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실행 4일 전, 손준성 윤석열 총장 만나 오찬

강민수 입력 2024. 2. 6. 10:00 수정 2024. 2. 6.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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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법원이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에게 징역 1년 유죄를 선고하며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고발사주’가 당시 ‘윤석열 검찰’의 조직적인 움직임 속에 진행됐음을 인정한 가운데, ‘고발사주’ 실행 4일 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수정관)이 오찬을 같이 했던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로 확인됐다. ‘고발사주’ 실행 전후로 윤 총장과 손 수정관의 만남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함께 ‘고발사주’ 하루 전날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고발사주’ 피의자로 입건돼 수사를 받았던 권순정 당시 대검 대변인(현 법무부 검찰국장)과도 오찬을 함께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윤석열-손준성, 윤석열-권순정, 두 번의 오찬 자리에서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특히 ‘고발사주’가 이뤄지기 전 윤석열 총장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 추가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고발사주’ 직전 윤석열 총장이 손준성·권순정과 잇따라 오찬을 가진 사실은 뉴스타파 등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공동취재단)이 대검찰청으로부터 받아낸 2020년도 윤석열 검찰총장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분석하던 중 확인됐다.

윤석열 검찰총장 2020년 3월 업무추진비 내역에서 ‘고발사주’ 4일 전 ‘손준성·윤석열 오찬’ 확인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이 대검찰청으로부터 받은 검찰총장 업무추진비 지출 증빙 자료에 따르면 고발 사주 4일 전인 지난 2020년 3월 30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손준성 수정관과 서울 서초구 한정식집에서 오찬 간담회를 한 것으로 나온다. 

공동취재단이 대검찰청으로부터 받은 검찰총장 업무추진비 지출 증빙자료에 따르면, 손준성 검사가 첫번째 고발장을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에게 전달하기 4일 전인 2020년 3월 30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손준성 수정관과 서울 서초구 한정식집(명선헌)에서 오찬을 한 것으로 나온다.

업무추진비 집행 명목은 ‘수사정보정책관 등 오찬간담회’, 업무추진비 카드로 총 34만 3,200원을 결제했다. 윤석열 총장이 쓴 업무추진비 내역으로 보면,  2019년 7월 총장 취임 이후 윤석열 총장이 손준성 수정관과 오찬을 가진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대검은 두 사람의 식대를 결제한 카드 영수증의 결제 시각과 참석자 명단을 가린 채 공개했다. 따라서 영수증만으로는 두 사람이 정확히 몇 시에 식사했는지, 그리고 두 사람 외에 추가 참석자가 더 있었는지는 파악할 수 없다.  

▲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이던 2020년 3월 30일, 손준성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과 오찬 간담회를 한 서울 서초구의 한정식집. 

두 사람이 오찬을 한 나흘 뒤인 2020년 4월 3일, 손준성 수정관은 김웅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에게 ‘사주 고발장’을 전달했다. 4월 3일은 금요일이다. 금요일(4월 3일)에 손준성 수정관에서 김웅 의원으로의 ‘고발사주’가 실행됐는데, 그 주의 시작인 월요일(3월 30일), 손준성 수정관과 윤석열 총장이 함께 점심을 먹은 것이다. 

‘고발사주’ 사건은 2020년 4월 총선 직전, 당시 대검 손준성 수사정보 정책관이 이른바 '채널A 검언 유착 사건' 제보자의 실명 판결문을 검색한 뒤 이를 토대로 뉴스타파 기자를 포함한 언론인들과 최강욱 당시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해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김웅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에게 전달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것이 핵심 골자다. 

지난 달 31일 손준성 검사에게 징역 1년의 유죄(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를 선고한 1심 재판부는 ‘고발사주’와 관련, 정보 수집과 고발장 작성 과정에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 검사 뿐 아니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의 검사들이 조직적으로 동원됐다고 판단했다.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수정관)은 수사 정보 등을 수집해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는 총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한다. 때문에 ‘고발사주’사건 초기부터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 혹은 묵인이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고발사주’ 재판에 나온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은 “고발장 작성은 손준성 검사장 개인이 결정한 일이 아니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시해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와 수사관이 작성했고, 컨펌(확인)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손준성 전 수정관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검사장으로 승진해 현재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있다. 손 검사장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됨에 따라 검사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 윤석열 총장의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과 공수처 수사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타임라인 

고발 사주 하루 전날에는, 윤석열과 대변인 권순정 오찬도 확인

2020년 윤석열 검찰총장의 업무추진비 지출 증빙자료에는 ‘고발사주’ 하루 전날인 2020년 4월 2일, 윤석열 총장이 당시 권순정 대검 대변인과도 오찬을 한 것으로 확인된다. 

4월 2일, 이날 윤석열 총장은 ‘대변인 등과의 오찬 간담회’ 명목으로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의 한 오마카세 식당에서 총 24만 원을 업무추진비로 썼다.  이 오찬 자리에 윤석열 총장과 권순정 대검 대변인 외에 누가 더 함께했는지 알 수 없도록 검찰은 참석자 명단을 가렸다. 

▲ 고발사주 하루 전날, 윤석열 검찰총장은 권순정 대검 대변인 등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윤석열 총장과 권순정 대변인은 고발사주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되었으나,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리됐다. 

권순정 당시 대검 대변인 역시 ‘고발사주’ 사건에 연루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당시 윤석열 총장과 한동훈 검사장을 포함해 권순정 대변인까지 ‘고발사주’ 사건의 피의자로 입건했으나, 이후 모두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했다. 권순정 전 대변인은 현재 ‘검사장 4개 요직’ 중 하나인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급)을 맡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월 30일 손준성 검사장과 오찬, 3일 뒤 4월 2일 권순정 대변인과 잇따른 오찬 이후에 ‘고발사주’가 실행됐다. 더구나 고발사주 직전, 손준성-한동훈-권순정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 내역이 부쩍 늘어났다.

‘고발사주’ 재판 과정에서 나온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당시 손준성 수정관과 한동훈 검사장, 권순정 대변인과의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은 2020년 3월 14일에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이후 이른바 ‘손-한-권 3자 대화방’은 ‘윤석열-손준성 오찬’ 다음 날인 3월 31일에는 53회, 4월 1일 45회, 4월 2일 30회 대화가 이뤄졌고, 4월 2일에는 당시 한동훈 검사장이 내용을 알 수 없는 사진 60장을 이 단체 대화방에 올렸다. 당시 윤석열 총장과 한동훈 검사장 사이의 통화 건수도 4월 1일 12회, 4월 2일 17회로 늘었다. 

손준성은 답변 없고, 권순정은 “총장은 대변인과 수시로 오찬” 

뉴스타파는 손준성 현 대구고검 차장검사와 권순정 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연락해 당시 윤석열 총장과 오찬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 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등을 물었다. 이에 대해 손준성 검사장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고, 권순정 검찰국장은 “총장은 대변인과 수시로 오찬을 한다, 참고하길 바란다”고 짧게 답했다. 

참여연대는 법원의 1심 선고 뒤 논평을 내고 “유죄가 선고된 ‘고발사주’ 범죄는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손준성 개인의 일탈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공수처는 ‘윗선’으로 의심을 받았던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등 당시 검찰 고위간부들의 연루 의혹에 대해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 강민수 cominso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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