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때 부시와 함께 단결 호소... 6·25 참전용사, 91세로 별세
9·11 테러 당시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현장에 출동해 사고 수습을 도운 전직 소방관 밥 벡위드가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69세였던 그는 테러 잔해 위에서 현장에 나온 조지 부시 대통령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미국의 단결을 호소했고, 이 장면을 찍은 사진은 전 세계에 보도됐다. 이후 밥 벡위드는 테러에도 굴하지 않는 미국의 정신을 나타냈다는 평가와 함께 은퇴 상태에서도 자국민을 위한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미국인의 상징으로 불렸다.
그의 가족들은 5일 “지난 일요일(4일) 벡위드가 당시 사고와 관련된 암으로 사망했다”면서 “그가 부시 전 대통령과 함께한 순간은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미국을 하나로 모으는 데 도움이 됐고 전 세계 응급 구조대원들의 상징이 됐다”고 밝혔다. 뉴욕포스트 등 외신은 “그가 사고 현장에서 봉사한 뒤 악성 흑색종에 걸렸다”고 했다.
유족에 따르면 6·25 전쟁 참전용사인 벡위드는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30년간 뉴욕에서 소방관으로 근무한 뒤 은퇴한 지 7년이 지난 상태였다. 방송 등을 통해 사고를 접한 그는 현장으로 달려갔다. 워낙 큰 사고여서 당시 그렇게 스스로 나선 봉사자들이 꽤 됐다. 2001년 9월 14일 그는 현장에서 소방 헬멧을 쓰고 인공호흡기를 목에 두른 채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 한가운데 있던 76호 소방차 위에 서 있었다. 그런데 대통령 선임 보좌관인 칼 로브가 다가와 “누군가 여기로 오고 있으니 내려가 달라”고 했고 돌아보니 부시 전 대통령이 서 있었다고 생전 인터뷰에서 벡위드는 말했다.
그가 내려가려고 하자 부시 전 대통령이 “그냥 여기 있어달라”면서 왼손으로 벡위드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부시 전 대통령은 그 상태로 오른손에 확성기를 들고 “전 세계가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이 건물들을 무너뜨린 사람들도 곧 우리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고 외쳤다. 사람들은 “미국! 미국!”을 연호했다고 한다. AP통신은 “당시 이 장면을 찍은 사진은 타임지 표지에 실리는 등 역사의 일부가 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조용한 은퇴 생활을 하던 소방관에서 미국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로 변신했다”고 전했다.
그의 사망 소식을 들은 부시 전 대통령은 “그의 용기는 뉴욕 시민과 미국인의 도전적이고 회복력 있는 정신을 대표한다”면서 “그라운드 제로에서 밥이 제 곁에 있어 자랑스러웠고 수년간 이 애국자와 연락을 유지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추모 성명을 냈다. 뉴욕시 소방관을 대표하는 제복소방관협회는 X(옛 트위터)에 “그는 미국과 뉴욕시 그리고 모든 뉴욕 시민을 위해 우뚝 선 영웅 중 한명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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