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83.3% "北 에서 외국 영상물 시청"…'한드'보다 中 드라마 더 봤다

통일부 '북한 경제·사회 실태인식 보고서' 공개
새벽 1시 거주지 단속 경험도…통제 강화에도 시청 응답 증가

통일부 '북한 경제·사회 실태인식 보고서'에 담긴 탈북민들의 외부 영상물 시청 경험. (통일부 제공)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한국 녹화물을 보다가 현행으로 걸렸어요. 그때가 새벽 1시였는데 노트북을 통째로 회수당했어요."(2017년 탈북자 인터뷰)

북한이 김정은 체제에 들어와 외국 영상물 등에 대한 단속을 더 강화했지만 탈북민 10명 중 8명이 외국 영상물 시청 경험이 있을 정도로 내부에 외국 문화가 상당 부분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일부는 6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심층인터뷰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탈북민의 67%가 북한에 있을 때 외국 영상물을 시청한 경험이 있었다. 이같은 시청 경험은 200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확대됐는데 특히 김정은 총비서 집권 초기인 2011~2015년에는 81.4%로, 2016~2020년에는 83.3%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2020년은 단속이 강화된 시점인데도 시청 비율이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확대된 것이다.

주로 시청한 외국 영상물은 '중국 영화(드라마)'가 71.8%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이 '한국 영화(드라마)' 23.1%로 나타났다. 한국 드라마 시청 경험도 2011~2015년에는 19.2%였으나 단속 강화 이후인 2016~2020년에는 28.3%로 늘었다.

외국 영상물 시청 경험 이후 북한 체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화되었다는 응답 비율은 60.7%로 나타났다. 이같은 경험이 북한 주민 인식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2017년에 탈북한 한 탈북자는 2005년부터 한국 녹화물을 보기 시작했다면서 한번은 영상을 보다가 새벽 1시에 단속에 걸렸다며 북한 당국이 적극적으로 외국 영상물 단속을 하고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2020년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2021년에 제정된 '청년교양보장법'에 이어 2023년 1월18일에는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했는데 이는 북한 주민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는 외래문화의 영향을 북한 당국이 인정하고 통제와 규율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외국 영상물 시청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주민들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김정은 정권 들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지에서 감시를 경험했다는 응답 비율이 2010~2015년 37.1%에서 2016~2020년에는 51.3%로 증가했다.

yeh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