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경기 나가도 되겠다" 미친 페이스…'2년의 공백기' 그렇기에 박진형은 더욱 간절하다 [MD괌]

괌(미국) = 박승환 기자 2024. 2. 6.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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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박진형./롯데 자이언츠

[마이데일리 = 괌(미국) 박승환 기자] "솔직히 형들보다 더 잘하고 싶어요"

지난 2013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3순위로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은 박진형의 커리어는 2021시즌 이후 단절돼 있다. 이유는 병역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 복무를 이행한 까닭. 하지만 지난해 11월 16일 길고 길었던 사회 복무 요원으로 의무를 완수했고, 미국 괌에서 진행 중인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2013시즌 롯데 유니폼을 입은 박진형의 1군 커리어는 지난 2015시즌부터 시작됐다. 당시 2경기 등판에 불과했지만, 박진형은 2016시즌 39경기에 등판해 6승 2패 3홀드 평균자책점 5.81의 성적을 남기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듬해 45경기(9선발)에서 4승 4패 10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5.11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롯데의 핵심 불펜 요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사실 박진형의 시즌 평균자책점을 보면 2019시즌 4.02를 기록했을 때를 제외하면 줄곧 5~7점대를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당시 박진형이 롯데 불펜의 핵심 자원 중 한 명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가 없을 정도로 존재감이 남달랐다. 군 복무로 인해 잠시 자리를 비웠지만, 지난해 다시 롯데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신분으로 돌아왔고, 덕분에 롯데 불펜의 뎁스는 지난해보다 더욱 두터워졌다.

1군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2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비웠지만,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로 페이스가 좋다. 스프링캠프 출발에 앞서 이미 한두 차례 피칭을 한 뒤 스프링캠프가 진행되고 있는 괌에서 불펜 피칭을 한 만큼, 짧게나마 박진형의 투구를 지켜 본 김태형 감독은 "박진형도 너무 좋더라"고 칭찬을 할 정도다. 그만큼 공백기를 가진 동안 야구 갈증이 컸다.

오랜만에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박진형은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될 것 같았는데, 선발대로 2~3일 먼저 오다 보니 크게 다른 것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기존에 있던 형들이 팀 내에서는 고참이 되서 더 편한 것 같다"며 "올해 조금 일찍 준비했다. 2년 동안 쉬었기 때문에 체크할 것도 많았기 때문이다. 현재 몸 상태는 7~80%까지 올라왔고,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박진형./롯데 자이언츠

박진형의 1군 마지막 등판은 지난 2021년 9월 11일 사직 키움 히어로즈전. 사회 복무 요원의 군 복무 기간이 현역에 비해 긴 것은 맞지만, 박진형의 공백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유독 길게만 느껴졌다. 박진형은 2021시즌 막바지 군 복무를 이행할 마음을 먹었지만, 자리가 생기지 않으면 입대가 불가능한 탓에 남들보다는 군 복무 기간이 길어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2년의 공백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다.

김태형 감독은 박진형의 첫 불펜 투구를 지켜본 뒤에는 "지금 경기에 나가도 되겠다"고 할 정도로 준비를 잘 해왔다. 박진형은 "2년 동안 공을 많이 던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감각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단 한 번도 체크하지 않았다. 지금 던져봐도 조금만 잡으면 바로 될 것 같을 정도로 (감이) 괜찮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진형은 군에 입대하기 전 구속이 나오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팔꿈치와 어깨의 문제가 아닌 발목 부상이 속을 썩였다. 하지만 지금의 몸 상태는 그야말로 완벽하다. 박진형은 전역을 앞두고 PT를 통해 꾸준히 몸을 만들어왔고, 사직역으로 출근하기 전에는 사직구장에서 공을 던지면서 복귀를 준비해 왔다. 그는 "지금 발목 통증은 아예 없다. 덕분에 편하고, 스피드도 잘 나오는 것 같다. 보통 캠프에서는 132km 정도가 나오고, 청백전부터 141~2km가 나와야 하는데, 지금은 포수에게 물어보면 140km가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진형이 공백기를 가진 기간 동안 롯데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그는 래리 서튼 전 감독 체제를 경험하지도 못했고, 이 기간 동안 새로운 뉴페이스들이 대거 등장했다.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김태형 감독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는 "당연히 잘 보여야 되는 것이 맞다"며 "오랜만에 돌아왔기 때문에 신인이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을 던지려 한다. 감독님이 요구하시는 것들을 모두 듣고 따라할 생각"이라는 각오를 내비쳤다.

롯데 자이언츠 박진형./롯데 자이언츠

박진형은 그동안 '사직역'에서 사회 복무 요원으로 근무했다. 유독 '홈타운' 사직구장과 가까운 곳에서 근무했던 만큼 야구에 대한 갈증이 컸다. 그렇기에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공을 던지는 지금의 상황이 행복할 따름. 박진형은 "너무 행복하다. 지금 스프링캠프에 와 있는 것 자체가 너무 좋다. 예전이었다면 피곤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팀을 잠시 떠나게 됐지만, 그동안 롯데 야구는 빼놓지 않고 봐왔다. 박진형은 "지난해 시즌 초반 계속해서 1위를 하는 등 좋았다. 그런데 내가 지하철역에 있었지 않는가. 또 사직구장 옆이다 보니 팬분들이 엄청 많았다. 그때 '나도 사직구장에서 야구를 하고 싶다. 내가 왜 여기에 있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응원을 하면서도 내심 '내가 없을 때 너무 잘하면 안 되는데'라는 이기적인 마음도 조금 들더라. 하지만 이제 돌아왔으니 모두가 잘했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공백기가 길었던 만큼 올해 이루고 싶은 것이 많다. 박진형은 "솔직히 형들보다 더 잘하고 싶다. 곧 FA(자유계약선수)이고 하지만, 나는 형들보다 보여준 것이 없다. 풀타임 시즌을 제대로 불펜에서 뛴 적도 없기 때문에 잘하고 싶다. 불펜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주인공이 아니라면 2인자라도 되고 싶다"며 "보직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20홀드가 목표다. 높게 잡자면 30홀드도 해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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