사들이 교육현장에서 잡히지 않기 위한 인격체로서 교직 생활을 하도록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2022년 9월13일 자신이 근무하던 초등학교 수업 도중 주모군에게 “진짜 밉상이다. 머릿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냐”,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 죽겠다”는 등의 발언을 하는 등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의 선고유예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아이 외투 속 녹음기에 담긴 음성 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는 맞지만 위법성 조각 사유가 있어 증거로 인정했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