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에 대한 적나라한 대화 “뜨악하는 반응에 놀라”[인터뷰]

고희진 기자 2024. 2.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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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NS’ 전고운·임대형 감독
이솜·안재홍 주연, ‘티빙’ 6부작 오리지널
차량 번호판 ‘6969’ 등 수위 높은 코믹 대사
<소공녀> , <윤희에게> 감독들의 OTT 도전
“우리 삶을 초상화 그리듯이 표현하고 싶었어”
임대형(왼)·전고운 감독. 티빙
‘LTNS‘의 한 장면. 티빙

도발적인 제목과 내용으로 시선을 끄는 시리즈가 있다. 티빙 오리지널 <LTNS>다. LTNS는 본래 사용되는 ‘Long Time No See’에서 마지막 글자만 바꾼 ‘Long Time No Sex’의 약자다. 오랫동안 섹스를 하지 않은 부부의 이야기다. 배우 이솜과 안재홍이 아내 ‘우진’과 남편 ‘사무엘’을 연기한다. 독특한 매력의 배우들과 함께 감독의 이름도 눈에 띈다. 전고운·임대형. 각각 <소공녀>와 <윤희에게>로 유명한 독립영화 감독들이다.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두 사람을 만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라는 새로운 플랫폼에 도전한 이유와 작품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드라마는 6부작으로 지난 1일 전편 공개가 완료됐다.

<LTNS>는 우진과 사무엘의 격렬한 애정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금세 화면이 전환된다. 소파에 나란히 앉은 편안해 보이는 두 사람이다. ‘영끌’해 산 집값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른다. 우진은 불륜 커플이 드나드는 3성급 호텔 프런트에서 근무한다. 스타트업을 하다 망한 사무엘은 택시 운전 중인데 설상가상 최근 택시가 침수당했다. 돈이 절박해질 때, 둘은 직업적 능력을 다른 곳으로 활용하기로 결심한다. 우진이 불륜 커플의 정보를 알아내고 택시 기사인 사무엘이 이들 뒤를 쫓아 협박해 돈을 얻어내기로 한 것이다.

섹스리스 부부가 주인공이고 이들이 쫓는 불륜 커플이 에피소드마다 주요인물로 등장하다 보니 드라마 전체적으로 섹스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불륜 커플은 레즈비언, 중년 등 다양하다. 노출 장면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시각적으로는 크게 선정적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인물들의 대사 수위가 높다. 자동차 번호판은 ‘6969’고, 오랫동안 섹스를 못한 한 지인은 우진에게 “사람이 허기가 지면, 남의 집 담장을 넘게 돼있어요”라고 말한다. 이처럼 웃음기가 섞인 야한 말들이 작품의 특징이다.

주인공들이 친구 부부와 세밀한 사적 얘기를 나누거나 섹스에 대해 적나라한 대화를 하는 것을 두고 실제 생활에서 정말 저러는 사람들이 있냐는 평도 일부 있다. 전 감독은 “나는 친구랑 더한 얘기도 한다. 노출도 없어서 오히려 귀엽게 보시지 않을까 했는데 그런 반응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임 감독도 “뜨악하는 반응이 있는 데 놀랐고, 우리 사회가 생각보다 더 보수적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LTNS‘의 한 장면. 티빙
‘LTNS‘의 한 장면. 티빙

독립영화계에서 유명했던 이들이 OTT로 눈을 돌린 것은 코로나19 시기였다. 전 감독은 “극장이 죽고 OTT가 활성화되던 시기였다. 우리는 극장만 보고 살았는데 불안감을 느꼈다. 마침 시리즈물이 인기고, 그쪽에서 더 재밌는 것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긴 시리즈를 혼자 쓰긴 어렵고 임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를 완성하자고 한 것이 촬영까지 같이 가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와 드라마의 문법이 다르다 보니 연출에서도 기존 관성을 버렸다. 대중성에 대한 고민도 했다. 임 감독은 “영화는 상대적으로 좀 더 이미지에 적합한 장르고 드라마는 대사가 중요한 것 같다. 재미있게 써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대중들이 쉽고 뻔한 걸 좋아하지도 않는다. 디테일을 채우고 우리만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분도 있을 거라 믿고 작업했다”며 “다만 우리 둘 다 풀 샷을 좋아하는데 타이트 샷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임 감독도 “기본적으로 대화 장면을 찍을 때 미디엄 샷 이상 찍지 않는데, 최대한 인물이 드러나게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작품에서 전형적이지 않은 모습을 선보이는 이솜과 안재홍의 능청스러운 생활 연기도 이 드라마의 장점이다. 정진영 등 대중에 널리 알려진 배우 외에도 이학주, 김새벽, 김우겸, 양말복, 정재원 등 독립영화에서 주로 보던 배우들도 여럿 등장한다. 눈에 익은 배우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드라마를 보다 보면 ‘독립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품으로서는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다. 섹스에 관한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파격적인 작품으로 보이지만, 전개 과정과 결말은 조금은 전형적인 느낌도 든다. 블랙코미디로서 사회적인 내용을 담으려는 시도가 느껴진다. 불륜 추적극이라고 하지만 장르적인 작품은 아니다. 두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메시지를 주장하기보다는 사랑이란 관계는 무엇일까, 우리 삶이 왜 이리 팍팍할까”(전 감독)를 “초상화 그리듯이”(임 감독)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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