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아올(고마워요), 꼬레!” 대한적십자사의 튀르키예·시리아 구호는 아직 진행 중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라는 말이 있다. 비가 내리면 땅이 질척해지지만 마르고 난 뒤, 전보다 더욱 단단해진다는 의미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오늘(6일)은 튀르키예·시리아 지진이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유례없는 대지진을 겪은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민은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한층 강해진 모습이다.
◇”형제의 나라 돕자”…기업부터 초등학생까지 십시일반 모금
1년 전 오늘, 튀르키예 남동부에서는 규모 7.8과 7.6의 대형 강진이 연이어 발생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두 번의 대지진으로 5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10만여 명의 부상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또 건물 31만여 채가 피해를 보고, 910만여 명의 이재민도 발생했다. 특히 7.8 규모로 발생했던 첫 번째 대형 지진은 시리아 북서부까지 영향을 미쳤다.
시리아 아랍적신월사에 따르면 5000여 명이 사망하고, 1만여 명이 다쳤다. 지진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만 200만 명 이상에 달한다. 튀르키예는 한국전쟁 당시 4번째로 많은 병력을 파병했다. 우리에게는 ‘형제의 나라’나 다름없다. 대한적십자사는 지진으로 고통받는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돕기 위해 대국민 모금 캠페인을 벌였다. 또 국제 긴급 대응 기금을 지원하고, 긴급구호품도 전달했다. 개그맨 이용진, 가수 청하 등 유명인부터 현대자동차·LG·경기도청·서울 경기초등학교 학생 등 기업과 지자체까지 30만 명이 ‘십시일반(十匙一飯)’ 힘을 보탰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진 피해 이재민들을 돕기 위한 국민 성금은 402억원(지난해 12월 기준)이 모였다.
◇'한국-튀르키예 우정의 마을’에서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
추운 겨울, 지진으로 생활 터전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한 음식·생활용품·잠자리일 것이다. 대한적십자사는 대지진이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직후, 현지에서 활동하는 △튀르키예적신월사 △시리아아랍적신월사를 비롯해 △국제적십자사연맹 △국제적십자위원회와 협력했다. 지진 피해 이재민 긴급 구호 활동을 위해서다. 대한적십자사는 임시거처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들에게 겨울 동안 따뜻한 식사를 96만 회 제공했다. 또 13만 점의 구호 물품과 2만여 개의 난방기를 배부했다.
튀르키예 카르만마라쉬주(州) 파잘직 지역은 지진 피해가 유독 컸던 곳이다. 대한적십자사는 이재민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1000채 규모의 컨테이너 주택단지인 ‘한국-튀르키예 우정의 마을’을 건설했다. 침대·화장실·싱크대를 비롯해 냉난방기·TV·세탁기 등 가전제품이 완비된 임시주택에 2700명의 이재민이 입주해 생활하고 있다. 단지 안에 △학교 △놀이터 △상점 △심리지원시설 △행정시설 △구호 및 보안시설 △보건소 등 부대시설도 갖춰 이재민들의 일상 회복을 도왔다. △급식 △구호 물품 △임시거주지 등 대한적십자사의 지원을 받은 튀르키예 사람들은 총 59만 명에 달한다. 이 외에도 대한적십자사는 튀르키예적신월사에 긴급 구호 차량 43대와 이동식 급식 및 세탁 차량 2대도 전달했다.
지진 피해 지역은 무너진 건물 잔해를 치워 생긴 공터, 금 간 건물 등 상흔(傷痕)이 여전하다. 하지만 ‘한국-튀르키예 우정의 마을’에서는 따뜻한 희망이 피어나고 있다. 이재민인 메멧 알리씨는 지진으로 집이 무너져 약혼자와 함께 3개월 이상을 텐트촌에서 생활했다. 그는 ‘한국-튀르키예 우정의 마을’에 입주한 뒤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텐트촌에서는 음식과 음료만으로도 만족했는데 우정의 마을에 입주한 후 편안하게 생활하고 있다”라면서 “올해는 약혼자와 결혼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12살 알미라는 K팝 스타인 블랙핑크와 한국을 좋아하는 소녀다. 알미라는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파잘직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지진으로 고향과 정든 친구들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알미라는 엄마와 함께 ‘한국-튀르키예 우정의 마을’의 임시주택을 지원받아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알미라는 “친구들이 있는 파잘직에 와서 정말 좋다”라면서 “다시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공부할 수 있어 행복하다”라고 밝혔다. 또 3남 2녀를 둔 이야스와 아이세 부부는 ‘한국-튀르키예 우정의 마을’에 입주하기 전 4개월간 텐트에서 생활했다. 이야스씨 가족에게 텐트 생활은 힘겨웠다. 비가 오면 물이 차올라 어렵게 구한 침대와 카펫을 버려야 했고, 씻기 위해서는 몇 시간씩 기다려야 했다. 이야스씨는 “집안에 샤워 시설이 갖춰져 언제든지 씻을 수 있다”라면서 “일을 마친 후 깨끗하게 씻고 가족들과 TV를 보며 쉴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라고 전했다.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지난해 10월 우정의 마을 입주식에서 많은 튀르키예 분이 한국 지원에 대해 고마워했다”며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구호에 성금을 기탁하신 기업과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이재민들이 일상으로 신속하게 복귀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성실하게 지원을 펼쳐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재난은 아직 진행형…지속적인 복구지원 절실
대한적십자사는 지난해 4월 튀르키예에 재건복구지원단을 파견했다. 지원단은 현장에서 이재민들의 필요를 파악하고, 상황에 맞게 지원했다. ‘이재민 돕기’ 국민 성금 중 232억원이 재난복구에 사용됐다. 하지만 지진 발생 1년 후인 지금까지 튀르키예에서는 80만 명 이상이 컨테이너와 텐트 등 임시거처에서 생활하고 있다. 또한 시리아에서는 400만 명 이상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여전히 절실한 상황이다.
앞으로 대한적십자사는 튀르키예적신월사, 시리아 아랍적신월사와 협력해 지진 피해 이재민들의 일상 회복을 도울 계획이다. 튀르키예에서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생계유지에 쓰일 현금을 지원한다. 6개 주 컨테이너 주택단지에 이재민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역센터가 건립될 예정이다. 이곳은 어린이 놀이공간이자 △문화 체험 △교육 △보건의료 △체육시설 △직업교육 등을 위한 공간으로 쓰이게 된다. 또 안전한 혈액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지진으로 무너진 혈액원 1개소와 헌혈의 집 2개소를 재건하고 헌혈 버스 2대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시리아는 12년간 지속된 무력 분쟁으로 극심한 빈곤 상태였다. 설상가상(雪上加霜) 대지진까지 발생해 더욱더 비극적인 상황에 부닥쳤다. 튀르키예와 시리아 북부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가 지진으로 유실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부 지원이 늦어졌고 수질오염으로 인한 콜레라 등 2차 피해도 심각했다. 대한적십자사는 2차 피해를 줄이기 위해 시리아아랍적신월사의 보건의료 및 물과 위생 개선 사업 지원에 집중했다. 수인성(水因性)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시신낭 2700개 △주방용품 세트 10000개 △위생키트 8000개 △발전기 39대 △물탱크 50대 △식수정화제 12만 개 등을 제공했다. 또 알레포 어린이병원과 다마스커스 알자히라병원에 의료 장비 34대를 설치해 의료 소외계층이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받게 됐다. 학생들이 더욱 깨끗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18개 학교의 수도 및 화장실도 개·보수했다. 가정용 저수탱크 보급으로 집에서도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대한적십자사는 시리아 사람들에게 긴급 식량을 제공하는 등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도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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