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밝혀낸 고대 이집트 종이… 무엇이 쓰여 있을까
감각, 즐거움 논하는 철학 작품 공개
6일 네이처에 따르면 ‘베수비오 챌리지’이라고 불리는 대회의 우승자들은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파피루스를 스캔, 감각과 즐거움에 대해 논의하는 철학적인 작품을 공개했다. 네이처는 “이번 성과는 고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혁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기대했다. 지난 5일 발표된 우승작은 전체의 약 5%에 해당하는 수백개의 단어를 밝혀냈다.
검게 탄 두루마리는 18세기 이탈리아 헤르쿨라네움의 고급 로마 빌라에서 발굴된 수백 개의 온전한 파피루스(고대 이집트의 종이) 중 하나다.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Herculaneum scrolls)’로 알려진 이 종이들은 고대의 도서관으로 불리지만 손상 우려가 커 열 수 없었다. 이 두루마리가 발견된 이후 많은 과학자가 이를 열기 위한 시도를 이어왔다. 280개에 달하는 두루마리는 뭉쳐진 채 남아있다.
브렌트 실즈 켄터키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20년 동안 이 두루마리의 숨겨진 문자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의 팀은 3차원 컴퓨터 단층 촬영 이미지를 이용, 말려 있는 파피루스의 표면을 ‘포장’하는 소프트웨어(SW)를 개발했다. 2019년 실즈 교수는 고해상도 스캔을 위해 이 두루마리를 옥스퍼드 근처에 있는 ‘다이아몬드 광원 입자 가속기’로 가져갔다. 하지만 두루마리의 표면을 그리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실즈 교수 연구팀은 ‘기계학습’을 떠올렸는데 데이터 학습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때 온라인에서 실즈 교수의 강연을 본 실리콘 밸리의 사업가인 냇 프리드먼이 대회를 제안했다. 그는 12만5000달러를 기부한 뒤 X를 통해 수십만 달러를 더 모았다. 이어 실즈 교수는 고해상도 스캔과 자신의 SW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3월 ‘베수비오 챌린지’를 열고 최소 140자, 4개 구절을 읽는 대회를 열었다. 프리드먼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회의 성공 열쇠는 경쟁과 협력의 혼합”이라고 말했다. 각 단계에서 우승한 기계학습 코드가 공개되고 참가자들은 이를 기반으로 더 나은 결과를 내놨다.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 내용은 에피쿠로스학파의 철학과 관련된 것으로, 기원전 341년부터 270년까지 살았던 아테네 철학자 에피쿠로스의 추종자 ‘필로데무스’의 작업 도서관이었던 것처럼 보인다. 이 글에는 제노판투스라고 불리는 인물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인물은 아마 고대의 작가 세네카와 플루타르코스가 언급한 플루트 연주자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작품에는 ‘즐거운 맛’과 ‘볼거리’뿐 아니라 고대 작가 세네카와 플루타르코스가 언급한 제노판투스라는 이름의 플루트 연주자가 등장하는데, 그의 연주를 듣고 알렉산더 대왕이 무기를 꺼내 들었다고 한다.
이번 챌린지의 심사위원이었던 리처드 얀코 미시간대 교수는 네이처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작품이 있다면 정말 좋을 것”이라며 “두루마리에는 그리스의 철학을 더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네이처는 이번 성과가 헤르쿨라네움 별장에 대한 추가 조사 여부에 대한 논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수천 개의 두루마리가 여전히 지하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처는 “챌린지 참가자들이 개척한 머신러닝 기술은 미라를 감싸는 파피루스처럼 다른 유형의 숨겨진 텍스트를 연구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라고 기대했다. 프리드먼은 올해 연말까지 두루마리의 85%를 해독하는 것을 목표로 새로운 베수비오 챌린지의 새로운 상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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