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스턴서 잠들었던 ‘고려사리’ 100년 만에 고국으로

유승목 기자 2024. 2. 6. 11:5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 시대 사리와 이를 보관한 사리구(사리를 모신 함)가 한 세기 만에 고국 품에 안긴다.

문화재청과 대한불교조계종은 6일 미국 보스턴 현지에서 최응천 문화재청장과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인 혜공스님이 보스턴미술관 주요 관계자와 벌인 협상을 통해 올해 부처님 오신 날 전까지 사리를 기증받고, 사리구는 일정 기간 대여해 국내에 반입하기로 합의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4세기 ‘은제도금 라마탑형’
문화재청, 보스턴미술관과 협상
보관하는 사리구는 ‘대여’ 받아
유려한 자태… 보스턴미술관이 소장 중인 고려 시대 공예품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가 임시 대여 형태로 국내에 반입된다. 사진은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사리구의 모습. 문화재청 제공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 시대 사리와 이를 보관한 사리구(사리를 모신 함)가 한 세기 만에 고국 품에 안긴다.

문화재청과 대한불교조계종은 6일 미국 보스턴 현지에서 최응천 문화재청장과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인 혜공스님이 보스턴미술관 주요 관계자와 벌인 협상을 통해 올해 부처님 오신 날 전까지 사리를 기증받고, 사리구는 일정 기간 대여해 국내에 반입하기로 합의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리구 대여 기간은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로 이름 붙여진 이 사리구는 14세기 제작된 것으로 현재 석가모니불 진신사리 1과와 고려 말 고승인 지공선사 사리 1과, 나옹선사 사리 2과 등 총 4과가 담겨 있다. 경기 양주 회암사가 원소장처로 추정되는데,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유출된 후 1939년 미술관이 일본 고미술상에게 구입해 85년간 소장해 왔다.

앞서 불교계와 문화재 당국은 2004년 미술관의 사리구 소장 사실을 처음 확인하고, 2009년부터 반환을 추진했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종교적 의미가 큰 사리에 대해선 미술관이 반환 의사를 보였지만, 당대 고려 세공술의 극치를 보여주는 등 불교문화의 정수가 담겼다는 평가를 받는 사리구는 반환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문화재청도 라마탑(티베트 불교 형식의 탑) 형태의 사리구가 희귀하고, 사리와 사리구가 한 세트란 점에서 함께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협상은 끝내 무산됐다.

2013년 이후 지지부진하던 반환 논의는 지난해 김건희 여사가 미술관을 찾아 협상 재개를 요청하며 급물살을 탔다. 문화재청도 상호 교류 전시 및 보존처리를 위한 임시 대여 방안을 제시하며 국내 반입을 모색했다. 문화재청은 사리구 임시 대여 동안 보존처리를 추진하고 국내 학술연구 진흥을 도모할 방침이다. 최 청장은 “이번 성과를 통해 사리는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되돌아가고, 고려 시대를 대표하는 사리구는 약 100년 만에 국내에 들어와 국민에게 공개된다는 큰 의미가 있다”면서 “남은 과제를 착실히 추진하고 미술관과의 상호 우호 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