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모래꽃’ 이주명 “사투리 연기? 장동윤과 티격태격”
이주명은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매일경제 스타투데이를 만나 ENA 수목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극본 원유정, 연출 김진우, 이하 ‘모래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모래꽃’은 20년째 떡잎인 씨름 신동 김백두(장동윤 분)와 소싯적 골목대장인 그의 첫사랑 오유경(이주명 분)이 다시 만나며 벌어지는 청춘 성장 로맨스를 담은 작품이다.
지난달 25일 종영 예정이었으나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조별리그 E조 마지막 3차전, 말레이시아와의 경기가 진행되면서 종영이 한 주 밀렸다. 종영 전 진행된 인터뷰인 만큼 이주명은 “엔딩이 마음에 든다”면서 “‘모래꽃’은 화끈하게 보여줄때 보여주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화끈하게 열린 결말”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스포일러를 피했다.
이어 “배우들이 진심을 다해서 촬영했다. 따뜻한 진심이 전달되길 바랐다. 시청자분들이 (배우들의) 그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여줘서 마음 따뜻하고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인사했다.
‘모래꽃’은 한국 최초로 씨름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참고할만한 작품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준비했을까.
이주명은 “씨름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이긴 하지만, 제가 씨름 선수는 아니라서 간단하게 연습했다”며 “다른 배우들, 동윤 오빠나 씨름 팀원들이 연습을 많이 했는데 지켜보는데도 대견하고 제가 다 힘들 정도였다”고 다른 배우들의 노고를 언급했다.
이어 “씨름을 어깨 너머로 보고, 조금은 배워보기도 하면서 생각처럼 쉬운 운동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코어도 중요하고, 또 상대가 보는 것처럼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면서 “샅바 싸움이라고 하는데 진짜더라. 얼마나 강하고 세게 잡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 순간 벌써 ‘내가 졌다’는게 느껴지기도 하더라. 또 무게 중심이 아래에 있어야 유리해서 키가 크면 불리하다. 덕분에 배울때 어려웠다”고 씨름 얘기를 들려줬다.
이주명은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가 씨름이라는 이색적인 소재 때문만은 아니라면서 “대본 보면 너무 매력적이어서 하고 싶었다. ‘저기에 소속되어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작품 선택 이유를 밝혔다.
이어 “씨름이라는 소재도 신선했고, 개개인의 스토리도 있고, 캐릭터도 확실하다. 또 제가 아직 다른 작품에서 보여드린 적 없던 사투리라는 숨겨진 무기를 보여드리고 싶더라. 작가님이 대본을 정말 촘촘히 써주셨다. 보통 대본에 사투리가 있으면 각색하거나 말투를 바꿔야 하는데 대본 그대로를 읽으면 네이티브로 나오더라. 보는 순간 너무 따뜻하고 웃기더라. 이 대본으로 웃길 자신이 있었다”고 제작진에 공을 돌렸다.
부산 출신은 이주명은 “원래 사투리를 쓸 줄 안다. 부산에 살면서 20살 때까지 계속 사용했다. 표준어는 노력해서 사용하는 것”이라면서 “제가 친동생과 스치기만 해도 사투리가 나온다. 가족들과 통화해도 사투리를 쓰고. 가족들과 대화하는 것처럼 연기했다”고 말했다.
사투리 연기를 위해 이주명이 다른 배우들에게 해준 조언이 있을까. 이주명은 “동윤 오빠는 경북이고 저는 경남 출신이다. 억양이 다른 부분이 있다. ‘내가 맞다’며 티격태격하기도 했다. 사투리를 사용한 ‘연기’인 만큼 제가 먼저 다른 배우들에게 어떻게 해야하는지 나서서 말하는 것은 실례인 것 같더라. 물어보면, 동윤 오빠와 상의해서 통일된 내용을 알려줬다”고 촬영장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주명은 극 중 거산군청 씨름 관리팀장 오유경 역을 맡았다. 이주명은 어린 시절 골목대장이자 백두의 친구였을 시절의 오두식과, 서울로 상경한 뒤 성장한 오유경을 별개 인물로 보고 캐릭터를 연구했단다.
이주명은 “두식이와 유경이는 나뉜다고 생각했다. 한 인물에서 두 가지 버전이 나오는게 너무 다른 사람같다고 느낄까봐 두식이에겐 유경이를, 유경이에겐 두식이를 묻히는게 맞다고 봤다”면서 “두식이가 우왁스럽고 괄괄한 면이 있다. 러블리하게 풀어보고자 했다. 두식이가 유경이가 되면서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이로 인해 어떻게 소중한 사람을 지켜야하는지 알게됐을거다. ‘나는 겪었지만 넌 안 아팠으면 하는 마음’이 백두를 보며 윽박을 지르거나 이마를 때리는 등의 행동에서 툭툭 불거져 나왔다고 생각해 귀엽게 보이도록 풀어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주명 자신은 오유경과 오두식 중 어느 쪽에 가까울까. 이주명은 “사투리를 쓰는 저는 오두식”이라며 “사투리가 주는 힘이 있다. 같은 표현도 ‘밥 먹었어?’라는 표현은 들어본 적이 없다. (두식이처럼 나도) ‘밥은?’, ‘밥 뭇나?’ 등 이런 간단명료한 표현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중한 사람을 어떻게 아낄지 고민하고 거기에 사명감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점에선 유경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어떻게까진 다를 수도 있지만 저도 나름대로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지키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이주명은 “더워서 너무 힘들었다. 땀 분장을 해야하는데 분장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진짜 땀이 흘렀다. 너무 덥고, 비가 와서 촬영을 못하는 것은 힘들었지만 현장이 재미있고 배우들간의 합과 케미가 좋아서 재미있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배우들이 다 또래이기 때문에 친한 것도 있지만 서로가 ‘아 저 사람은 이런 친구구나’라는 식으로 서로를 받아들이는 관계였다. 두식이와 백두 같은 옛날 친구처럼. 또 지방 촬영이어서 붙어있다보니 더 끈끈해지는게 있더라. 매일 연락하며 안부를 묻는다”고 여전히 끈끈한 배우들의 사이를 언급하기도 했다.
‘모래꽃’ 제작발표회 당시 장동윤은 홀로 모래색 옷을 입고 나타났다. 검은 계열 의상을 입은 다른 배우들과 사뭇 다른 의상 선정에 “나만 없는 단톡방이 있는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떤 바 있다.
이주명은 “사실이 아니다. 단톡방에서 각자 할 이야기만 하는 분위기다. 의도치 않았지만 저희 셋만 통했던 것”이라며 “자기 하고픈 말만 한다. 보면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마이웨이 소통하는 단톡방을 폭로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연기합은 어땠을까. 이주명은 “제일 기대한게 케미였다. 준비한 만큼 잘 나오면 좋겠다 싶더라.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잘나왔다. 저희들조차 깔깔 웃으면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백두랑 가장 많이 붙는다. 장동윤은 백두와 닿아있는 부분이 있다. 순수하고 귀엽고 장난기가 많다. 장난 치면 타격감이 좋다. 덕분에 애드립도 잘 나오고 현장에서도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화를 하면 주로 서로가 각자 두서 없는 말을 한다. 이번에 (장동윤이) 벌크업을 위해서 물회를 자주 먹었다. 하루에 세 번 먹는데 ‘물회 먹자. 누가 많이 먹나 내기하자. 어느 식당이 제일 맛있더라’ 등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소개했다.
또 “연기할 때는 ‘너무 세게 때렸나? 난폭해 보이려나?’ 고민도 했는데 감독님이 너무 예쁘게 담아주셔서 예쁜 배경과 잘 어우러지더라. 나중에 더 세게, 찰지게 때려볼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감독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덧붙였다.
이번 작품의 장르는 ‘로맨스 스릴러’였다. 이주명은 “아무래도 로맨스를 중점적으로 보이고 싶었다”며 “경찰로서 일이 맞닿아 있는 부분이 스릴러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래도 백두와 함께할 때는 일적인 부분보단 과거 추억이나 감정에 닿아있어서 그런지 로맨스가 중점적이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주명은 “로맨스가 쉽지 않더라. 연기를 하는 것과 시청자 입장에서 콩닥콩닥 가슴 뛰며 보는 건 다를 수 있겠더라. 다양한 시각으로 연기를 고민해야겠다는 것을 느꼈다”고 돌아보며 “로맨스에도 다양한 가닥이 있다. 청춘, 풋풋한 로맨스를 해봤으니 낭만적인 로맨스도 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주명은 또 “(시청자로) 너무 재미있게 본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좋은 사람들과 한마음으로 함께한 현장이라 감사하고 즐거운 작품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제목부터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모두가 다 다른 꽃을 피운다고 생각한다. 많은 걸 얻고, 경험하면서 무슨 꽃인진 몰라도 뭐든 하면 되고 꽃은 피울 수 있다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김소연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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