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찰스 3세, 암 진단...즉위 500여일만에 공개활동 중단
“문서 작업과 사적 회의 등
헌법적 역할은 계속할 예정”
영국 찰스 3세 국왕(75)이 즉위 1년5개월만에 암 진단을 받아 공개활동을 중단했다. 상태가 위중하지 않아 국가 원수로서의 역할은 일부 계속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워낙 고령인 탓에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윌리엄 왕세자의 섭정 임명 가능성 등에 시선이 쏠린다.
영국 왕실은 5일(현지시간) 찰스 3세 국왕이 지난주 전립선 비대증 치료 중에 암이 발견돼서 이날부터 치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암의 종류나 단계, 치료 방식 등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왕실 측은 불필요한 추측을 막기 위해 이번 암 진단 사실을 공개한 것이며, 암으로 영향받는 이들에 관한 대중의 이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설명했다. 또 국왕이 치료에 관해 긍정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암 치료로 인해 찰스 3세는 당분간 대중들을 상대하는 공개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 다만 정부로부터 오는 보고나 결제 등의 문서 작업, 회의 등 국가 원수로서의 역할은 일부 계속할 예정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케이트 왕세자빈의 복부 수술 이후 대외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는 윌리엄 왕세자가 이번 주 복귀해 아버지를 대신해 이전보다 많은 업무를 수행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영국에서는 국왕이 질병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국가원수로서의 책무를 수행할 수 없으면, 2명 이상의 국가고문이 그 권한을 대행할 수 있다. 현재 국가고문이 될 수 있는 왕족은 커밀라 왕비와 국왕의 두 아들 윌리엄 왕세자와 해리 왕자, 국왕의 동생인 앤드루 왕자, 앤드루의 장녀인 베아트리스 공주 등이다. 다만 찰스 3세의 상태가 위중하지 않기에, 권한대행 기능이 실제로 가동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일간 가디언은 2022년 어머니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하기 전까지 70년을 후계자에 머물다가 즉위한 국왕이 이제 막 성과를 내고 있는 와중에 암 진단을 받게 됐다면서, 그의 향후 역할에 의구심을 낳게 됐다고 짚었다.
찰스 3세 국왕이 워낙 고령인 탓에 일각에선 왕이 영구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에 대해서도 거론하고 있다. 영국 왕실 관련 법률은 군주가 영구적으로 왕실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되면 ‘섭정’을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찰스 3세가 이런 상황이 되면 1937년 섭정법에 따라 섭정은 윌리엄 왕세자가 된다고 미국 CNN은 전했다.
군주제에 대한 해묵은 우려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왕실 역사학자 에드 오원스는 “국왕 건강이 심각하게 악화하면 헌법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고 나머지 왕족들이 이미 과도하게 지고 있는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며 “영국 헌법의 아주 인간적이면서도 취약할 수 있는 속성이 드러나는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찰스 3세의 암 진단을 계기로 왕실 내부의 불화가 해소될지도 주목된다. 앞서 해리 왕자는 왕실과의 불화 끝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이후 방송 출연과 자서전 발간을 통해 왕실 비밀을 폭로해 갈등을 이어간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소식을 접한 뒤 영국으로 돌아가 아버지를 만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정상들도 잇따라 찰스 3세 국왕의 쾌유를 기원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곧 전력의 상태로 돌아오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라고 썼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왕의 빠른 쾌유를 위해 기도하는 영국인들과 함께한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영국 국민과 마음을 나눈다”고 밝혔으며, 영연방 국가인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암 치료를 받는 찰스 3세 국왕을 생각하고 있다. 빠른 쾌유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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