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나만 왜 이러지?"… 열심히 일한 죄로 걸리는 병

김인영 기자 2024. 2. 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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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번아웃 증후군은 육체적, 정신적 피로에서 온다. 최근 번아웃을 호소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번아웃이었을 때 무대에 서면 다른 멤버들은 완벽한데 나만 왜 이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정적이고 힘든 마음이 가득했고 아무것도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됐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뷔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지난 2018년 겪었던 번아웃 증후군 경험담을 고백했다. 심적으로 활동에 대한 부담감이 들고 체력적으로 지치면서 번아웃을 심하게 겪었다는 그의 고백은 많은 이의 공감을 받았다.

뷔뿐만 아니라 같은 그룹 멤버인 RM, 아나운서 김대호 등 여러 연예인이 자신의 번아웃 경험을 공개하면서 번아웃 증후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번아웃 증후군이란 육체·정신적 피로로 인해 삶에서 열정이나 성취감을 잃어버린 증상을 뜻한다. 지난 2021년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직장인 750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4.1%가 최근 1년 안에 번아웃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만큼 번아웃은 연예인뿐만 아니라 현대인에게도 감기처럼 흔한 증상으로 자리잡았다.



누구에게나 온다... "번아웃 온 지도 몰랐어요"


의료계 종사자인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번아웃 증후군을 앓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직한 후 곧바로 코로나19가 터졌다"며 "업무에 적응하지도 못한 채 재택근무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데 업무량이 많아 우울함이 극에 달했다"고 밝혔다.

A씨는 "처음에는 일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생각만 했다"며 "그런데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일에 집중도 못하고 잠도 자지 못했다. 이게 번아웃이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장은 "코로나19 이후 기업들이 프로젝트를 몰아서 진행하는 경우 많았다"며 "업무가 가중되면서 스트레스가 늘어나 번아웃을 겪는 이들이 지난해에 특히 더 많았다"고 전했다.

B씨는 성실하고 열정적인 직원으로 회사에서 인정받았다. 승진 속도도 남보다 빨랐던 B씨는 은퇴를 앞두고 번아웃 증상에 시달렸다.

B씨는 "갑자기 은퇴 후 삶에 대한 부담감이 마음을 짓눌렀다"며 "너무 무기력해지고 불안감이 커져서 결국 병원을 찾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처음에 의사가 휴식이 아니라 미래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고 했을 때는 솔직히 화도 났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결국 내가 할 일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며 "은퇴 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인테리어 관련 사업이 나와 잘 맞을 것 같아 관련 자격증까지 취득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삶에 활기를 되찾았다고 밝혔다.



늘어나는 번아웃 환자, 컴포트존 필요


은퇴를 앞둔 B씨는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렸으나 미래 계획을 다시 세우면서 삶의 활기를 되찾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번아웃 증후군을 경험하는 이들이 늘면서 컴포트존의 중요도도 높아지고 있다. 심리적으로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는 편안한 환경을 뜻하는 컴포트존은 번아웃, 우울 장애 등 정신·심리적 고통을 겪는 이들의 불안감 감소에 도움을 준다.

경험자들의 이야기처럼 번아웃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 육체·정신적 스트레스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심적으로 부담을 내려놓을 수 있는 상황이나 공간이 필요하다. 컴포트존은 무조건적인 휴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휴식을 취해 심적 부담감이 낮아진 이에게는 컴포트존이 휴식 공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B씨처럼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직업 훈련이 컴포트존이 될 수도 있다.

일상에서 가보지 않았던 곳을 가보거나 평소 관심이 있었던 분야에 관한 수업을 들어보는 것 등 새로운 시도와 경험이 자신의 컴포트존이 될 수 있다. 반면 자신의 일상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면 직장, 집 등의 공간을 유사하게 꾸며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하는 것도 방법이다.

컴포트존은 자신의 상황, 성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심리적 안전지대가 무엇인지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번아웃으로 무기력해지면 찾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게 된다. '이걸 한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라는 생각에 잠식되지 않는 것이 번아웃 극복의 첫 발걸음이다. 특히 작은 시도가 번아웃을 벗어나는 중요한 열쇠임을 기억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아직도 높은 정신·상담의 문턱


정신상담에 대해 편견을 갖기 보단 코칭의 개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진은 전상원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의 모습. /사진=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사실 번아웃 증후군은 진단명이 아니다. 따라서 번아웃만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또 과거에 비해 정신·상담에 대한 문턱이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편견은 존재한다. 몸의 병도 초기에 잡아야 빨리 극복할 수 있듯이 마음의 병도 마찬가지다. 심리·정신적으로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면 바로 병원이나 상담사를 찾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전 소장은 "정신 상담을 치료가 아닌 코칭이라는 개념으로 봐줬으면 좋겠다"며 "해외의 경우 코칭 시스템이 잘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직장에서 어떻게 하면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을지를 정신·심리적으로 코칭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의 병도 조기 발견해야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며 "내가 평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정기검진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병원이나 상담사를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김인영 기자 young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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