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올인'하는 이유는?[워싱턴 현장]

워싱턴=CBS노컷뉴스 최철 특파원 2024. 2. 6.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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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올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 공화당(아이오와 코커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 이어 민주당도 지난 3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첫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치러내면서, 미국이 본격적으로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모양새다.

각당의 올해 대선 경선 초반 레이스에서 가장 눈여겨봐야할 곳은 단연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라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이후로 인구 다수를 차지하는 보수성향의 백인들이 각종 선거에서 공화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있는 '딥 사우스'(Deep South·노예제를 지지해 '남부연합'을 결성, 남북전쟁의 중심에 섰던 주들)의 한곳이 주목 받는 이유는 뭘까.

민주당에게는 대선 경선 스타트를 끊는 곳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와 함께 전통적 지지층인 '흑인 표심'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라는 의미가 있고, 오는 24일 이곳에서 실시되는 공화당 프라이머리는 향후 경선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이곳에 배수진을 치고 있는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이변을 낳지 못할 경우 경선 동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후보 사퇴' 압박을 강하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사우스캐롤라이나가 공화당 마지막 경선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현재 양당의 대선 주자는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 헤일리 전 유엔대사 등 3명으로 압축된 상태다. 세 후보 모두 사우스캐롤라이나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특수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바이든 대통령은 그동안 이어졌던 전통을 깨고 이번에 민주당 대선 경선의 시작을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정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만큼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대한 애정이 깊다. 지난 대선 경선에서의 '좋은 기억'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20년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바이든 후보는 아이오와, 뉴햄프셔 경선에서 각각 4,5위에 그치면서 위기에 몰렸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세 번째 경선지인 네바다를 건너 뛰고 바로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이동해 이곳에 18일 동안 머물며 유세를 벌이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 결과 바이든 후보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1위를 차지해 초반 열세를 만회하는 토대를 쌓았고, 이같은 기세로 결국 민주당 대선 후보직은 물론 백악관 명패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기도 했다.

이번 대선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큰 선물'을 받았다. 일단 96%라는 득표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고, 일각에서 제기된 고령·후보 교체 논란을 잠재웠다.

이 지역 민주당원의 상당수가 흑인이라는 점에서 '흑인 표심'을 확인한 것도 수확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한 여론조사에서 흑인 유권자의 지지가 50%로 떨어졌다는 결과를 받아 초비상이 걸렸지만, 이번 경선 결과로 한 시름을 덜게 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을 앞두고 지난달에만 이곳을 두 번이나 찾는 등 각별한 공을 들였다. 그는 지지자들에게 "내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도 다 여러분 덕분이다. 여러분이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꺾을 수 있게 했다"며 "이번 대선에서도 '2020 어게인'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공화당 경선에서 연패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28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콘웨이에서 유세 중이다.


공화당에서 양자 대결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도 사우스캐롤라이나 인연 얘기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먼저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이곳에서 태어났고, 주지사를 2번이나 역임한 태생적·정치적 '적자(嫡子)'이다. 그가 아이오와 코커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패배에도 불구하고 다른 후보들처럼 '경선 사퇴'를 선언하지 않은 것도 오는 24일 이곳에서 펼쳐지는 프라이머리에 큰 기대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헤일리 전 대사는 뉴햄프셔 패배 직후 지지자들에게 "지금까지도 잘해왔고, 특히 다음 번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바로 '사우스캐롤라이나'이다"라고 소리쳐 환호를 이끌어냈다.

특히 헤일리 전 대사는 주지사 재임 시절 주 청사에 걸려있던 '남부연합기'를 철거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물론 전통적 흑인 교회인 찰스턴 이매뉴엘에서 벌어진 백인 우월주의자의 '총기 난사 사건'으로 인한 결정이었지만, 남부 색채가 짙은 이곳에서 공화당 출신 주지사가 선뜻 내리기 힘든 '결단'을 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로체스터 유세 중 청중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연합뉴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도 잊을 수 없는 곳이다.

2020년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 수렁에 빠진 바이든 후보를 구해준 곳이 사우스캐롤라이나였다면, 2016년 대선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대세론에 쐐기를 박은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당시 공화당 세 번째 경선인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서 트럼프 후보는 32.5%의 득표율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 상원 의원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승자 독식' 룰에 따라 트럼프 후보는 여기서 50명의 대의원을 확보하면서 초반 판세를 휘어잡아 이후 독주 태세에 돌입했다.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잠행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22년 말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첫 공개 행보에 나선 곳도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주도 컬럼비아였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선 경쟁자였던 팀 스콧 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의 지지 선언을 이끌어내는 등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을 앞두고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흑인인 팀 스콧 의원은 부통령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팀 스콧 의원은 니키 헤일리 주지사가 임명했던 인물이어서, 팀 스콧의 이같은 행보는 양측의 희비를 크게 엇갈리게 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청사 정면 계단 앞에 미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동상이 서있다. 최철 기자


한편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링컨이 1860년 대선에서 승리하자 남부 주들 가운데 가장 먼저 연방 탈퇴를 선언한 곳으로 '남부 정서'가 강한 곳이다. 지난 1976년 이후 대선에서 공화당이 한번도 패한 적이 없는 곳이기도하다.

주 청사 건물 광장에는 지금도 남북전쟁 당시 희생된 남부연합군 병사들을 기리는 기념탑이 세워져 있는 등 남부의 유산과 인종차별의 역사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다만 주 청사 정면 계단 앞에는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동상이 세워져 있어 이곳이 남부연합의 주가 아니라 미 연방의 주라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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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CBS노컷뉴스 최철 특파원 steelcho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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