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차관’ 배출 요람···한국국방연구원(KIDA) ‘북한군사연구팀’ 차관 3명’ 나와[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4. 2. 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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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 민간출신 역대 최연소 국방차관
서주석, 靑 안보수석 거쳐 국방차관까지
신범철, 세번의 보수 정권에서 국방 요직
[서울경제]

윤석열 정부의 초대 국방부 차관은 민간 싱크탱크인 경제사회연구원 신범철 원장 겸 외교안보센터장을 낙점됐다. 지금은 4월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물러난 신 전 차관은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연구원(KIDA)에서 20여년간 근무했던 보수 진영의 외교안보 브레인으로 꼽힌다.

신 전 차관이 차관으로 임명되면서 백승주(박근혜 정부), 서주석(문재인 정부)에 이어 세 정권 연속 첫 국방차관을 KIDA 출신이 앉는 진기록을 세웠다. 주목할 만 점은 이들 세 사람에게 공통점이 있다. KIDA 신설 조직의 초기 멤버로 참여해 세 사람이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했다는 것이다.

1990년대 KIDA 새롭게 만든 ‘북한군사연구팀’이다. 북한 정치·사회, 북한핵전략, 북한 대외정책 등을 전문적으로 연구해 북한 관련 국방정책수립 및 의사결정에 기여하기 위한 신설된 부서다. 초대 북한군사연구팀장을 맡은 서 전 차관 주도로 이들 세 사람은 의기투합해 북한 관련해 정치적, 학술적 등의 연구성과와 전문성이 가장 뛰어난 조직으로 거듭났다. 이 같은 성과 덕분에 북한 관련 이슈가 많을 때는 팀(장)에서 실(장)을 거쳐 독립된 센터(장)급 조직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현재는 안보전략연구센터 밑에 북한군사연구실로 자리하고 있다.

백승주 전 국방부 차관.

국방부 차관으로서 첫 스타트는 경북 구미 출신인 백승주 전 차관이 끊었다. 백 전 차관은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전문위원으로 합류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첫 국방차관으로 임명됐다.

통상 국방차관은 예비역 중장이나 드물게 기획재정부 차관급 출신 재정전문가가 보임된다. 순수하게 안보 연구(북한군사 전문)를 해온 민간인이 선임된 사례는 처음이라 당시 주목을 받았다. 역대 최연소 차관이자 육군사관학교 출신 독점하기 시작한 1970년대 이후 몇 안 되는 민간인 출신이다.

2년 7개월 간 국방차관으로 재직하다 물러난 후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고향인 경북 구미갑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4년 간 국회의원으로 지낸 이후 2021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후보 캠프에 합류한 후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분과위원회 상임자문위원으로 참여해 현 정부 출범에 관여했다. 지난해 4월부터 취임해 현재는 전쟁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 있다.

서주석 전 국방부 차관.

다음으로 북한군사연구팀 가장 선임인 서주석 전 국방부 차관이 문재인 정부에서 23개월 간 차관을 지냈다.

국방연구원에서 북한군사부문의 전문적 연구를 처음으로 주도하다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종석 전 통일부장, 윤영관 전 외교부장관 등과 함께 노무현의 외교안보 정책 자문을 맡으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참여정부에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기획실장, 대통령비서실 안보수석비서관을 차례로 역임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2017년 6월 7일부로 국방부 차관에 임명됐다. 청와대는 당시 서 전 차관의 임명 배경에 대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안보전문가로 국방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서 전 차관 관련 일화 가운데 당시 국방일보에 공군 F-15K 정밀폭격 훈련 기사가 실렸는데 ‘적 진지 초토화’라는 표현을 썼다. 그런데 서 전 차관이 북한을 적이라고 표현했다고 호통을 치며 수정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대북 기조를 충실히 이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기조는 국방부가 내놓은 ‘정신전력교육 기본 교재’ 제작을 위해 한국정치학회에 의뢰한 용역보고서 사례에서 잘 드러난다. 정치학회는 “우리에게 핵심적이고 직접적인 적은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라며 “북한의 대남 적화 기도를 지원·동조하는 세력도 적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국방부는 이를 외면하면서 당시 논란이 일었다.

신범철 전 국방차관.

KIDA 출신 세번째 국방부 차관은 신범철 전 경제사회연구원장이 꿰찼다.

1995년 KIDA에 입사한 후 연구원 근무 중 서울대(석사)와 미국 조지타운대(박사)에서 공부했다. 이후 국방정책연구실장, 국방현안연구팀장, 북한군사연구실장 등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당시 김태영 장관)을, 박근혜 정부에서 외교부 정책기획관(당시 윤병세 장관)을 역임했다.

2016년에 국립외교원 교수로 자리를 옮겼지만 2년 뒤 스스로 물러났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018년 1월, 한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의 성향과 맞지 않는 보수적인 견해를 폈다는 이유로 대외 활동 중단 압박을 받아 사직서를 낼 수 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이후 민간 싱크탱크인 아산정책연구원으로 옮겨 안보통일센터장을 지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의 외교안보 인재로 영입돼 후신인 미래통합당의 후보로 천안갑 지역구에 도전했으나 낙선했다.

그러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캠프의 외교안보정책본부 총괄간사를 맡았고,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외교안보분과 전문위원을 거쳐 국방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신 전 차관의 임명으로 세 정권 연속 첫 국방부 차관을 KIDA 출신이 차지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신 전 차관은 1년 5개월 간 국방부 차관으로 일하다 현재는 고향인 충남 천안에 내려와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제 22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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