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감독 “오스카 후보 영광, ‘기생충’이 열어준 길”[인터뷰]
CJ ENM과 할리우드 스튜디오 A24가 공동으로 투자 배급하는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는 서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첫사랑 나영과 해성이 24년 만에 뉴욕에서 다시 만나 끊어질 듯 이어져 온 그들의 인연을 돌아보는 이틀간의 운명적인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 그레타 리가 어린 시절 서울에 두고 온 인연과 다시 마주하는 나영을, 유태오가 나영과 인연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뉴욕에 온 해성을 맡아 호흡을 맞췄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3월 10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감각적인 연출, 한국적인 정서를 깊이 있게 담아낸 각본으로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에게 “지난 20년간 본 최고의 장편 데뷔작, 정교하고 섬세하며 강렬하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은 인터뷰 시작과 함께 “태어나고 12살까지 자랐던 한국에서 제 영화가 나오니까 기쁘다. 한국 말을 잘 못해도 이해해달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첫 장편 연출작으로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된 소감을 묻자 “믿기 어려운 영광이다. 선댄스에서 영화가 처음으로 나왔는데 1년 후까지 관심을 주고 투표해 줘서 아카데미에 노미네이트 돼서 너무 영광이다. 데뷔작으로 그렇게 돼서 영광이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다. 감사하다. 영화에 있는 ‘인연’이란 단어를 이 세상 대부분 사람은 모른다. 한국분들은 잘 알지만, 아카데미까지 오면서 한국 사람이 아닌 사람들도 인연이란 단어를 받아들이고 느끼는 것이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다.
유명 감독인 아버지의 반응도 전했다. 셀린 송 아버지는 한석규 최민식이 주연한 영화 ‘넘버 3’(1997) 등을 연출한 송능한 감독이다. 그는 “아버님도 너무 자랑스럽고 좋다고 했다. 너무 좋아하셨다. 온 가족이 너무 좋아했다”고 말했다.
셀린 송 감독은 뉴욕에서 극작가로 활동해왔다. 한국 만재도에 살고 있는 해녀들의 이야기와 이민 1.5세대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엮어낸 연극 ‘엔들링스(Endlings)’를 미국 무대에 올려 극찬 받았고, 아마존 시리즈 ‘시간의 수레바퀴’ 각본에 참여한 바 있다.
그는 ‘패스트 라이브즈’를 쓰고 연출하게 된 계기를 묻자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는데, 대학원에선 연극 공부를 했다. 10년을 연극 하면서 극작가로 활동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를 영화로 하게 된 건 영화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다. 이건 두 대륙을 가로지르고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나가는 이야기다. 아이일 때 어른일 때, 한국의 서울과 미국의 뉴욕도 느껴야 되니까 비주얼하게 이야기가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시나리오를 쓰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굉장히 개인적인 영화다. 전 한국 사람인 부분도 있고, 미국 사람인 부분도 있다. 또 캐나다로 이민을 가 캐나다적인 부분도 있다. 제 안의 많은 부분을 생각할 수 있는 영화다.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제가 어린 시절에 있었던 한국이란 배경과 한국어가 많은 부분에 나온다. 이걸 계기로 한국 영화를 찍게 되고 제 과거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고 제가 두고 온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뉴욕 세트장에서도 다들 ‘인연’이란 걸 알게 됐다. 영화 속에 한국적인 이데올로기와 한국적인 게 깊이 들어가 있다. 그런 건 자연스러운 거다. 제 안의 자전적이야기라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극 중에서 인연이라는 걸 모르는 미국 남자에게 코리안 아메리칸 배우가 설명해 주는 신이 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인연이란 콘셉트를 직접 듣게 된다. 그래서 다른 나라 사람들도 뭔가 새로운 단어를 배우는 즐거움을 다들 느끼고 그걸 매일 쓴다고 하거나 그 단어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고 했을 때 기분이 좋다. 인연이란 아이디어를 설명하기 때문에 영화가 진행되면서 인연이란 아이디어를 마음에 가지고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민자 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이 이사하고 새로운 곳에 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사 갈 수도 있다. 인생을 살면서 시간과 공간을 옮기는 게 많은 사람이 공통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며 “지금 여기에서 같이 인터뷰하는 것도 인연이다. 다음에 한국에 가서 저희가 만나거나 이야기를 나누면 우리가 그때 봤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다. 우리 모두 언제 어디서든 두고 온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중우주를 넘나드는 판타지가 아니어도 평범한 인생도 여러 가지 시공간을 지나간다고 생각하는데, 그때 특별한 인연도 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작은 관계들도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어디든지 인연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인연’에 대해 강조했다.
한국 배우 최초로 영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남자 주인공 유태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유태오가 오디션 테이프를 보내줬는데, 이 배우와 다시 만나고 싶었다. 오디션 테이프를 보고 연락해 대화했는데 코로나 시절이라 뉴욕에서 줌으로 유태오랑 3시간 대화 겸 인터뷰했다. 유태오가 이 캐릭터구나 싶어서 캐스팅 했다. 제가 오디션 한 다음에 전화해서 같이 영화하자고 했는데, 그날 밤에 한국에서 신인상을 탔더라”며 남다른 인연을 공개하기도 했다.
셀린 송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한국 영화고, 미국에서 제작된 ‘미나리’와도 좀 다른 미국 영화다. 부담될 수 있지만 전혀 다른 영화인 부분이 있어서 괜찮다. 부담보다는 좋다. 자랑스러운 건 한국적인 부분이 담겼든지, 한국 영화든지 전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게 너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좋다”고 흐뭇해했다.
그러면서 “한국적인 부분은 ‘기생충’이 너무 좋은 영화고 위대한 영화라고 생각하는 길을 열었다. 한국어가 많이 들어있는데, 그러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자막으로 본다. 자막 영화가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길을 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적인 요소가 많은 영화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는 길을 ‘기생충’이 열어줬다. 또 K팝과 K드라마가 그런 길을 열어줘서 ‘패스트 라이브즈’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라며 겸손하게 답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3월 6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한국에서 많은 응원을 보내주고 전세계적으로 서포트해줘서 감사하고 꿈만 같다. 한국 관객에게 보여드리는게 긴장도 되는데 많은 분이 좋게 봐줬으면 좋겠다. 한국에 가서 얼른 관객을 만나보고 싶다. 어떻게 봐줄지 긴장되고 신나고 그렇다”며 다음 만남을 약속했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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