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heavy Duty 아크테릭스 보라 50] 아들·손자에게 물려주고픈 배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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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HEAVY DUTY'는 월간<山> 의 필자가 가상의 아웃도어 편집숍 주인이라는 설정으로 진행합니다. 山>
그중 하나가 아크테릭스arcteryx 보라bora 배낭들이다.
당시 출시된 배낭들은 대부분 오래 쓰면 쓸수록 방수 필름이 벗겨지기 마련인데, 보라 배낭은 이 점이 또 다르다.
그래서 나는 아크테릭스 보라 배낭을 진열장에만 두고 아무에게도 팔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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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HEAVY DUTY'는 월간<山>의 필자가 가상의 아웃도어 편집숍 주인이라는 설정으로 진행합니다. 수록된 제품 소개 기사는 편집숍 주인이 튼튼Heavy Duty하고 좋은 아웃도어 장비를 손님에게 추천하는 콘셉트로 작성됐으며 업체로부터 제품을 협찬받거나 비용 지원을 받은바 없음을 밝혀둡니다. - 편집자 주
다른 사람에게 팔기 아까워 진열장에만 놔 둔 제품들이 몇 개 있다. 그중 하나가 아크테릭스arcteryx 보라bora 배낭들이다. 물론 이것들은 모두 구형이다(2세대쯤 된다). 지금 나온 보라 시리즈는 보라 4세대쯤 되며 '보라' 앞에 'ARAll Round'이라는 알파벳이 붙어 있다. 보라 배낭은 1994년 처음 등장하자마자 유저들로부터 호평을 얻었다. 지금의 아크테릭스가 있게 한 건 보라의 영향도 있다.
그렇다면 보라는 왜 인기를 끌었을까? 그 가장 큰 이유는 열 성형된 등판 패널과 강력한 힙벨트, 그리고 어마어마하게 튼튼한 내구성, 간결한 디자인 덕분이다. 그중 고정되어 있지 않고 위 아래로 움직이는 힙벨트가 아주 인상적이라고 많은 유저들이 평가했는데, 이것은 이전 배낭들의 힙벨트가 엉덩이와 등을 마구 할퀴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튼튼한 것도 한 몫 한다. 당시 출시된 배낭들은 대부분 오래 쓰면 쓸수록 방수 필름이 벗겨지기 마련인데, 보라 배낭은 이 점이 또 다르다. 애초부터 방수 필름을 쓰지 않은 것처럼 배낭 내부는 오래 써도 멀쩡하다.
무엇보다 아크테릭스 제품들은 디자인이 뛰어나다. 보라 배낭도 그렇다. 복잡하고 우악스럽고 투박한 타브랜드의 대형 배낭들과 달리 간결하고 심플하다. 그래서 나는 아크테릭스 보라 배낭을 진열장에만 두고 아무에게도 팔지 않은 것이다. 이 배낭은 그저 어딘가에 놔두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마음이 들게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젊고 건장한 체격을 가진 남자가 가게 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그가 이렇게 외쳤다.
"저 아크테릭스 보라 50 빨강색, 파는 건가요?"
나는 대답했다.
"글쎄요. 왜요?"
그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사장님, 저 배낭 저한테 파시죠! 저 배낭을 제가 애타게 찾았어요. 이미 중고로 많이 나와 있는데, 저는 새 제품을 원해요. 저 배낭은 제가 죽을 때까지, 아니 대대로 나의 가족과 함께할 거예요. 저는 저 배낭을 산에 갈 때만 쓰지 않을 겁니다. 여행 갈 때도 쓰고, 아내한테도 빌려주고, 아들한테도 물려줄 겁니다. 제 아들은 또 그 아들한테 물려줄 거고요."
남자의 눈은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보라 배낭을 그에게 팔지 않는다면 가게를 부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를 이해했다. 보라는 충분히 그럴 만한 배낭이다. 나는 끝내 이렇게 말했다.
"그래요. 가져가세요."
나는 배낭을 진열장에서 꺼내어 그에게 넘겼다.
그는 보라가 마치 세상 최고의 물건인 듯 말했지만 그래도 단점은 있다. 사이드포켓이 작아서 1L 물통을 넣기가 애매하다. 헤드 부분의 신축성이 약해 배낭이 꽉 찼을 경우 헤드의 물건을 꺼내기가 살짝 어렵다. 아무래도 구형 보라는 가벼운 배낭을 쓰는 요즘 추세에 뒤쳐져 있기도 하다. 또 비슷한 성능의 다른 브랜드 배낭보다 훨씬 비싸다. 그에게 이런 설명은 하지 않았다. 들려줬더라도 그는 아마 배낭을 덥석 가져갔을 것이다.
월간산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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