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시집 한 권이 쏘아올린 공[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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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인구가 줄고 출판 시장이 위기라지만, 늘 화제의 책은 있다.
1990년대 시니어 출판을 시작한 일본을 예로 들며, 전문가들은 국내 출판 시장도 저출생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시니어 독자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책 콘텐츠로서 매력적이면서 현실과도 닿아 있는 다양한 '노인 담론'의 형성이, 고령화의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다.
시니어 전문 책 브랜드 '어른의 시간'을 운영 중인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도 시장 여건이 이제 무르익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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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인구가 줄고 출판 시장이 위기라지만, 늘 화제의 책은 있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종합판매 1위로 ‘마흔’ 열풍을 이어가고, 최근엔 ‘시니어’ 바람이 거세다. 바로 시 분야 1위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이다. 알 듯 모를 듯한 제목. 해학이 담긴 일본의 짧은 시 ‘센류(川柳)’다. 심장이 세게 뛰어 사랑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이 들어 겪는 부정맥 증상이라는 것. 책은 노년의 삶을 솔직하게 드러낸 ‘실버 센류’ 88수를 담았다.
“연상이/내 취향인데/이제 없어”(야마다 요우·92), “손을 잡는다/옛날에는 데이트/지금은 부축”(가나야마 미치코·76), “자명종/울리려면 멀었나/일어나서 기다린다”(야마다 히로마사·71)…. ‘늙어 가는’ 일상이 애잔하고 유쾌하다. 박장대소는 아니라도 정감 어린 장면에 미소 짓게 된다. “웃음과 슬픔을 동시에 준다” “제목에 끌리고 내용에 빵 터졌다” 등 독자들의 감상평도 뜨겁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50대 이상 구매자가 53%. 내 얘기, 나에게도 닥칠 일, 나도 저렇게 늙어야지, 상상하는 것이다.
일본 시, 그것도 노년 이야기가 화제가 되니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노년 독자층이 움직였다, 역시 짧아야 잘 팔린다, 노년의 풍경은 한일 양국 다르지 않다…. 핵심은 이 흥미로운 현상이 초고령화 사회의 단면이라는 것. 노인 얘기라서만이 아니다. 시들은 일본 실버타운협회에서 주최하는 ‘실버 센류’ 당선작들이다. 센류대회 중 최고 인기 행사로, 일본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2000년대 초부터 열리고 있다. ‘시니어 출판’이 일본 출판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때다. 시 쓰는 노인, 노년의 욕망·고충·통찰이 담긴 시, 이를 읽는 노년 독자…. 즉,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은 초고령사회를 담았고, 그 출간 전후 과정도 초고령사회 속에 있다.
1990년대 시니어 출판을 시작한 일본을 예로 들며, 전문가들은 국내 출판 시장도 저출생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시니어 독자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국내서도 노년 관련 책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다만, 주로 노화와 죽음·건강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지혜롭고 현명한 ‘인생 선배’로 이상화한 측면도 강했다. 책 콘텐츠로서 매력적이면서 현실과도 닿아 있는 다양한 ‘노인 담론’의 형성이, 고령화의 속도를 미처 따라가지 못했던 것이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은 노년 독자의 감수성을 잘 건드린 책으로 평가된다. 이를 계기로 업계에선 ‘시니어 출판’이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니어 전문 책 브랜드 ‘어른의 시간’을 운영 중인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도 시장 여건이 이제 무르익었다고 했다. 즉, 노년의 이야기가 ‘안티에이징’을 벗어나 ‘뷰티풀에이징’ ‘엔조이에이징’으로 나아가고 있다.
2025년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이웃 나라에서 온 시집 한 권이 쏘아 올린 공. 우리의 어떤 마음, 어떤 갈증과 만나 책으로 돌아올까. 기대하며 지켜볼 일이다. 그것은 단순히 ‘나이 든’ 독자에겐 어떤 책을 팔지 고민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읽는 사람’이 점점 사라지는 시대, ‘책’이라는 매체와 ‘독자’라는 인류가 서로를 지켜낼 방법을 찾아내는 ‘생존’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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