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전문점 '양탕국'…대법 "옛 명칭도 등록상표 가능"

'양탕국'을 커피전문점 상호로 사용
원심서 상표효력 인정…대법, 상고 기각

[서울=뉴시스] 대법원 전경(사진=뉴시스DB)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하종민 기자 = 오래전 사용된 상품의 명칭을 상표로 사용했다고 해서 곧바로 상표등록 무효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달 11일 상표 등록무효 소송 상고심에서 등록상표 '양탕국'의 효력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상표등록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원고 A씨는 커피전문점을 차리며 업체 표장을 '양탕국'으로 하고, 2015년 상표권을 등록했다. 다만 피고인 주식회사 B는 2022년 원고 A씨를 상대로 등록상표인 '양탕국'에 대한 등록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B사는 해당 등록상표가 지정서비스업의 성질이나 내용 등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된 것에 불과하고, 특정인에게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공익상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양탕국'이란 단어는 조선시대 때 커피를 지칭하는 말로 서양에서 들어온 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양탕국'은 일반 수요자에게 커피라는 상품의 성질을 나타내며, 특정인이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특허심판원은 B사의 심판청구를 인용했지만, 이에 불복한 A씨가 심판원의 결정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2심)은 원고 A씨의 손을 들어주며 '양탕국'의 등록상표로서의 효력을 인정했다.

B사의 상고로 진행된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재판부는 상고를 기각하며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상표가 한때 사용된 상품의 명칭 등으로 구성됐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일반 수요자가 그 상표를 상품의 성질을 표시하는 것으로 인식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라며 "공익상 특정인에게 그 상표를 독점시키는 것이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표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하는 당사자가 상표법에 명시한 등록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주장·증명할 책임을 진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의 등록상표인 '양탕국'에 대해서도 "양탕국이라는 용어가 일반 수요자에게 서비스에 제공되는 물건 등인 커피의 옛 명칭으로 인식됐다거나, 지정서비스업의 성질을 커피에 관한 것으로 바로 느낄 수 있는 정도로 인식됐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상표가 한때 사용된 상품의 명칭 등으로 구성됐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상표등록 무효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상표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하는 당사자가 이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실을 주장·증명할 책임을 진다는 점을 처음으로 판단한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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