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댓글공작’ 김관진·‘국정농단’ 김기춘 특별사면
윤석열 대통령이 6일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국군사이버사령부를 이용한 댓글 공작 등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을 특별사면했다. 2022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을 특별사면한 데 이어 자신이 검사 시절 수사·기소한 인물들에게 또다시 면죄부를 준 것이다.
심우정 법무부장관 직무대행(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윤 대통령이 경제인, 정치인, 서민생계형 형사범 등 총 980명에 대한 설 특별사면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사면 대상에는 전직 주요 공직자 8명, 여야 정치인 7명, 언론인 4명이 포함됐다.
형 면제 및 복권 대상에 오른 김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수사· 기소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국방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2012년 국군사이버사령부를 이용해 댓글 공작을 하는 등 정치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8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 전 장관은 당초 파기환송심 판결에 불복해 재상고했으나 지난 1일 대법원에 상고취하서를 제출해 형이 확정됐다.
함께 복권된 김기춘 전 실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돼 지난달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김 전 실장도 대법원에 재상고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세월호 참사 당시 유가족 등 민간인에 대한 불법 사찰을 지시한 혐의로 유죄를 확정받은 김대열·지영관 전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 참모장도 잔형을 면제받고 복권됐다.
권순정 법무부 검찰국장은 “지난해 신년 사면 때 동일한 범죄의 공범에 대한 사면이 이뤄진 점, 기타 정부의 잘못된 관행으로 처벌 받은 분들이 다수 사면된 점을 고려했다”며 “(김 전 장관과 김 전 실장의 경우) 장기간 쌓아놓은 능력으로 국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 부여하는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사면을 불과 닷새 앞두고 재상고를 취하해 형이 확정됐고, 김 전 실장은 재상고를 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다. 형이 확정돼야 사면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이를 두고 두 사람이 대통령실로부터 사면될 것이라는 언질을 미리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장관은 대통령 직속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권 국장은 “사면 당사자와 사전 교감은 있을 수 없다”며 “사면심사위에서 심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 사면을 약속받는 일은 없다”고 했다.
노조 탄압 등 부당노동행위로 지난해 10월12일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은 김장겸·안광한 전 MBC 사장, 권재홍 전 MBC 부사장도 사면·복권됐다. 김 전 사장은 국민의힘에서 포털TF 공동위원장, 가짜뉴스·괴담방지 특별위원장을 지냈고, 권 전 부사장은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여권 정치인으로는 이우현 전 의원과 김승희 전 의원, 이재홍 전 파주시장 등이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야권에서는 심기준 의원과 박기춘 의원 등이 올랐다. 권 국장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비롯한 주요 야권 인사는 사면 대상에 제외된 것 아니냐’는 질의에 “사면을 통해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은 하지만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지는 않는다”고 했다.
경제계에서는 횡령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 조세포탈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구본상 LIG회장 등 5명이 복권됐다. 여객·화물 운송업, 식품접객업, 생계형 어업, 운전면허 등에서 행정제재를 받은 이들이나 업체, 징계를 받은 공무원 등 총 45만5398명에 대해서는 특별감면조치 및 징계사면을 단행했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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