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12억→20억' ERA 1위팀 에이스 우뚝, 제2의 니퍼트 도전한다…"몸이 버티면 7년 이상도"

김민경 기자 2024. 2. 6.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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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라울 알칸타라 ⓒ 두산 베어스
▲ 두산 베어스 선발진을 이끄는 라울 알카타라(가운데)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시드니(호주), 김민경 기자] "7년 동안 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 몸이 버티고 팀이 필요로 한다면 7년 이상도 생각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32)가 KBO리그 역대 최장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에 도전할 의사를 보였다. 알칸타라는 지난해 성공적인 KBO 복귀 시즌을 보내면서 올해 두산과 재계약에 성공했다. 두산과 처음 손을 잡았던 2020년은 70만 달러(약 9억원)를 받았고, 일본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지난해는 90만 달러(약 12억원)를 받았는데, 올해는 총액 150만 달러(약 20억원)에 재계약했다. 150만 달러는 올해 KBO리그 외국인 선수 최고 몸값이다. 알칸타라를 비롯해 LG 트윈스 투수 케이시 켈리, kt 위즈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 SSG 랜더스 외야수 기예르모 에레디아가 똑같이 총액 150만 달러를 기록했다.

5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블랙타운야구장에서 만난 알칸타라는 "다시 한번 두산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영광이다. 가능한 오랜 기간 두산과 함께하고 싶다"고 재계약 소감을 밝혔다.

KBO리그 역대 최장수 외국인 선수 기록은 니퍼트가 보유하고 있다. 니퍼트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8년을 뛰었다. 두산에서 2011년부터 2017년까지 7년을 뛰면서 구단 역대 최장수 외국인 선수로 남았고, 2018년 kt 위즈로 이적해 한 시즌을 더 뛰면서 리그 역대 최장수 외국인 선수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1년도 채 못 버티고 떠나는 외국인 선수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8년 연속 계약에 성공한 건 엄청난 성과다. 니퍼트는 통산 214경기, 102승(51패), 1291⅓이닝, 1082탈삼진, 평균자책점 3.59를 기록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알칸타라는 일단 두산에서 니퍼트의 7년 기록을 깨보고 싶은지 묻자 "내가 7년 동안 뛸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내 몸이 버티고 팀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그 이상도 생각하고 있다"며 의욕을 보였다.

알칸타라는 2019년 kt와 계약하고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공만 빠른 투수'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150㎞를 웃도는 강속구를 던지는데, 강속구의 위력을 더할 변화구가 부족했다. 변화구마저 구속이 다 빠르니 효과적이지 못했다. kt가 그해 11승11패, 172⅔이닝, 평균자책점 4.01을 기록한 알칸타라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두산은 알칸타라의 이닝에 주목했다. 변화구는 팀에 와서 얼마든지 다듬을 수 있는 문제지만, 이닝이터라 될 수 있는 스태미나는 타고 나야 했다. 두산은 알칸타라가 선발투수로서 이닝을 끌어주는 능력은 충분하다 판단해 영입했고, 영입 이후에는 포크볼 장착을 도우면서 알칸타라가 리그 최정상급 에이스로 발돋움하는 데 일조했다. 알칸타라는 2020년 31경기, 20승2패, 198⅔이닝, 182탈삼진, 평균자책점 2.54를 기록하며 초대박을 터트렸고, 2021년 시즌을 앞두고 일본프로야구(NPB) 한신 타이거즈와 2년 계약을 하면서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알칸타라의 일본 도전은 실패로 끝났다. 한국에서와 달리 일본 타자들에게는 알칸타라의 공의 그리 위력적이지 못했다. 불펜으로 강등되고, 2군 생활을 하는 수모도 감수해야 했다. 두산은 그런 알칸타라에게 90만 달러를 제시하며 재영입을 추진했다. 2020년 20승했던 에이스는 과거고, 일본에서 실패를 기준으로 협상을 진행했다. 알칸타라는 동기부여 차원에서도 90만 달러를 받아들이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 라울 알칸타라 ⓒ 두산 베어스

알칸타라는 지난해 성공적인 복귀 시즌을 보냈다. 31경기, 13승9패, 192이닝, 162탈삼진, 평균자책점 2.67을 기록하며 두산이 5강에 드는 데 기여했다. 이닝 1위, 탈삼진 3위, 다승 4위, 평균자책점 5위로 모든 지표가 다 최상위권이었다. 재계약은 당연했고, 두산은 무려 150만 달러를 안기며 올해도 리그 최고 선발진을 이끌어주길 당부했다. 두산은 지난해 선발 평균자책점 3.64로 리그 1위에 올랐다.

알칸타라는 "일단 작년 시즌이 매우 좋았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이전에 (일본에서) 2년 동안은 이닝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작년에 많은 이닝을 건강하게 던질 수 있을지 그게 가장 걱정이었는데, 우려했던 게 잘 된 것 같아 매우 만족스럽다"고 지난 시즌을 되돌아봤다.

올해도 리그 1위 선발진을 이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알칸타라-브랜든 와델-곽빈까지는 고정이고, 좌완 선발 유력 후보였던 최승용이 왼 팔꿈치 골절로 재활을 하면서 남은 2자리 경쟁이 치열해졌다. 최원준, 이영하, 김동주, 김민규, 박신지, 김유성, 최준호 등이 선발 후보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뎁스도 두껍다.

알칸타라는 "우리 선발진이 매우 막강하다. 지난해에는 어렸던 선수들이 올해는 경험을 쌓고 와서 더 좋아질 것 같다. 곽빈도 지난해보다 팀에 더 오래 머물면서 많은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닝 1위에 오른 알칸타라는 올해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일찍 몸을 만든 투수들은 스프링캠프 동안 2번째 불펜 피칭을 하면서 50구 이상씩 던지고 있는데, 알칸타라는 아직 한번도 불펜 피칭을 하지 않았다.

알칸타라는 "불펜 피칭을 하기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스케줄을 코치님께 드렸고, 그 계획을 따르기로 해서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몸을 60~70%까지 끌어올리고, 일본으로 넘어가서 100%까지 채우고 한국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안 힘들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그래서 내가 강조하는 게 정신적인 부분이다. 육체적으로 힘들더라도 멘탈을 잘 잡고 있으면 내가 지난해 로테이션을 한번도 안 거르고 던졌던 것처럼 올해도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아빠 라울 알칸타라와 두 아들. 왼쪽이 셋째 빅토르, 오른쪽이 둘째 로만이다. ⓒ 두산 베어스

올해도 둘째 아들 로만(7)과 셋째 아들 빅토르(5)는 아빠가 등판하는 날마다 경기장을 찾아 뜨거운 응원을 보낼 예정이다. 두 아들은 현재 미국에서 야구 교실을 다니면서 공부를 병행하고 있다고. 두 아들을 매일같이 아빠의 경기를 보면서 조금씩 야구 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알칸타라는 "아들들이 야수로는 재능이 있는 것 같고, 야수에 더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열심히만 한다면 좋은 선수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아들들이 올해도 똑같이 관중석을 지킬 예정이다. 아이들은 내게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된다. 마운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좋은 아버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도 나와 비슷하거나 나보다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내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올해는 포스트시즌 등판과 승리를 목표로 달릴 예정이다. 알칸타라는 지난 시즌 마지막까지 치열한 순위 싸움이 펼쳐지는 바람에 선발 로테이션 조정이 어려웠고, 결국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 나서지 못했다. 1차전에서 이기면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 또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할 계획을 세웠는데, 팀이 1차전 9-14 패배로 탈락하면서 가을 등판이 무산됐다.

알칸타라는 "지난해 우리 팀이 포스트시즌에 가긴 했지만, 올해는 최소 3위 이상은 달성하고 싶다. 3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기여하려고 한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등판 관련 이야기가 많이 있었는데, 1차전에서 이겼다면 아마 다음 경기나 그 다음 경기에 던졌을 것이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 잊고 올해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다. 그냥 단순히 포스트시즌에 던지는 게 목표가 아니라 잘 던져서 팀이 이길 수 있게 기여하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 라울 알칸타라 ⓒ 두산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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