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네 살 셰프가 펼치는 도야마의 맛

박경은 기자 2024. 2. 6. 11: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본 도야마에서 명성을 얻고 있는 셰프 다카히로 게조. 지난달 JW메리어트 호텔 서울 타마유라에서 자신의 시그니처 메뉴인 파르페를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

일본 안에서도 숨겨진 일본. 남서쪽에 있는 도야마는 대자연과 진미를 고루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일본의 알프스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풍광이 아름답다. 일본에서 나는 700여 종의 해산물 중 500종이 이 지역에서 나올 정도로 해양 먹거리가 풍부하다. 산과 강, 바다가 맑고 물이 좋은 이곳은 깊은 맛을 내는 쌀,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사케로도 유명하다. 한국 여행객들에게는 알려진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일본에선 푸디들이 방문하고 싶은 지역 최상위권에 꼽힐 정도로 미식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 전국구 관심을 끌고 있는 젊은 셰프가 얼마 전 한국을 찾았다. JW메리어트 호텔 서울 일식당 ‘타마유라’의 초청으로 방한한 다카히로 게조다. 올해 서른 네 살인 그는 2020년 도야마 히가시이와세 지역에 자신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을 열었다. 히가시이와세 지역은 최근 몇 년 사이 일본 푸디들을 비롯해 미식에 관심을 두고 있는 글로벌 여행자들의 주목을 받는 곳이다. 도야마를 대표하는 사케 양조장 마스다주조가 2019년 이 지역에 새로운 양조장과 함께 지역 고유의 미식과 생활 문화가 어우러지는 마을을 조성하면서다. 돔 페리뇽에서 일했던 양조 장인이 만든 사케 브랜드 ‘이와 사케’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뛰어난 식재료와 장인들이 집중되면서 자연히 손맛 뛰어난 셰프들도 모여들기 시작했다.

도야마에서 나고 자란 게조 셰프가 눈 밝고 입맛 까다로운 이들에게 발견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식자재를 조화롭게 변주하고 개성적으로 조합해 내는 능력, 모든 메뉴에 담겨 있는 자신만의 이야기, 마치 공연을 하듯 사케를 따라주고 스시를 접시에 올려주며 펼치는 퍼포먼스는 이내 트렌드세터들 사이에 입소문이 났다. 도야마에서 나는 오징어 먹물을 가미한 소면을 내고 도야마 사케에 숙성시킨 캐비어를 내는 등 하나하나에 도야마의 이야기를 담는다.

그의 시그니처 메뉴로 꼽히는 것은 ‘파르페’다. 일본의 대표적 디저트인 파르페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만의 방식으로 만들어 냈다. 그의 파르페는 달콤한 디저트가 아닌, 쥐치와 소고기, 우니를 층층이 쌓은 것을 김으로 말아 쥔 ‘마키’다. 전체 코스의 후반부에 내는 게조 파르페는 자리에 앉은 고객 한명 한명의 눈을 맞추며 연인에게 꽃을 선사하듯 전달한다.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며 파르페를 받아들게 된다는 것이 그의 레스토랑을 찾았던 이들이 공통된 평가다.

메리어트에서 이뤄진 그의 디너 프로그램은 타마유라의 오랜 일본인 단골의 추천과 소개로 성사됐다. 한국에서 선보이는 첫 디너를 위해 그는 식재료는 물론이고 도야마 사케, 도야마 장인들이 만든 그릇과 수저까지 모두 챙겨왔다. 목재로 된 합에 담긴 우니를 보여준 그는 도쿄 도요스 시장에서 최고급품을 경매로 낙찰받아왔다고 했다. 그는 “아직 도야마를 찾는 한국 여행객들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연간 100명 정도의 한국분들이 제 식당을 방문하신다”면서 “극소수의 고객들을 만나는 짧은 방문이지만 도야마의 자연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타마유라에서 열렸던 그의 요리를 맛보는 기회는 채 50명도 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만 제공됐을 뿐이다.

그에게 도야마에서 반드시 놓치지 말고 맛봐야 할 것을 물었다. 난감한 표정으로 살짝 웃던 그는 “도저히 하나만 꼽을 수 없지만 일단 ‘도야마만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흰 새우가 떠오른다”고 답했다.

게조 셰프가 선보인 스시 JW메리어트호텔 서울 제공

박경은 기자 ki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