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식장애는 음식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먹지 못하는 여자들’[플랫]
해들리 프리먼 지음 | 정지인 옮김 | 아몬드 | 432쪽 | 2만2000원
몇년 사이 수면 위로 드러난 ‘프로아나’(극단적으로 마른 몸을 추구하는 사람)를 보며 많은 이들이 그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SNS에 노출된 비쩍 마른 몸매의 모델 사진이 ‘마른 몸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을 자극해 여성들을 섭식장애로 몰아넣는다는 게 대부분 언론이 반복해 내놓은 진단이다.
책 <먹지 못하는 여자들>은 이것이 거식증에 대한 가장 큰 오해라고 말한다. SNS가 존재하기 전인 수천년 전에도 거식증은 존재했으며 이는 대부분 여자였다. 지금도 환자의 90%는 여성이다. 책은 “거식증은 사실 음식에 관한 문제가 아니며 말로는 표현하지 못할 무언가를 온몸으로 말하는 시도”라고 정의 내린다.
<먹지 못하는 여자들>은 영국 선데이타임스 기자이자 거식증 당사자인 해들리 프리먼의 ‘거식증 탐구서’이자 ‘투쟁기’다. 프리먼은 열네 살 때부터 거식증으로 인해 3년간 정신병동을 전전했고 이후에도 거식증과 오래 함께했다. 파스타와 팬케이크를 좋아하던 소녀가 갑자기 굶기 시작한 기억부터 투병 과정에서 몸소 겪은 날것의 경험을 용기있게 고백한다.
저자는 새 모이만큼 음식을 먹고 쉴 새 없이 팔벌려뛰기를 하면서도 정작 얼마나 마르고 싶은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청소년기 가능성의 공포에서 거식증은 ‘굶으라’는 단 하나의 답을 제시해주며 일종의 해방감을 선사했다.
📌[플랫]‘욕망 되고 싶지 않은’ 여성의 ‘몸’에 대한 고백들
거식증 당사자이자 저널리스트라는 저자의 특기가 발휘된다. 거식증의 양상을 전하는 것을 넘어 최근 연구 결과와 전문가 의견, 거식증 환자 가족을 위한 조언도 담았다. 섭식장애 유전율(60%)이 우울증보다 높다거나 성별불쾌감과 거식증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는 우리가 거식증에 관해 얼마나 모르는지 일깨운다. 경험과 꼼꼼한 취재가 바탕이 되었기에 나올 수 있는, 거식증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 최민지 기자 ming@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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