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문화도시

박하늘 기자 2024. 2.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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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일상 속 장면이 사회의 단면을 아주 정확하게 설명해줄 때가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아산시의 외국인(동포 포함)은 3만 5173명, 전체 인구의 9.2%를 차지한다.

지방정부는 외국인을 끌어오기 위해 안간힘이다.

지역의 금속기업들은 올해 생산기능직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 근로자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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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늘 천안아산본부 기자

우연한 일상 속 장면이 사회의 단면을 아주 정확하게 설명해줄 때가 있다.

지난해 연말이었다. 천안 두정동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눈이 많이 내리는 탓에 택시가 잡기가 어려웠다. 마침 승객들이 내리는 택시를 발견했다. 놓칠 새라 달려가자 한 승객이 "타세요"라며 미소와 함께 택시 문을 잡아주었다. 중앙아시아에서 온 청년처럼 보였다. 그 청년의 자연스러운 우리말 발음과 여유는 내가 다문화 도시에 살고 있음과 이들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임을 단번에 느끼게 했다.

천안과 아산은 외국인 밀집도가 높다. 지난해 12월 기준 아산시의 외국인(동포 포함)은 3만 5173명, 전체 인구의 9.2%를 차지한다. 천안시의 외국인은 3만 4121명, 전체 인구의 4.9%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체류 외국인 비율이 5%를 넘으면 다인종·다문화 국가로 분류한다. 아산은 이미 다인종·다문화 도시며 천안은 목전 이다. 아산 둔포면과 신창면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러시아어권 외국인 정착촌이다. 신창초, 남성초에 입학하고 싶은 외국인 학부모가 줄 선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지방정부는 외국인을 끌어오기 위해 안간힘이다. 지방소멸을 막을 대안의 하나로 여겨서다. 지역의 공장과 농장에선 외국인 인력의 소중함이 더 커진다. 천안의 성환읍 배 농장주는 "외국인이 청년 일자리 뺏는다는 말은 틀렸다. 청년 실업률 높다 할 때 농가는 일손 없어 허덕였다"고 했다. 지역의 금속기업들은 올해 생산기능직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 근로자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역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사활을 거는 중이다. 급기야 아산시는 지난해 모범 외국인 노동자를 선정해 표창장까지 수여했다.

지방의 갈급한 사정은 중앙정부의 관심을 끌지 못한 듯하다. 천안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는 지난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운영기관 약정해지를 당하며 문을 닫았다. 유학생의 취업비자 발급요건 완화 요구는 묵살되고 있으며 한국에 적응한 그들을 오히려 떠나게 만들었다. 충남의 외국인 근로자 20.5%가 산재를 경험했고 '언어폭력'과 '임금·휴일 차별' 경험은 4명 중 1명 꼴이었다.

진정 필요성을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이민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아산과 천안이 이민청 유치를 선언했다. 애정까진 바라지 않는다. 이들이 소중한 이 사회의 구성원임을 잊지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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