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30시간 일해도 월급 그대로?"…여가부 장관이 찾아간 이 회사

김지현 기자 2024. 2. 6.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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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희망벨 '띵동(Think童)' 울린 기업]⑥'가족친화 최고기업' SK하이닉스
[편집자주] 청년들은 결혼을 미루고 가정을 꾸린 뒤에도 애를 낳지 않는다. 이미 한국은 '1등 저출산 국가'란 벼랑끝에 섰다. '인구감소'는 '절벽'과 '재앙'을 건너 '국가소멸'이란 불안한 미래로 달려가고 있다. 백약이 무효란 체념보단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접근법으로 판을 바꿀 '룬샷(Loonshot)'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머니투데이는 앞으로 '아이(童)를 낳고 기르기 위한 특단의 발상(Think)'을 찾아보고, '아이(童)를 우선으로 생각(Think)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띵동(Think童)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기업들을 시작으로 출산이 축복이 되는 희망의 알람, '띵동'을 울린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공유한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5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소재 SK하이닉스를 방문해 가족친화경영 성과를 살피고 임직원들과 가족친화제도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여성가족부
"아빠에게도 육아휴직을 한 달 정도 주는 것을 제안하겠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5일 오후 경기 이천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본사를 찾았다. 좀처럼 접점이 없어 보이는 반도체 공장에 그가 방문한 건 지난해 여가부가 평가한 '가족친화 최고기업'으로 SK하이닉스가 선정됐기 때문이다.

2008년 도입된 '가족친화인증제'는 근로자가 일·가정생활을 병행하도록 가족 친화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에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2022년부터는 장기간 인증을 유지해온 기업을 '가족친화 최고기업'으로 선정하기 시작했다. 2009년 처음으로 가족친화 기업으로 인증받은 SK하이닉스를 포함해 총 22개사가 꼽혔다.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 사장도 "구성원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건 결국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며 "출산·육아 부문에서 회사가 서포트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를 만들고, 회사 전체의 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변화시키려 한다"고 소개했다.
30시간 근무해도 월급 보전..유연 근무도 활성화
실제로 인력 공백이 바로 성과에 영향을 주는 '제조업'에서 처음으로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도입할 만큼 SK하이닉스는 가족친화 기업의 선구자란 평가를 받는다. 이날 현장에서도 출산휴가와 단축 근무, 사내 어린이집 등을 사용한 직원들이 직접 자신의 경험담을 전했다. 임신 23주차의 김지연씨(31)는 현재 주 30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보통 기업에선 임신 위험기(12주 이내 36주 이후)에 단축 근무를 사용한다면 SK하이닉스는 임신 전(全) 기간에 가능하다. 특히 주 40시간을 근무할 때와 같은 수준으로 월급을 보전해준단 점이 눈에 띈다. 김씨는 "지난해 승진 대상자였는데 임신을 했다"며 "이런 경우 선뜻 말하기 어렵지만 눈치를 주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말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 일곱번째)이 5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소재 SK하이닉스에서 열린 '가족친화 최고기업 현장소통 간담회'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여성가족부
SK하이닉스를 다니는 동안 출산과 육아를 모두 겪은 위근영씨(31)는 "아이 둘이 있는데 모두 회사 어린이집을 보낸다"며 "오전 7시반부터 저녁 7시까지 맡기는게 가능해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유연 근무가 활성화돼 있어 아이가 아플 때 일찍 퇴근해 병원을 갔다가 집으로 가고, 나중에 부족한 시간을 채우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월 1회 금요일 휴무 84% 사용..입학 돌봄 휴가도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도 주목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4월부터 의무 근로시간인 주 평균 40시간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 월 1회 금요일 휴무를 주고 있다. 현재 구성원의 84%가 사용할 정도로 정착됐다. 휴가사용 욕구가 높은 징검다리 휴일·명절·연말 등은 연차 사용 권장일로 지정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아울러 △육아휴직 기간 최대 2년 △자녀 초등학교 입학 당해연도 3개월 돌봄 휴직 △배우자 출산휴가(첫째 10일·둘째 15일·셋째 이상 20일) △난임 치료 지원 △다자녀 출산 축하금(첫째 30만원·둘째 50만원·셋째 100만원) △임신 축하 패키지 제공 및 태아 검진 휴가 등 다양한 가족친화 혜택을 주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이렇게 일·가정 양립에 심혈을 기울이는 건 구성원의 행복 때문만은 아니다. 김 사장은 "저희들은 반도체 회사라 가장 중요한 게 사람"이라고 전제한 뒤 "좋은 인재를 처음에 뽑는 것은 물론 외부에서도 좋은 인재들을 모셔 오는게 중요하다"며 "(인재들이) 일만 열심히 할 수 있도록, 가족이나 애들을 키우는 건 회사가 알아서 잘해주도록 만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집 확대 지원 제안.."월급 보전 인상적"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5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소재 SK하이닉스를 방문해 가족친화경영 성과를 살피고 임직원들과 가족친화제도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여성가족부
김 장관이 참석한 간담회에선 정부의 사내 어린이집 지원 확대가 필요하단 건의가 나왔다. 신상규 SK하이닉스 기업문화 부사장은 "제일 마음 아픈게 어린이집인데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지은 지도 오래됐고, 새로 지을려면 비용이 많이 든다"며 "환경을 개선하거나 시설을 증축할 때 정부에서 도움을 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 한 김영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 부위원장은 "고용노동부와 잘 상의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김 장관은 "(월급을 일정 부분 보전해주는) 근로시간 단축은 굉장히 의미가 있어 다른 회사에도 제안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다"며 "(일·가정 양립 제도가) 회사의 생산성, 구성원들의 회사에 대한 로열티(충성도)로 연결돼 결국 선순환 구조가 되는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도 "임신 전(全) 기간 근로시간 단축은 들어본 적이 없는 사례"라며 "(다른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잘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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