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이자율 2만7000%’ 살인금리...서민 대상 고금리 사채 일당 붙잡혀

총책 등 4명 구속하고 26명 불구속 입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한유진

“40만원을 빌렸는데, 2일 뒤 100만원으로 갚았습니다. 연이율로 따지면 2만7000%라는 말도 안 되는 고금리입니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을 대상으로 고금리 사채를 내주고 이자를 챙긴 불법 대부업 조직이 경찰에게 붙잡혔다.

경남 양산경찰서는 채무자 정보(DB)를 활용해 미등록 고금리 대부업을 운영한 혐의(대부업법 위반) 등으로 40대 총책 A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조직원 2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A씨 등은 평소 상환율이 좋은 채무자를 대상으로 대출 광고 문자를 대량 발송해 소액 대출을 해주는 방식으로 지난 2021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598명으로부터 약 315억원 규모의 불법 대부업을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총책 A씨는 미리 확보한 채무자 개인정보와 신용정보를 토대로 상환율이 좋은 채무자를 선별해 팀장과 팀원에게 공유했다. 팀장과 팀원 모두 A씨 동네 친구 등 지인으로 구성됐다. A씨는 과거에도 이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며, 범행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A씨 등 일당이 피해자들에게 보낸 문자 내용들. /양산경찰서

A씨 등은 마치 다른 대부 업체인 것처럼 선별된 채무자를 상대로 대량의 문자를 발송했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급전이 필요한 자영업자들이었다. A씨 등은 통상 10% 수준의 선이자를 뺀 뒤 매주 원리금을 균등 상환받거나, 만기에 원리금 전액을 상환받는 식으로 돈을 빌려줬다. 대출 기간은 짧게는 2일, 길게는 7주 정도였다.

경찰 조사에서 한 피해자는 40만원을 빌리고 나서 2일 만에 100만원을 갚아야 했다. 연이율로 따지면 2만7375%에 달한다. 양산의 한 카페 사장은 A씨 등 일당에게 300만원을 시작으로 소액 대출을 계속 받으며 총 1억 6000만원을 빌렸다가 두 달 만에 이자만 5000만원을 갚아야 했다. 경찰이 확인한 A씨 일당의 평균 연이율은 7300%에 달했다.

A씨 등은 단속이나 신고를 피하고, 장기간 많은 사람에게 범행하기 위해 강제 추심 같은 행위는 하지 않았다. 경찰에게 붙잡혔을 때를 대비한 대응 매뉴얼도 갖췄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실적 평가를 하는 등 규율 체계를 갖추고, 채무자 정보 등을 공유하면서 수사 대응까지 하는 등 범죄단체로서의 형태를 갖추고 있어 형법 제114조(범죄단체의 조직)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초기 자본금 2000만원~3000만원에서 시작해 범죄 수익금만 약 60억원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총책 A씨는 이렇게 번 돈으로 고급 외제 차를 몰거나, 고급 전원주택 등 부동산을 매입하는 등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해자 진정을 토대로 수사에 나서 이들 일당을 차례로 검거했다.

이상훈 양산서 수사과장은 “이들의 범죄수익금 등을 파악해 몰수·추징할 계획”이라며 “대부업체를 이용할 때는 반드시 등록업체 여부를 확인하고 피해를 봤다면 즉시 경찰에 신고하는 등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