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계 1위 제련소의 변신…새로운 50년 준비하는 고려아연
고려아연 1위로 키운 제련사업 ‘성숙기’
‘자동화 시스템’ 도입으로 생산성 극대화
‘공정 효율화·원가 절감’ 중점 추진 과제
제련 기술 독보적…이차전지 사업에 이식
[울산=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지난 25일 울산 울주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3공장. 귀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비릿한 금속 냄새가 코를 자극해 온다. 공장 한쪽에는 1개 무게가 1.3톤(t)이나 하는 큼지막한 은색 연점보(연을 넓적한 모양으로 굳힌 것)가 가득 쌓여 있었다. 연은 1위인 아연 다음으로 고려아연 생산량 2위를 차지하는 핵심 제품이다. 주로 내연기관차에 들어가는 납축전지 생산용으로 배터리 업체에 납품한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1월부터 연점보 생산공정 1개 라인에 ‘딥러닝 자동검사시스템’을 도입해 테스트 중이다. 비전 카메라가 제품을 촬영하면 인공지능(AI)이 적용된 딥러닝 알고리즘이 일정 패턴을 학습해 불량을 잡아낸다. 실제 카메라 옆 모니터에는 엑스레이로 찍은 것처럼 제품 내부가 투과된 모습이 찍혀 있었다. 여기서 무게가 초과·미달했거나 균열이 생긴 제품은 따로 모아 다시 녹여 재가공한다. 검사에 걸리는 시간은 단 10초, 순식간에 불량을 확인하고 다른 작업까지 할 수 있도록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린 것이다.
문제는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인 제련 사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성장이 정체했다는 점이다. 고려아연이 지난해부터 자동화 시스템 도입을 통해 적극적으로 생산 효율 극대화에 나선 배경이다. 아연 국내 최대 수요처인 포스코 등 전방산업인 철강 시황 악화와 원재료 가격 상승도 악재다. 여기에 더해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은 많은 양의 전력을 쓰는 제련 업체들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연의 원재료인 광물은 색과 형태 모두 진흙처럼 생겼다. 완제품과 달리 일정한 형태로 원료를 쌓아 두기 어려워 저광사(광석을 쌓아두는 창고)에 자동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기 어려웠던 게 현실이다. 고려아연은 우선 물류창고와 저광사에 알고리즘을 학습하는 CCTV를 설치해 트럭 등이 작업자에게 접근하면 사이렌이 울리도록 설정했다. 시스템통합(SI) 전문 외주 업체가 아닌 고려아연 자체 개발 기술을 적용했다. 시스템은 4공장을 시작으로 향후 10개 전체 물류창고에 확산하는 것이 목표다.
제련 공정 에너지 효율화 작업에도 집중한다. 생산 과정에서 모이는 모든 수치를 데이터화해 전기, 석탄 등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제련 부산물인 황산을 이용, 황산니켈 제조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보할 계획”이라며 “독보적 제련 기술을 바탕으로 이차전지 소재 생산 분야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김은경 (abcde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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