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매 맞고도 여전한 강제퇴거…전장연 출근 선전전서 ‘기자 빼고’ 또 끌어내
6일 오전 8시 서울지하철 1호선 서울역 승강장. 대여섯명의 장애인 활동가들이 지하철 승강장에 일렬로 늘어섰다. 제58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선전전을 하려고 모인 이들이었다.
선전전이 시작되기 10여분 전이었지만 방패를 든 경찰들이 지하철 문과 활동가 사이에 벽을 치듯 자리 잡았다.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은 서로 “(활동가들이) 피켓 들면 경고 방송 세 번 하시고 바로 시작하면 된다”고 대화를 나눴다. 선전전에 모인 120여명의 활동가들이 시간에 맞춰 피켓을 들자 이들을 제지하고 끌어내려는 이들이 엉켜 승강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연초부터 공사와 경찰은 전장연 시위에 강경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공사 관계자들은 ‘세 번의 경고 방송’과 ‘자진퇴거 권유’ 등을 큰 소리로 고지한 뒤 전장연 활동가들을 끌어내기 시작했다. 경찰·공사 직원과 전장연 간 충돌이 일었고, 비장애인 남성 활동가 1명이 철도안전법 위반·업무 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이날 서교공은 ‘기자 퇴거’ 논란을 의식한 듯 취재기자들에게 “기자이냐”며 미리 신원을 파악했다. 지난달 22일 제57차 출근길 시위 때 서교공은 본지 기자와 비마이너 기자 등 선전전을 취재하던 언론인을 강제퇴거시켜 논란이 일었다. 24일 전장연 기자회견에서도 기자가 퇴거당하는 일이 발생해 언론 자유 침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당시 현장을 지휘한 최영도 고객안전지원센터장은 직위해제된 후 인재개발원 수석 교수로 전보 조치됐다.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402030900021
공사 관계자는 이날 퇴거 조치의 합법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유진우 활동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탑승제지가 정당한 업무집행인지 여부에 다툼 여지 있다”고 한 것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공사는 활동가들이 피켓을 들자마자 퇴거 요청 방송을 개시했다. 공사 관계자는 활동가들에게 “역장이 3회 이상 퇴거 방송을 하지 않았냐. 자진해서 퇴거하시라”며 “철도시설에서의 집회·시위는 불법”이라고 했다. 한 활동가가 “피켓도 들지 않고, 옷도 안 입었는데 무슨 권리로 나가라고 하는 거냐”고 공사 관계자는 “시위에 참석하신 게 맞지 않냐”고 했다. 한 활동가가 “우리는 시민이 아니냐”고 하자 이 관계자는 “시민이 아니라 불법행위자이신 거다. 지하철을 타실 때는 친절히 모신다. 집회·시위를 안하시면 된다”고 했다.
물리적 충돌은 전장연이 자진해산을 선언한 오전 9시까지 1시간 남짓 이어졌다. 휠체어에서 떨어지는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 등이 자신의 몸에 쇠사슬을 감자 서교공 직원들은 절단기로 쇠사슬을 자르려고 시도했다.
승강장 선전전을 마친 전장연은 서울역광장으로 이동해 마무리 발언을 했다. 권달주 전장연 공동대표는 “(공사와 경찰은) 승강장에서 (처음에)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음에도 겹겹이 에워싸고 퇴거 명령을 내렸다. 활동가들이 다치고, 휠체어가 부서지고 있다”며 “공사는 전장연과 싸우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그래도 우리는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이날 선전전은 2001년 오이도역 추락 참사에 대한 서울시의 책임을 묻기 위해 장애인들이 같은 해 2월6일 서울역 선로를 점거한 것을 환기시키기 위해 같은 장소인 서울역에서 진행됐다. 전장연 측은 “참사 이후 23년을 지하철 승강장에서 머물며 장애인들의 권리를 외쳤지만 여전히 보장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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