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불륜추적 활극 ‘LTNS’ 두 감독 “내 얘기라면 참담해지는 인생 담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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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마다 진한 키스 장면으로 시작하는 티빙의 19금 오리지널 드라마 'LTNS'는 독립영화 출신의 전 감독과 임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임 감독은 "우리가 타인의 삶을 볼 때는 거리를 두고 관찰하니까 웃으며 보기도 하지만 그게 내 얘기가 됐을 때는 참담해진다"며 "그게 블랙코미디의 묘미 같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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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감독들이 그려낸 결혼제도의 초상
‘소공녀’의 이솜과 안재홍의 부부 세계관
깨알같이 숨긴 ‘성적 코드’와 남녀 미러링
“키스신은 우리 드라마의 시그니처에요. 도파민 과잉 시대에 시작부터 재미없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웃음) 맛보기로 매운 맛부터 보여 드리자였죠.”(전고운 감독)
“불륜은 클래식한 테마에요. 사랑의 이면을 보여주고, 사람들의 민낯을 드러내기에도 적합한 소재이죠.” (임대형 감독)
회마다 진한 키스 장면으로 시작하는 티빙의 19금 오리지널 드라마 ‘LTNS’는 독립영화 출신의 전 감독과 임 감독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제목부터 ‘롱 타임 노 섹스(Long Time No Sex)’라는 의미로 거침없다. 불타는 사랑으로 결혼을 완성했지만 우진(이솜)과 임박사무엘(안재홍)은 7년 차 섹스리스 부부다. 권태기에 빠진 오래된 부부도 서로를 혐오해서도 아닌, 돈에 찌들린 팍팍한 현실 때문이다. ‘영끌’해 산 아파트 가격이 추락하고, 치솟는 대출금리에 좌절한 두 사람은 불륜 남녀들을 협박해 갈취하는 ‘부부 공갈단’으로 인생 한 방을 노린다.
이솜과 안재홍의 ‘연기 합’ 못지않게 발칙하고 화끈한 성적 대화와 중년·동성·사내 불륜의 고자극 재료로 삶의 ‘웃픈’ 단면들을 요리해 낸 두 감독이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고운(39)·임대형(38) 감독은 “‘또라이 드라마’라는 얘기를 들을 때 기분이 너무 좋았다”라고 했다. 30대의 두 감독은 ‘프리티 빅브라더’라는 팀을 결성해 자신들의 첫 시리즈물을 세상에 내놓았다.
“일단 목표는 기차게 웃긴 블랙코미디 대본을 끝까지 완성해보자는 것이었어요. 쓰다 보니 욕심이 붙어 찍어볼까 단계가 됐고, OTT라면 이런 고자극 소재를 품어줄 수 있겠다 싶었는데 투자가 됐어요.”
두 감독은 반장과 부반장으로 역할을 나눠 연출했다. 베드신 장면들은 전 감독이 맡았다. 여배우들을 배려한 연출이지만 눈요기보다는 불륜 캐릭터들을 입체화시키는 섬세한 장치로 베드신을 활용했다.
전 감독은 “LTNS이 현실적 얘기라고 하지만 사실 현실에서 재료를 채취한 판타지물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의 결혼제도를 풍자하면서 불안정한 삶에 대한 카타르시스를 주고 싶었다고”고 말했다.
임 감독도 우리 사회의 고정된 성 역할에 대한 ‘미러링’을 보여주는 의도가 있다고 짚었다. 서울대 출신이지만 스타트업이 망한 후 집안 살림을 도맡은 사무엘과 삼류 호텔리어로 실질적 가장인 우진의 모습에서, 흔히 남자는 육체적 불륜, 여자는 정서적 불륜을 한다는 선입견도 뒤틀어 버린다.
두 감독이 깨알같이 숨겨둔 ‘성적 코드’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크다. 사무엘이 모는 택시 번호판은 ‘87자 6969’이고, 부부의 아파트 호수는 ‘609호’다. 꽉 막힌 현실은 카메라가 비춘 ‘너만 번아웃이냐, 나도 번아웃이다’라는 책 제목으로 암시된다.
두 감독은 “사내 불륜 커플 장면에서 주차된 차의 옆 차 번호가 ‘4885’라는 것까지 시청자들이 찾아내 놀라웠다”며 “우리가 설정한 디테일까지 시청자들이 귀신같이 알아봐 감사하다”고 말했다.
‘LTNS’는 전 감독의 6년 전 독립영화 ‘소공녀’의 이솜과 안재홍 이야기가 이어지는 느낌이다. 가난한 두 청춘은 사랑을 나누고 싶지만 없어 매서운 한기가 서린 단칸방에서 현실을 자각하며 말한다. “봄에 하자”라고. 시차를 두고 이어진 두 작품의 세계관에서 삶은 구차하고, 사랑은 지리멸렬한다.
임 감독은 “우리가 타인의 삶을 볼 때는 거리를 두고 관찰하니까 웃으며 보기도 하지만 그게 내 얘기가 됐을 때는 참담해진다”며 “그게 블랙코미디의 묘미 같다”라고 했다.
“설 명절 가족들과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차고 넘치잖아요. LTNS는 꼭 혼자 보시길. 자신만의 시간을 마주하기에 ‘딱’ 맞는 드라마입니다.”(전고운·임대형 감독)
안동환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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