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뚫고 필사의 탈출 …최소 122명 사망한 칠레 최악의 산불
남미 국가 칠레 중부 지역을 삽시간에 집어삼킨 화마로 인명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5일(현지시각) 칠레 국가재난예방대응청에서 제공하는 재난정보와 기상청, 소방당국 소셜미디어 등을 종합하면 지난 2일 중부 발파라이소주에서 발생한 산불로 현재까지 최소 122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지 방송 TVN칠레에 따르면 생사 확인이 되지 않은 실종자 수가 100명에 이르면서 향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처음 페뉴엘라 호수 보호구역 인근에서 산불 신고가 접수된 후 불은 강풍을 타고 민가 쪽으로 삽시간에 번졌다. 피해는 칠레 대표적 휴양지인 비냐델마르와 킬푸에, 비야알레마나, 리마셰 등에 집중됐다. 비냐델마르 지역 인구는 100만명이 넘는다. 마누엘 몬살레 칠레 내무부 차관은 비냐델마르와 킬푸에에서만 1만4000채의 주택이 피해를 봤다고 추산했다.
소셜미디어에는 산불로 인해 거대한 연기 기둥이 피어오르는 모습과 불을 피해 급히 대피하는 시민들의 모습 등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을 보면, 차를 타고 대피하는 촬영자의 옆으로 불길이 계속 타오른다. 그러다 불길이 거세져 불꽃이 차량 쪽을 덮치자 차량 내부에 있던 이들은 모두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이내 울음을 터트렸다.
불을 끄기 위해 소방차가 출동했지만, 이동은 쉽지 않았다. 한 칠레 소방관이 차량 내부에서 찍은 영상에는 시뻘겋게 치솟는 도로의 불길을 뚫고 화재 현장으로 향하는 장면이 담겼다.
불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잿더미만이 남았다. 화마가 지역 전체를 태워버린 곳의 주민들은 불타버린 주택 잔해를 뒤졌다. 탈출 행렬이 이어졌던 도로에는 불타버린 차들이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칠레 당국은 이번 화재가 고온과 강풍의 영향으로 삽시간에 주변으로 번졌다고 보고 있다. 내륙 지역 한낮 기온이 35도까지 오르는 한여름 날씨인 데다, 올해에는 엘니뇨 현상으로 더욱 고온 건조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한다. 여기에 한때 시속 60㎞에 달했던 거센 바람도 불길을 키우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경보를 알리는 긴급 알람 수신용 안테나가 일부 파손되면서 일부 피해자들이 제때 대피하지 못한 정황도 포착됐다. 화재로 인해 먹통이 된 안테나 탓에 시민들이 제대로 대피 경보를 전달받지 못했고, 전달받았을 때는 이미 대피하기엔 늦은 상황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간 지역 난개발도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수천채의 주택이 파괴된 비냐델마르 외곽 산비탈 마을의 경우 비좁은 도로 때문에 소방대원 진입이 제때 이뤄지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에는 저소득층 주거지가 몰려 있다.
칠레 당국은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5일부터 이틀간의 국가 애도의 날을 선포하고 “칠레는 대규모 비극에 직면해 있다”며 더 나쁜 소식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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