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S24 공시지원금 50만원?…좀 더 불러봐~

김재섭 기자 2024. 2. 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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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섭 기자의 뒤집어보기
에스케이텔레콤 제공

‘갤럭시S24로 바꾸고 싶어요. 언제쯤이면 더 싸질까요?’

최근 회사 동료가 이런 질문을 해왔다. 단말기 지원금(보조금)을 받아도, 기본 모델도 100만원 이상 줘야 한다. 엄두 내기 어려우니 답답한 마음에 ‘그래도 통신분야를 30년 가까이 출입했으니 ‘비법’이 있지 않을까’ 싶어 푸념하듯 물어온 질문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휴대전화는 꼭 필요할 때 적당한 성능의 제품을 골라 잘 쓰는 게 싸게 사용하는 법”이라고 답을 보내니, “의사가 환자한테 하는 말투”라는 핀잔이 돌아왔다.

인기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주인공처럼 기억을 갖고 과거(갤럭시S24 언팩 전)로 돌아가지 않는 한, 갤럭시S24로 바꾸는 비용이 언제쯤 가장 적게 들지 누가 알까. 다만, 요즘 정부가 이동통신 업계를 대하는 태도와 이동통신 3사의 공시 지원금 경쟁 행태로 보면, ‘당장 급하지 않으면 좀더 기다렸다가 바꾸라’는 클래식한 처방이 맞을 듯싶다.

지난달 정부는 시장 안정화와 가입자 차별 금지를 내세워 단말기 지원금을 사전 공시 금액 이상 주지 못하게 막은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단통법) 폐지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법 제정 취지와 달리, 요금 경쟁과 통신망 고도화 투자가 나타나기는 커녕 오히려 요금과 단말기 가격이 함께 높아지며 가계통신비 부담만 늘리고 있어서다.

정부는 나아가 이동통신사들한테는 단말기 지원금을 늘리고, 단말기 공급업체한테는 단말기 구입·교체 문턱을 낮춰달라는 주문을 이어간다. 정부 압박 때문일까, 아니면 단통법 취지를 외면하며 배 불려온 것에 대한 비판이 두려워서일까. 이동통신사들은 앞다퉈 단말기 공시지원금을 끌어올리고 있다.

6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S24시리즈의 공시지원금이 최대 50만원까지 뛰었다. 앞서 이동통신사들이 지난달 26일 갤럭시S24 개통을 시작하면서 공시한 지원금은 최대 23만원이다. 월 12만~13만원짜리 최고가 요금제에 태워진 지원금도 사업자별로 20만~23만원에 그쳤는데, 열흘만에 2배 이상으로 뛰었다. 유통점 추가지원금(공시 지원금의 15%)을 더하면, 소비자가 받는 지원금은 최대 57만5천원에 이른다.

공시 지원금이 가장 많은 곳은 엘지유플러스(LGU+)다. 요금제에 따라 15만5천∼50만원이다. 이 업체는 지난달 26일 갤럭시S24 지원금을 최대 20만원으로 공시했다가, 지난 2일 최대 45만원으로, 다시 최대 50만원으로 끌어올렸다. 이 업체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올려 또 높였다”고 말했다. 에스케이텔레콤(SKT)의 갤럭시S24 공시 지원금은 최대 48만9천원이다. 지난달 26일 내건 공시 지원금 최대 20만원과 비교하면 열흘만에 2.5배 상승했다. 같은 기간 케이티(KT) 공시 지원금도 최대 20만원에서 48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동통신사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단말기 지원금 같은 공시 정보를 변경할 수 있다.

이통사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통신 3사 간에 벌어지는 단말기 지원금 경쟁은 ‘게임’ 모양을 띤다. 지원금을 단돈 1만원이라도 더 주는 사업자로 가입자들이 몰려서다. 경쟁사로 몰려가는 가입자들의 발길을 돌리기 위해 그보다 더 높은 지원금을 제시하는 식이다. 이렇게 매주 2회씩 지원금 경쟁이 이뤄지다 보니, 열흘 만에 출발 금액의 2배 이상으로 뛴 것이다. 더욱이 경쟁이 시작되면, 우량 가입자를 잃을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어느 사업자도 먼저 ‘지원금 레이스’를 멈추거나 빠져나올 수가 없다.

이전에는 단통법이 지원금 경쟁의 과열을 막았다. 인기 높은 새 단말기를 두고 이동통신사 간 지원금 경쟁이 치열해지는가 싶으면, 방통위가 현장점검 예고 같은 ‘경고 메시지’를 내 찬물을 끼얹었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정부가 나서서 휘발유를 끼얹고 경쟁을 부채질한다.

이동통신사들 ‘실탄’도 충분하다. 1위 사업자 에스케이텔레콤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7532억원으로, 전년보다 8.8% 늘었다.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반경 확대와 품질 향상 등 통신망 고도화를 위한 설비투자는 10% 가량 줄이면서 이익을 극대화했다. 엘지유플러스와 케이티는 각각 7일과 8일에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다. 마침 이동통신사들은 공시 지원금을 올리기 전 제품 구매를 계약한 고객에 보상안도 검토한다고 한다.

그럼 갤럭시S24 최대 공시지원금은 어느 수준까지 높아질까. 일단 가입자들이 갤럭시S24를 고르며 선택약정요금제를 선택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혜택 72만원(12만원x0.25(선택약정요금제 선택 시 월 요금 할인율)x24(약정기간))까지는 갈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더 가면, 현재 25%로 돼 있는 선택약정요금제의 할인율이 따라서 높아질 수 있어서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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