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주민 55.5% “지도자 김정은 부정적”…신층 부유층 ‘돈주’ 등장

2024. 2. 6.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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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혈통 영도체제 부당하다 44.4% “金 집권 후 뚜렷”
배급제 붕괴로 국영경제→사경제 이동…소매장사 多
中 위안화 통용 5배 ↑…개인주의적 성향도 증가 추세
탈북민 6351명 조사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24년 시정연설 관철을 독려하는 선전화가 제작되었다고 보도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절반이 넘는 북한이탈주민이 탈북하기 전 ‘정치지도자’로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는 조사가 나왔다. 직장 내 식량 배급이 점점 감소하고 만성적인 식량, 전력 부족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경제 활동이 증가하면서 국영경제 체제가 변하고 있다.

통일부는 2013~2022년 10년간 탈북민 6351명을 대상으로 1:1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를 실시해 종합한 북한의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6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5.5%가 북한에 있을 때 정치지도자로서 김 위원장을 부정적으로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적 평가는 20.4%, 보통은 17.9%였다. 김 위원장이 집권한 2012년 이후 탈북한 응답자는 59.6%, 김 위원장의 통치를 직접 경험하지 못한 2011년 이전 탈북한 응답자는 51.7%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통치를 경험한 기간이 길수록 부정적인 평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의 권력 승계가 정당하다는 답변은 26.0%, 부당하다는 답변은 43.8%로 조사됐다. 백두혈통의 영도체계가 유지돼서는 안 된다는 답변은 44.4%, 유지돼야 한다는 답변은 37.8%였다.

보고서는 “김정은 집권 이전에는 북한에 있을 때 백두혈통에 의한 영도체계 유지에 긍정적이었다는 응답이 우세한 반면,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부정적 평가가 우세해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해당 조사는 응답자가 북한에 거주할 때, 탈북을 생각하기 전의 생각을 묻는 회고적 질문을 통해 실시됐다.

1990년대 중반 심각한 경제난을 겪으며 북한의 배급시스템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면서 주민들의 경제활동이 국영경제에서 사경제 활동으로 중심이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 중 국영경제 전업 종사자 비율은 29.4%, 사경제 전업 종사자 비율은 29.2%였다. 시장화가 진전되면서 사경제 활동도 다양해졌다. 응답자가 참여한 사경제 활동은 종합시장 소매장사가 27.0%로 가장 높았고, 이어 되거리장사(물건을 사서 곧바로 다른 곳으로 넘겨 파는 장사) 19.0%, 밀수 14.3%, 음식장사 8.7%, 텃밭·뙈기밭 5.3% 순이었다.

북한 내 의식주와 전력 등 인프라의 만성적인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응답자 중 식량 배급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비율은 34.1%, 받지 못했다는 비율은 64.3%였다. 무응답은 1.6%였다. 식량 배급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 중 주기적으로 배급을 받았다는 비율은 42.3%였다.

전체 응답자의 하루 평균 가정용 전력 공급 시간은 4.1시간으로 집계됐다. 주민들은 축전지나 태양전지, 자체발전기 등을 사용해 자체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생산된 농산물의 70% 이상이 당국(50.4%)과 군부대(21.2%)로 귀속되고, 농장원 분배 비율은 12.9%인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화폐개혁 실패 후 북한 원화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면서, 시장에서 외화 유통이 확대되고 있다. 김정은 집권 후 중국 위안화 통용은 약 5배가 증가했다. 비공식적 운송수단인 ‘써비차’(서비스+차의 합성어)가 가까운 도시 이동수단 2위로 등장했고, 시장화로 신흥 부유층인 ‘돈주’(일반 주민 출신 신흥 부유층)가 등장하는 등 계층 분화 현상이 나타났다.

전체주의 북한에서 주민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사회적인 인식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개인의 일을 하는 것이 당과 체제의 일보다 더 중요하다는 비중은 2011~2015년 48.7%, 2016~2020년 53.2%로 나타났다. 가정 내 휴대전화 보유율은 36.4%이지만, 보고서는 “휴대전화 이용 비율이 여전히 조사 대상자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에서 휴대전화 대중화가 완전히 이뤄졌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에서 인터넷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0.6%에 불과했다.

북한은 2020년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면서 외부정보 유입에 대한 통제와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들은 USB나 미디어 기기를 통해 외부 영상물을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2020년 외부 영상물을 시청했다는 응답은 83.3%였고, 중국 영상물은 71.8%, 남한 영상물은 23.1% 비율로 집계됐다.

조사에 참여한 탈북민의 성별은 여성이 81.8%, 남성이 18.2%였다. 출신지역으로는 접경지역이 82.1%로 가장 많았고, 비접경지역은 15.2%, 평양은 2.7%였다. 보고서는 “탈북민 조사는 현지조사가 불가능한 북한의 시상을 파악할 수 있는 현실적으로 몇 안되는 조사방법”이라며 “해석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북한의 실상을 객관적·체계적으로 파악하는 자료로 의미 있게 활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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