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간 고향에 100만원, 편지엔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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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을 그리워하는 정을 잊을 수 없겠지요."
충북 충주시 금가면 행정복지센터엔 설·추석 명절 무렵이면 끊이지 않고 오는 편지가 있다.
지난해 1월, 9월, 11월에도 100만원이 든 편지가 왔으며, 여름엔 동화책 30여권과 편지가 금가면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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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해마다 서너차례 기부
“고향을 그리워하는 정을 잊을 수 없겠지요.”
충북 충주시 금가면 행정복지센터엔 설·추석 명절 무렵이면 끊이지 않고 오는 편지가 있다. 2006년 10월부터 경기도 안양에서 오는 편지는 이름이 없다. 혹은 이름이 씌어 있기도 하지만 가명이다. 편지를 열면 짧은 글과 함께 30만~100만원권 수표가 들어있다.
지난 2일에도 편지가 도착했다. 금가면이 6일 공개한 편지를 보면, 빛바랜 누런 편지지 꼭대기에 “금가면장님”, 맨 끝에 “2024년 설날에 드림”만 적혀 있고 내용은 없었다. 황장호 금가면장은 “누런 편지지, 낯익은 글씨 등으로 미뤄 해마다 명절, 세밑에 편지와 함께 성금을 보내주는 분으로 추정한다. 외부에 신분을 노출하면 기부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비친 적 있어 더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편지는 2006년 10월 시작됐다. 첫 편지는 제법 길었다. “농촌에서 어렵게 살았다. 남이 밥 먹을 때 죽 먹었고, 남이 죽 먹을 때 물 마시며 살아온 옛날이 있기에 오늘이 있나 봅니다”로 시작했다. “객지를 떠돌며 어렵게 살고 있다”, “어려운 이들에게 연탄 몇장 사 줬으면 한다”는 등의 이야기 등을 곁들였으며, “고향을 그리워하는 정을 잊을 수 없겠지요”로 맺었다.
지난해 1월, 9월, 11월에도 100만원이 든 편지가 왔으며, 여름엔 동화책 30여권과 편지가 금가면에 도착했다. 2021년엔 1월 50만원, 4월, 8월, 12월 100만원씩 든 편지가 왔다. 황 면장은 “이 기부자는 거의 빠지지 않고 해마다 서너 차례 100만원씩 보내곤 해 어림잡아 수천만원”이라며 “금가면에서 살다가 객지로 떠난 좋은 분 정도로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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