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키는 키가 쥔다’ 삼고초려 속 캡틴 기성용 귀환
FC서울 김기동 감독은 최근 전지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에서 새해 선수단을 이끌 리더로 기성용(35)을 지명했다.
김 감독은 지난 5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키(기성용의 애칭)가 서울이라는 배의 키를 쥐어야 제대로 나아가지 않겠느냐”며 “기성용은 서울에서 그런 선수”라고 말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서울을 상징하는 미드필더인 기성용이 캡틴을 맡은 것은 2021년 이후 3년 만이다.
당시 기성용은 1년 6개월 남짓한 기간 주장으로 팀을 이끌다 다른 선수들도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주장 완장을 내려놓은 바 있다. 그러다보니 다시 주장직을 맡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김 감독은 지난 2일 기성용이 서울 선수단에 합류한 뒤 주장을 내정하면서 따로 면담을 가진 횟수만 무려 세 차례였으니 ‘삼고초려’라는 표현이 이상하지 않다.
김 감독은 “선수 본인이 부담을 호소한 것을 설득하는 과정이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싫다고 하고, 두 번째도 거절하더라. 어젯밤(4일) 방으로 직접 찾아가서 주장직 수락을 이끌어냈다”고 덧붙였다.
결국 기성용도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조기 전역한 조영욱이 부주장을 맡는 조건으로 수락했다. 기성용은 “(조)영욱이는 너무 착해서 걱정된다”며 자신에게 쏠리는 책임감과 역할을 받아들였다.
사실 김 감독이 기성용을 중심으로 서울을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 감독은 포항 스틸러스를 떠나 서울에 부임하기 전에 먼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기성용을 만나 도움을 요청한 바 있다. 계약을 맺은 이후에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기성용은 꼭 필요한 선수”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기성용은 “감독님이 날 다른 곳으로 갈 수 없게 잡아놓으신 것”이라는 농담과 함께 “새해에는 더 나은 성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개막전까지 한 달도 남지 않은 서울의 2024년 항해가 시작된 순간이다.
가고시마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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