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이가 물어간 20만원짜리 한우 선물...택배기사가 배상한 이유

길고양이가 물어 뜯은 한우 선물 세트 택배. /연합뉴스

설 명절을 앞두고 택배 물량이 급증하는 시기에 한우 선물 세트가 길고양이에 의해 훼손되어 택배기사가 배상한 사건이 발생했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남 구례군 단독주택에 사는 A씨는 지난 3일 오전 7시 지인으로부터 택배로 선물 받은 20만원 상당의 한우 선물 세트가 훼손된 상태로 놓여있는 것을 발견했다. 전날 오후 8시 28분 한우 선물 세트가 택배로 도착했는데, 택배 기사는 A씨가 집에 있었지만, 문자만 발송한 후 마당에 선물을 두고 떠난 것이었다. A씨는 문자를 확인하지 못해 선물이 온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마당에 훼손된 상태로 널브러져 있던 한우 선물 세트의 포장지와 스티로폼은 날카로운 것에 의해 찢겨 상자 뚜껑이 뜯겨 있는 상태였다. 고기 4팩 중에 2팩은 포장이 뜯겨 있었는데, 고기 한 덩어리는 마당에 떨어져 있었고 나머지 한 덩어리는 보이지 않았다. A씨의 집 주변에는 길고양이가 많이 살고 있는데, 길고양이의 소행으로 보였다.

A씨는 택배회사에 이 사실을 알리고 배상을 요청했다. 택배회사는 표준 약관을 검토한 결과 책임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택배회사에 따르면 이같은 경우 최종 배송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배송 기사들이 배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분실이나 훼손 가능성이 있는데도 정해진 위치에 배송하거나 고객에게 직접 전달하지 않는 임의 배송을 한 책임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택배회사 관계자는 “고객이 만약 문 앞이나 특정한 장소를 지정해서 그렇게 배송했는데 이런 일이 생겼다면 당연히 택배기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이런 시골은 배송 장소를 고객과 협의해 지정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택배 표준약관에 따르면 택배 사업자는 택배의 배달 시 택배를 받는 고객으로부터 인도 확인을 받아야 하며, 고객의 부재로 인하여 운송물을 배달할 수 없는 경우에는 고객과 협의하여 반송하거나, 고객의 요청 시 고객과 합의된 장소에 보관해야 한다. 고객과 합의된 장소에 보관하는 때에는 고객에 배달 완료된 것으로 본다.

결과적으로 택배 기사가 사고 처리를 해 배상을 해줬다고 한다. A씨는 “땅에 버려진 선물을 보고 아까웠고, 택배 회사의 잘못으로 생각했지만 비대면 배달이 원칙인 현 상황에서 누구를 탓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택배 기사가 배상해주어 좋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