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비의 ‘패션 아이템’…지금 봐도 ‘힙’하네
보기 드문 조선시대 남성 장신구 모음전
상투·망건 등에 단 각종 장신구 100여점
보물 ‘허전 초상’ 등 초상화 속 복식 전시도
조선의 선비, 관료들도 꽤 멋내기를 했다. 격식에 맞게 옷을 입고 갓을 써 정제된 매무새를 함으로써 마음가짐도 바르게 갖춘다는 의관정제(衣冠整齊)의 엄중함 속에 나름 자신 만의 멋을 부린 것이다.
조선 후기 남성들의 멋내기는 갖가지 장신구들에서 엿볼 수 있다. 장신구의 종류나 형태가 여성들보다 적고, 유교적 규범에 따른 한계도 있었지만 남성들은 장신구의 재질·모양·색감 등을 통해 멋과 취향, 위엄·품격을 표현했다.
조선 남성들의 멋내기 도구라 할 장신구를 한자리에 모은 기획전이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조선 후기 남성들의 장신구를 통해 의관정제의 의미를 되새기고 당시 남성들의 미의식을 조명한다’는 취지로 기획전시실에 마련된 ‘조선 비쥬얼’ 전이다.
조선 여성들의 장신구전과 달리 유례가 드문 남성 장신구전이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기획전에는 국가지정문화재인 ‘허전 초상’(보물)을 비롯해 국가민속문화재이자 선조 임금의 손자인 ‘능창대군 이전(1599~1615)의 망건’, 대한제국 순조의 동생인 ‘영친왕 이은(1897~1970) 망건’, 갓과 갓끈, 부채와 부채에 매다는 장식물인 선추, 각종 장신구 등 여러 기관 대여품을 포함해 모두 100여 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전시장에서는 먼저 상투와 망건에 사용된 장신구들을 만난다. 조선 선비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위로 묶는 상투를 틀고,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게 머리에 망건을 둘러 조였다. 상투와 망건은 의관정제의 가장 기초다.
상투, 망건에 무슨 장식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의문을 품을 수있지만 그렇지 않다. 상투가 풀어지지 않게 고정시키는 ‘동곳’, 역시 작은 크기의 ‘관자’(망건과 상투를 묶는 줄의 고리), ‘상투관’과 ‘망건 풍잠’ 등의 재질이나 새김장식을 통해 멋을 부렸다.
능창대군 묘에서 출토된 ‘능창대군 망건’은 19세기 이전 왕실 망건을 살펴보는 귀한 자료다. 색이 다른 말총으로 기하무늬를 넣어 섬세하게 짰고, 관자는 매화형태로 옥이다. 물과 바위·한쌍의 백로·연꽃 등이 정교하게 장식된 ‘금관자’ 등의 전시품은 남성용 공예품의 수준을 보여준다.
이어 갓, 구슬같은 다채로운 재질·모양의 갓끈, 정교하게 장식된 칼집의 작은 칼인 장도, 선조대 이후 사라진 남성 귀걸이, 조선 후기 첨단 물품이던 안경, 신문물인 단추 등을 살펴본다. 특히 실학자들은 청나라·일본 등을 왕래하며 접한 실용적인 외국 문물을 선보였는데, 단추를 단 복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송진이 굳어진 화석인 호박 속에 개미가 들어 있는 호박 단추 등도 출품됐다.
장신구에 이어 ‘허전 초상’ ‘김육 초상’, 일반에 처음 공개전시되는 ‘김시묵 초상’ 등 초상화 속 인물을 통해 당시 각종 복식을 접한다. 성재 허전(1797~1886) 초상화는 관복이 아닌 평상복과 모자, 각종 물건들을 극사실적으로 담아냈으며, 김육(1580~1658)·김시묵(1722~1772) 초상화 등도 관련된 정보를 제공한다.
전시장 끝에는 선비의 복식·장신구를 착용해 보는 체험 공간, 장신구로 조선 선비를 꾸미는 터치스크린 게임이 마련됐다. 실학박물관 김필국 관장은 “조선 후기 남성들이 자신의 신분과 기호에 따라 뽐냈던 다양한 장신구를 통해 당대 풍류와 멋, 공예의 아름다움을 체험하는 귀한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학박물관은 조선 후기 대표적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의 생가(여유당)와 묘·기념관 등이 있는 ‘정약용 유적지’(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에 자리하고 있다.
이번 설 연휴(10일은 휴관)엔 민속놀이 등 문화체험 행사도 마련했다. 주변은 팔당호를 끼고 있는 아름다운 경관의 수변 공원인 다산생태공원이어서 나들이 공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전시는 25일까지.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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