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하 서울시의사회 회장 “파업 찬반 투표 하겠다”…설 이후 의료계 대란 ‘우려’

2024. 2. 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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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6일 의대 증원 규모 발표…1500~2000명 예상
서울시의사회 “파업 고려한 추가 설문 조사할 수도”
의협·대전협 등 의료계 단체 행동 가능성 높아져
[헤럴드DB]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정부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규모를 6일 오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울시의사회가 총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총파업의 직전 단계인 파업 찬반투표 실시를 공식화 하면서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6일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진행됐던 설문조사를 통해 서울시의사회는 회원들의 파업에 대한 의지와 의대 정원 확대 문제에 대한 정서를 파악한 바 있다”며 “정부 발표를 듣고 만약 서울시의사회가 파업에 돌입하게 된다고 하면 회원들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번 더 실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 회장이 말한 ‘설문조사’는 파업 찬반투표로 해석된다.

서울시의사회는 지난해 10월 20일부터 27일까지 1주일간 서울시의사회 전회원을 대상으로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는 인턴·레지던트·봉직의·개원의·교수 등 총 7972명이 참여했는데, 응답자 중 77%가 의대 증원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박 회장은 “회원들이 정말 파업에 참여할 것인지 여부는 개별적으로 파악해보거나 필요하다면 추가 조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박 회장은 또 “현재 전문의 실기시험 기간인데다 구 의사회, 시 의사회, 의협 등의 선거 기간이기도 해 (파업 관련 서울시의사회 내 설문조사) 시점은 잘 모르겠다”면서 “오늘 정부 발표를 보고 잘 논의해서 회원들에게 안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오후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를 열고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1500~2000명 늘리는 안을 의결·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2035년 1만5000명이 부족한 의사 수급 상황을 고려해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확대하겠다”면서 장기적인 증원 목표치를 언급했다. 사실상 ‘2035년까지 1만5000명 의사 추가 확보’를 염두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박 회장은 “정부의 의대 증원 규모 발표 시기를 2월 7~8일 정도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일 서울시의사회 비상대책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6일부터 전공의 학생을 포함해서 병원장과 각 구의 의사회 회장 등을 만나 긴급회의를 열 생각이었다. 그런데 6일에 발표가 난다고 해서 갑작스러웠다”며 당혹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시의사회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의사를 옥죄고 규제하는 포퓰리즘 정책 강력 규탄, 저지를 위하여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지난 5일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박 회장은 1500~2000명 수준으로 거론되는 증원 규모를 “황당한 숫자”라고 했다. 그는 “지금 의대 증원이 필요한 것도 아니며, 증원한다고 해서 필수·지역 의료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라고 의료계가 주장해왔다”며 “의료계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고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숫자”라고 했다.

아울러 박 회장은 “의대 정원이 무분별하게 대규모 증원된다는 발표가 나오면 회원들이 분노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발표 이후 서울시의사회뿐 아니라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의 반발도 뒤따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설 연휴 이후 의료대란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오전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표명하기로 했다. 의협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을 강행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단체행동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파업 시 가장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대전협도 파업 동참 가능성도 열려 있다. 대전협은 지난 5일 전국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1만여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 조사한 결과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시 파업 등 단체 행동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비율이 88.2%에 달했다고 밝혔다.

지난 2일엔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집단행동 등 대응 방침을 논의했다. 지난달에는 회원 4200명(전체의 28%)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6%가 의대 증원 시 단체 행동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고 발표했다.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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