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의대 증원 발표' 앞두고 의협 만났지만··· 4분여만에 파행

박홍용 기자 2024. 2. 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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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정부의 독선적 행태 규탄" vs 복지부 "논의 석상에도 앉지 않은 데 유감"
전공의협의회, 12일 온라인 대의원총회서 대응책 논의키로
"의대증원 수용 절대 불가" 의사단체들, 앞다퉈 '투쟁' 예고
양동호 대한의사협회 협상단장이 6일 오전 서울 모처에서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대책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석, 의사협회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경제]

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6일 의과대학 증원 규모 발표를 앞두고 이날 오전 마지막으로 마주 앉았다. 하지만 각자의 입장만 되풀이해 밝힌 뒤 4분여만에 모두 퇴장했다.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모처에서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그간 논의해왔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대책 등에 대한 의견을 다시 교환하기로 했으나, 회의는 사실상 파행했다. 그동안 복지부와 의협은 의정 간 대화 기구인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정원 확대를 포함한 필수의료 대책 등을 논의해왔다.

의료현안협의체는 애초 이번 주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가, 이날 오후 예정된 보건의료정책 심의 기구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에 맞춰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는 애초 예정된 시간보다 늦어진 오전 10시11분께 의협 측 협상단장인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의 입장 발표로 시작됐다.

양 단장은 "정부는 이날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 정원 확대 인원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려 하고 있다"며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확대 통보는 독단적 정책이며, 이러한 독선적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의료계의 신뢰를 한순간에 짓밟았다"며 "정부의 일방적 의대 증원 정책으로 필수·지역의료의 소멸은 더 가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의료계와의 소통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되는 일방적인 의대 증원 정책으로 앞으로 발생하게 될 의학교육의 질 저하, 국민 의료비 부담 가중, 의대 쏠림 가속화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정부에 있다"고 말한 뒤 오전 10시15분께 자리를 떴다.

자리에 남아있던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정 정책관은 "진실한 논의를 하자면서 논의 석상에 앉지도 않는 행태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의협이) 일방적 통보를 받는 회의라고 주장하는 것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의협에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요청한 뒤 오랫동안 기다려왔으나, 끝까지 답변하지 않은 채 '합의'만을 주장하고 있다"며 "그간 정부가 의협과 논의한 이유는 의료계의 충분한 의견을 듣기 위함이고, 그것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 단체와 '합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인 추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이 납득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닌 의사 단체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의료계를 존중해 별도의 의료현안협의체를 운영하면서 충분히 소통해왔고 의료계의 요구도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의대 정원 확대의 전제 조건인 필수의료 수가 인상, 의료사고 법적부담 완화, 근무 여건 개선 등을 지속해서 논의해 이달 1일 공개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담았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의료현안협의체가 의사인력 확충 방안을 논의하는 중요한 자리지만, 합의 기구는 아니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의대 증원 규모를 심의해 최종 의결하는 기구는 '보정심'이라는 얘기다. 보정심은 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두고 정부 위원, 의협·대한병원협회 등 의료 공급자, 환자·소비자단체 등 수요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됐다. 정부는 이날 보정심에서 필수의료 위기 해소를 위한 의사인력 확충, 즉 의대 증원 규모를 논의하고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증원 규모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발표도 바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처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의료계도 서둘러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의협 집행부는 이날 정부가 의료계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강행할 경우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또한 의대 증원 규모 발표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전날 단체행동을 시사하는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전날 대전협은 전국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1만여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정부의 의대 증원 시 파업 등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비율이 88.2%에 달했다고 밝혔다.

대전협은 오는 12일 온라인 임시 대의원총회를 열어 의료현안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의료계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가운데 대한응급의학의사회도 이날 필수의료 패키지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기고문을 내며 막판 여론전에 나섰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모든 정책 패키지는 단지 정치적 이유밖에 없는 의대 증원을 합리화하기 위한 대국민 선동에 불과하다"며 "무책임한 정책과 의대 증원에 의협과 함께 반대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저지를 위한 행동에 나서겠다"고 했다.

서울시의사회 역시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저지하기 위한 비상대책특별위원회 체제로 전환한 뒤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의협은 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뒀다. 양 단장은 기자들과 별도로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일방적인 소통 방식을 버리고 우리에게 양해를 구하고 존중한다면 언제든 의정 협상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박홍용 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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