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은 돌봄 걱정 덜고 아이들은 즐겁게 배울 수 있어요”

윤세리 2024. 2. 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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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린초등학교 늘봄학교 맞춤형 프로그램 치어리딩부 ‘블루웨이브’ 공연반 수강 학생들이 학내 강당에서 치어리딩 연습을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1월 24일 경기도 화성시에 자리한 송린초등학교 강당. 영하권으로 얼어 붙은 바깥과 달리, 강당 안은 아이들의 함성으로 뜨거운 열기가 가득하다. 바로 늘봄학교 맞춤형 방과후 프로그램인 치어리딩부 ‘블루웨이브’ 공연반 연습에 참여한 송린초 학생들이다. 지친 기색은 커녕, 웃음꽃 핀 얼굴로 치어리딩 안무를 선보이며 또랑또랑 힘차게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송린초 치어리딩부 ‘블루웨이브’는 코로나 블루로 위축돼 있던 학교에 새로운 활기의 물결을 불러일으키자는 의미를 담아 송린초 자체 늘봄학교로 지난 2022년 개설됐다.

송린초에는 1500여 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인 만큼, 분기마다 추첨제로 이뤄지는 기존의 수익자부담 방과후학교는 경쟁률이 높은 편이다. 이로 인해 학생들이 희망하는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수강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이에 송린초는 지난해 늘봄학교 시범운영 대상 학교 선정을 계기로 보다 더 촘촘하게 공백 없이 학생들에게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블루웨이브’ 공연반을 추가 개설했다. 특히 1학년으로 대상을 제한하지 않아 학년이 올라가도 수강할 수 있도록 해 방과후학교의 지속성을 더욱 높였다.

송린초등학교 늘봄학교 맞춤형 프로그램인 치어리딩부 ‘블루웨이브’ 공연반이 학내 강당에서 치어리딩 연기를 위해 동작을 맞추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팜 치어리딩, 액션 치어리딩 등 세부 종목별 공연을 전문적으로 펼치고 있는 ‘블루웨이브’ 공연반의 성장은 눈부시다.

개설 2년차에 접어든 지난해, 단 4개월의 준비 과정을 거쳤음에도 제12회 교육감기 스포츠클럽축제 치어리딩 대회 팜 치어와 액션 치어 부문에서 각각 1위를 기록했다. 또 제16회 전국 스포츠클럽축전 치어리딩 대회 페어플레이 교육부장관상도 수상하는 이례적인 성과를 보였다.

미개척 분야로도 꼽히는 치어리딩으로 만든 이 같은 결과물은 2023년 방과후학교 우수사례 늘봄학교 부문 교육부장관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학생은 물론, 학부모와 선생님 모두 같은 마음과 열정으로 함께 이뤄낸 결실이었다.

두 대회에 모두 참여했던 김지유 학생은 “대회를 준비하면서 들뜬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수상하게 돼서 기뻤다. 긴장되고 무서웠지만 응원해주시는 마음 덕분에 버텼다”며 치어리딩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찾았다고 말했다.

액션 치어리딩을 펼친 진시환 학생도 “춤을 좋아했었는데 치어리딩을 한번 해보고 싶어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으로 신청했다가 액션 치어리딩을 하게 됐다”며 “엄마도 자랑스럽다고 하시고 친구들이랑 같이 추억도 쌓고 재미있다”고 소감을 이야기했다.

지난해 10월 새솔동학부모연합협의회가 주최한 지역자생화축제 ‘미래를수노을 동화나라’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송린초 치어리딩부. (ⓒ교사 박성환 제공,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블루웨이브’ 참여학생의 학부모이자 학부모 총무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효진 씨는 아이가 송린초로 전학을 왔기 때문에 처음엔 잘 적응할지 염려됐지만 치어리딩을 통해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리며 큰 대회도 경험하면서 성취감도 얻고 자존감 또한 높아졌다고 전했다.

김 씨는 “아이가 전학 와서도 친구들과 잘 어울리면서 이런 기회를 통해 참을성과 배려심을 기르고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재능과 끼도 마음껏 표출할 수 있어 정말 좋다”며 “이전 돌봄은 아이를 돌봐주는 차원이었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 기쁘고 학부모 입장에서 경제적 부담도 적다”고 말했다.

워킹맘인 김 씨는 직장으로 인해 학기 중 낮 시간과 방학 중에는 친정 어머니가 아이를 돌봐주고 있는데, 방과후학교가 꽤 도움이 된다고 한다. 

늘봄학교를 통해 아이의 끼도 발견했다고. “선생님이 아이가 눈빛이 남다르다, 진정성이 있다고 추천해주셔서 뮤지컬 배우 오디션도 준비하고 있다. 시킬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치어리딩을 하게 하고 싶다”며 아이가 사회성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강사 손연희 씨가 치어리딩부 ‘블루웨이브’ 공연반 학생들에게 동작을 가르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학생들과 함께 대회를 준비했던 치어리딩 강사 손연희 씨는 단시간에 학생들이 단합해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으로 ‘재미’와 ‘성취감’을 꼽았다. 일주일에 두 번 진행되는 수업이었기에 치어리딩에 대한 즐거움을 곧 성취감으로 이어지도록 한 것이다.

손 씨는 학생들이 치어리딩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무엇이든 잘 해낼 수 있다는 마음을 찾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운동으로 하는 아이들도 있고, 시간을 때우려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국가대표를 꿈꾸는 아이들도 많아졌다. 스스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자신의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꿈의 씨앗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것 같다. 아이들에게는 무척 행복한 일이 아닐까 싶다.”

손 씨는 방과후 강사로서, 2024 아시아선수권 치어리딩 감독으로서도 활동하고 있지만 세 아이를 둔 학부모이기도 하다. 특히 가르치고 있는 송린초 늘봄학교 치어리딩부에 자녀 또한 수강하면서 치어리딩 국가대표로서 꿈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송린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오후돌봄 ‘에어로빅힙합 체육 특기적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송린초는 치어리딩뿐만 아니라 육상, 피구, 씨름 등 여러 체육 분야를 비롯해 인공지능, 코딩, 컴퓨터, 드론 등 미래 신수요 분야와 관련된 다방면의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참여하는 학생과 학부모, 강사들까지 모두가 만족하는 송린초의 방과후학교 운영 뒷편에는 박성환 교사의 애정과 노력도 있었다.

특히 박 교사는 지난 2021년 직접 설문조사를 실시해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에서도 성공적으로 방과후학교를 운영한 바 있다. 방역복을 입고 방역을 진행하는 등 세심한 관리 끝에 큰 변수 없이 코로나19 기간에도 송린초의 방과후학교는 계속해서 운영될 수 있었다.

송린초 박성환 교사가 2021년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코로나19 감염병 대응을 위한 방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사 박성환 제공)

늘봄학교 프로그램은 기존 수익자부담의 방과후학교와 달리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대학 산학협력단·늘봄사업단, 지역 및 예체능 협회·기관 등과의 연계 사업으로 강사, 교재, 교구 등이 지원되다보니 학생들에게 무료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박 교사는 이를 통해 학교와 기관 간의 상생 작용도 있다고 짚었다. 강사 채용 절차와 비용 지급 등 행정 부분에서 교원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지원 기관에서는 강사 지원 등으로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무료로 학생들에게 제공되다보니 저소득층 학생들도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고 학부모 또한 사교육비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4년차 방과후업무를 맡고 있는 만큼 많은 고충과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도 박 교사는 활기가 넘친다. “아이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만 봐도 큰 보람을 느낀다. 실패하더라도 또 도전하고 성공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배운다.”

교육청 연수에서 강사로도 활동하는 박 교사는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선생님들이 어려워하지 않게끔 전수해주고 싶다며 늘봄학교를 맡은 담당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업무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또 올해도 마찬가지로 돌봄교실에서 떨어진 친구들을 최대한 늘봄학교로 많이 흡수해 돌봄 공백을 해소하는 것이 목표라며 “학생들은 학교의 모든 교정을 뛰어놀 권리가 있다. 골고루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며 아이들이 자신의 진로를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송린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방학 중 오후돌봄으로 학교에서 책 읽기 활동 시간에 참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인생을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에 비유하자면, 초등학교 학생들은 사계절 가운데 봄에 막 접어드는 어느 무렵에 맞닿아있겠다. 따스한 햇살과 파릇파릇한 초록잎이 무성해지는 봄. ‘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라는 이름과 같이 늘봄학교를 통해 아이들이 몸과 마음 모두 더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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