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공무원 군필 공약…갈라치기보다 더 나쁜 바꿔치기

한겨레 2024. 2. 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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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지난달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여성 신규 공무원 병역 의무화’ 정강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냐면] 나임윤경ㅣ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청년 남성을 대변한다는 정치인이 대한민국 징집을 군 인권과 ‘남성 간 차별’이 아닌 성차별 문제로 호도하는 것은 악의적이다. 그의 ‘여성 공무원 군필’ 공약이 이른바 ‘이대남’ 표심 잡기 혹은 성별 ‘갈라치기’라는 세간의 비판도 충분치 않다.

이것은 대한민국 청년 남성들이 ‘선진국’ 한국 사회 담장 저편 군대의 열악한 환경을 아직도 견디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안에서 죽고, 맞고, 갖은 욕설과 푸대접으로 모욕당하며 그들의 존엄한 인격이 번지르르한 군홧발 밑으로 떨어져 구르는 반인권적 현실에 대해 청년을 대변한다는 그 정치인조차 구체적 대안 마련에 관심이 없다는바로 그 문제다.

또한 국회의원 등 고위 공직자는 물론 각 분야 고위직·고소득자의 ‘신의 아들’이 온갖 ‘기술’로 빠져나간 그 자리를 ‘보통의 아들’이 ‘빼박’으로 꾸역꾸역 메워 온, 징집에 관한 대한민국 ‘남성 계급 차별’의 흑역사를 성차별로 ‘바꿔치기’한 문제이며, 동시에 이러한 그의 선동에 일부 청년 남성이 이용당하듯 부화뇌동하는 바로 그 문제다.

또래 ‘보통의 아들’이 이유 없이 죽고, 얻어터지고, 폄훼 당하는 그곳 군대의 문제는 그대로 놔둔 채, 남자 혼자서는 억울하니 그곳으로 여자도 함께 보내 지금까지 봐 왔던 것처럼 또다시 죽고, 성차별·성폭력 당하게 해, 결국 보통 청년 여성과 남성의 생명과 존엄이 ‘양성평등하게’ 훼손되기를 기획하는 정치인임에도 그가 열렬히 환호받는 그 문제다. 감히 ‘신의 아들’을 입에 올려 오랫동안 축적된 남성 계급 차별 문제를 건드리는 ‘불경함’ 대신, 성차별을 내세운 청년 정치인의‘약삭빠름’과 그 지지자에 대한 문제인 것이다.

이뿐인가. 청년 남성 대변 정치인이라는 그는 국가를 위한 1~2년 동안의 군 복무를 공무원 자격에 부합하는 ‘진정성’과 ‘성실함’의 근거로 삼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낙후된 환경에서 극기훈련하듯 견뎌낸 군 복무가 아니라 전공 살리며 지낸 ‘병특’(병역특례)임에도 정치라는 공직에 나선 본인의애국심에 대한‘진정성’과 ‘성실함’은 무엇을 근거로 판단해야 하느냐는 문제도 있다. 평생 박은 ‘말뚝’과 함께 뼛속까지 군인으로 ‘하나 된’ 그들이 상관, 동료, 그리고 부하에게마저 총부리 겨누며 일으킨 쿠데타와 민간인 학살에 이은 수십 년 동안의 군사독재와 악행을 알고 있음에도 청년 정치인인 그가 다른 것도 아닌 군 복무 경험을 ‘진정성’과 ‘성실함’의 근거로 삼겠다고 선언한 그 문제다. 이러한 그에게일부 청년들이 활용당하듯 열광하는 바로 그 문제다.

헌법상 징집 대상도 ‘못 되는’ 여성이자 페미니스트들이 군의 반인권·비민주적 관행에 대해 오랫동안 비판해 왔음에도 페미니스트와 여성 혐오에 그토록이나 진심인 청년 정치인인 그와 그를 응원하는청년 남성들의 그 문제다. 징집 대상이 아님에도 애국심과 진정성을 기반으로 성실하게 군 복무하던 중 성차별, 성폭력, 그리고 ‘강제적 자살’에 이르게 된 여성 군인이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에게 “성평등을 주장하기 이전에, 군 복무부터”를 다그치는 청년 정치인과 세뇌된 듯그를 따르는 자들에 관한 바로 그 문제다.

일제 식민 통치와 공산 독재 체제국과의 대치 등 한국과 유사한 근현대사를 가진 대만도 남성 병역을 의무화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대만은 청년 남성의 ‘교육권’을 ‘병역 의무’보다 우선해 대학에 입학한 남성 90% 이상이 졸업하고 직장을 정한 뒤 입대한다. 이렇듯 교육과 취업 기회 등 입대와 관련한 청년 남성의 ‘구조적 박탈감’을 낮춘 사회이므로 한국보다 ‘여성 혐오’ 역시 적다. 왜 한국 청년 남성을 대변한다는 그 정치인은 이렇듯 ‘신박한’ 정책과 인권 중심의 민주적 군문화를 위한 노력 대신, 청년 남성의 존엄이 빈번히 밟혀 온 그곳으로 청년 여성을 밀어 넣지 못해 안달인가. 정작 청년 남성을 대변해 해야 할 말은 못하면서, 선동적인 요설로 그들의 표만을 바란 그의 ‘여성 공무원 군필’ 공약은 그래서 악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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